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행동치료 전문 수의사 설채현 원장. ‘그 개는 정말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까?’ 표지(왼쪽)와 반려견 이름을 표지에 인쇄한 큰글자책. [홍태식]
설채현 놀로행동클리닉 원장에게 “반려견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그가 내놓은 답이다.
설 원장은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수의학과 동물행동치료를 공부했다. 유명 동물 트레이너 양성기관인 미국 KPA(Karen Pryor Academy) 트레이너 자격도 취득했다. 명실상부 ‘동물행동치료 전문 수의사’인 셈이다. 그의 혜안을 기대하고 던진 질문에 이토록 싱거운 답을 들려주다니…. 허탈하게 바라보는 기자를 향해 설 원장은 싱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당연한 얘기 같죠. 그런데 많은 반려견 보호자가 이걸 모르세요. 개가 사람처럼 행동하기를 바라고, 때로는 개를 기계처럼 여기죠.”
설 원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에 따르면 ‘짖기’나 ‘으르렁대기’는 개에게 무척 자연스러운 표현 방식이다. 다만 오늘날 공동주택에서 살아가는 보호자를 힘들게 할 뿐이다. ‘물기’ 또한 마찬가지다. 개는 오랜 세월 화가 나거나 두려움을 느끼면 날카로운 이빨로 상대를 공격해왔다. 이 ‘정상 행동’을 못하게 하려면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보호자 상당수가 이 과정을 못 견뎌 한다는 데 있어요. ‘입력’ 버튼을 누르면 바로 결괏값이 ‘출력’되는 기계처럼 강아지가 순식간에 변화하기를 바라죠. TV 프로그램에서 그런 모습을 숱하게 봤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반려견을 대상으로 한 어떤 교육도 단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TV에서 몇 시간 만에 강아지의 문제 행동이 사라진 듯 보이는 데는 편집의 힘도 한몫합니다. 그것만 믿고 ‘방송에 나오는 개들은 훈련 한두 번만 받으면 확 좋아지던데 우리 애는 왜 안 되지. 얘 말고 다른 애를 데려다 키워야겠어’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 돼요.”
설 원장이 힘 줘서 한 말이다. 그의 설명을 듣다 보니 “개는 사람도, 기계도 아니다. 개는 개일 뿐”이라는 조언이 훨씬 묵직하게 다가왔다. 설 원장은 반려견 보호자가 개를 개 자체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방송 프로그램에는 미처 담기지 않는 진짜 반려견 교육 방법을 소개하기 위해 일하는 틈틈이 책을 썼다고 한다. 오렌지색 표지가 인상적인 단행본 ‘그 개는 정말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까?’가 그 결과물이다. 이 책에는 반려견의 행동, 예를 들어 꼬리 흔드는 모습 등을 통해 마음을 읽는 방법부터 분리불안 해소법, 바람직한 급식법 등 강아지 보호자가 꼭 알아야 하는 정보까지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개정증보판 출간 기념으로 책 표지에 반려동물 이름을 인쇄해주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그 개는 정말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까?’ 표지를 ‘호두와 파이는 정말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까?’ 식으로 바꿔준다. 11월 3일까지 웹사이트 ‘dongapet.pay-link.kr’에서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