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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에르메스도 철수? 면세점이 ‘덜덜’ 떤다

루이비통, 시내면세점 철수로 유통업계 ‘길들이기’… 백화점 반사이익?

  • 이현석 비즈니스워치 기자

샤넬·에르메스도 철수? 면세점이 ‘덜덜’ 떤다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루이비통 매장. [사진 제공 · 신세계백화점]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루이비통 매장. [사진 제공 · 신세계백화점]

루이비통이 한국 시내면세점에서 철수할 계획이다. 국내 면세품 시장의 중국 다이궁(보따리상) 의존도가 브랜드 가치를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관련 업계는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 속내는 따로 있다”고 입을 모은다. 루이비통이 유통업계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반응과 함께 이번 기회로 백화점 등 여타 유통 채널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면세유통 전문지 무디 데이비드 리포트에 따르면 루이비통은 한국 시내면세점 매장을 대부분 순차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 정확한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루이비통은 현재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롯데월드타워 면세점·신라면세점 서울·신세계면세점 명동 등 서울 4곳과 부산 롯데면세점, 제주 롯데·신라면세점 등 총 7개 면세점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루이비통 매장 철수의 표면적 이유는 ‘고급화 전략’이다. 최근 루이비통은 가격 인상 및 매장 축소를 통해 브랜드 희소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루이비통은 중국 다이궁을 고급화 전략의 가장 큰 장애물로 인식해왔다. 다이궁은 한국 시내면세점에서 물품을 구매한 뒤 중국 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되판다. 이 경우 불법 유통 가능성이 높아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4월 우리나라 전체 면세점 매출은 1조5574억 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 95%가 외국인 매출인데, 대부분 다이궁이 차지한다. 코로나19 사태 전 국내 면세점에서 다이궁의 매출 비중은 60~70% 수준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내국인 출국이 어려워지면서 다이궁 매출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 따라서 루이비통은 한국 시내면세점을 통해 중국 시장에 물건이 유통되는 것보다 직접 중국에 매장을 늘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해 내년까지 6개의 중국 공항면세점에 매장을 오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면세품 시장은 지난해 매출 기준 세계 1위다. 2019년 4위에서 2년 만에 3계단 상승했다.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점 입구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 개점을 기다리며 길게 줄 서 있다. [뉴스1]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점 입구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 개점을 기다리며 길게 줄 서 있다. [뉴스1]

루이비통 매장 유무에 따라 모객 차이 커

우리나라 면세점업계는 루이비통 측이 철수 이유로 내세운 ‘높은 다이궁 의존도’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다이궁 의존도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다이궁은 대부분 화장품 구입에 집중하는 편이다. 루이비통 같은 명품잡화 상품은 이미 인당 구매량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 면세점 판매 시스템으로도 루이비통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추후 루이비통이 재입점 등을 추진할 때 협상력을 선점하고자 ‘업계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루이비통은 그동안 늘 ‘갑’ 위치에 군림해왔다. 명품 브랜드 시장에서 루이비통이 갖는 ‘상징성’이 크다 보니 면세점이나 백화점은 늘 ‘을’ 처지인 게 사실이다. ‘루이비통 매장이 있느냐, 없느냐’가 면세점이나 백화점의 위세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정도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점이나 백화점의 경쟁력 면에서, 또 모객 면에서 루이비통 매장이 있고 없고 차이가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루이비통은 1984년 명품 브랜드 최초로 롯데면세점에 입점했다. 당시 백화점보다 입점이 빨랐다. 이후 루이비통은 빠르게 매장 수를 늘리며 면세점업계의 ‘프리미엄 인증서’나 다름없는 위치에 올랐다.

루이비통이 속한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그룹 내 타 브랜드의 ‘연쇄 철수’ 우려도 나온다. LVMH는 루이비통 외에도 디올, 셀린느, 펜디, 지방시 등 여러 브랜드를 갖고 있다. 따라서 업계는 LVMH가 루이비통을 시작으로 전 브랜드에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나아가 에르메스, 샤넬 등 다른 명품 브랜드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루이비통의 시내면세점 철수가 현실화하고 비슷한 포지션의 다른 브랜드가 같은 결정을 내린다면 타격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화점 반사이익 가능할까

고용 문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루이비통은 현재 롯데면세점 소공점을 비롯해 입점한 시내면세점에서 대부분 가장 큰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근무 인원은 판매직과 물류·관리직을 합쳐 매장당 20~40명에 달한다. 이들 직원은 루이비통 브랜드 소속으로 매장이 줄어들면 갈 곳을 잃게 된다. 결국 시내면세점에서 매장을 전부 철수한다면 고용 감소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한편 루이비통이 백화점 입점을 통해 고용을 이어갈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루이비통은 백화점에서 에르메스, 샤넬과 함께 가장 선호되는 브랜드 중 하나다. 면세점과 마찬가지로 입점만으로도 백화점 ‘레벨’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 등 최근 오픈한 백화점들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이유다.

최근 실적도 좋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485억 원, 영업이익 1519억 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3.4%, 176.7% 증가했다. 성장세 역시 이어지고 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의 올해 1~5월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가량 늘었다. 루이비통 처지에서는 시내면세점을 포기하고 백화점을 통해 내수시장을 공략하더라도 성장성을 담보할 수 있다. 루이비통의 시내면세점 철수가 오히려 백화점에는 이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초 문을 연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이어 하반기에 신세계 대전엑스포점, 롯데 동탄점 등 대규모 점포가 오픈을 앞두고 있다. 루이비통 입장에서는 이들 점포에 입점해 국내 내수시장 공략에 속도를 붙이려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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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293호 (p22~23)

이현석 비즈니스워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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