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 글로벌 예술섬 국제지명설계공모 당선작인 토머스 헤더윅의 ‘소리풍경(Soundscape)’ 중 공중 보행로 조감도. [서울시 제공]
한국의 산 이미지 형상화
헤더윅이 디자인한 베슬 (WIKIPEDIA]
씨앗 대성당. [헤더윅스튜디오 홈페이지]
혁신적 걸작의 경우 아무리 작품 디자인이 좋아도 부정적 여론이 생기기 마련이다. 제작비용이 크다는 점도 부정적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노들섬 국제공모에 대해서는 지지, 당부하는 여론이 많았다. “돈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지어야 한다” “서울시는 조금이나마 예산을 아끼려고 원안을 훼손해선 안 된다” “우리도 이제는 이런 것 하나 가질 때가 됐다” 같은 목소리가 있었다.
왜 서울 시민 반응이 이렇게 긍정적일까. 헤더윅은 디자인보다 공공성에 초점을 맞추는 디자이너다. 다음과 같은 헤드윅의 생각이 대중 마음에 잘 전달된 것은 아닐까.
“폭이 150~300m에 불과한 파리 센강이나 런던 템스강과 달리 한강은 폭이 900m나 되는 거대한 강이고 그 속에 노들섬 같은 보물을 품고 있다. 대도시는 대부분 노들섬 같은 장소가 없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고 느꼈다. 노들섬을 공공의 피서지, 도심 속 휴양지로 만들고 싶다”
대화와 실험 중시
1970년생인 헤더윅은 증조할아버지가 패션회사 소유주였고 어머니는 구슬을 수집하는 보석 디자이너였다. 그는 학부에서 3D 디자인을 공부했으며, 가구 디자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판에 박힌 건축 수업은 지루해서 듣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헤더윅은 전통적 의미의 건축가라고 할 수 없다. 그는 마치 르 코르뷔지에가 건물, 인테리어, 집 안 가구까지 두루 디자인하는 것처럼, 어쩌면 그 이상으로 모든 것을 디자인하고 만들었다. 헤드윅은 건축가보다 ‘만드는 사람(Maker)’에 가까울 수 있다.그는 1994년 24세라는 젊은 나이에 영국 런던에 헤더윅스튜디오를 열었다. 현재 이곳에서 200명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재가 일하고 있다. 헤더윅스튜디오는 세계적인 설계회사인 영국 에이럽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에이럽은 복잡하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헤더윅의 작업 방식 역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필자는 그의 작업 스타일에서 ‘대화와 실험’이라는 키워드를 읽었다. 대화는 창의성의 핵심 도구다. 헤더윅스튜디오는 디자인 작업을 할 때 조사와 연구를 진행한 후 그림을 그린다. 이때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이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헤더윅스튜디오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검증하는 수단으로 실험을 활용한다. 초기 아이디어는 작은 규모의 프로토타입으로 제작돼 테스트된다. 재료, 구조, 형태 등 다양한 요소를 실제로 실험해봄으로써 그 가능성과 한계를 이해하고,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반복적으로 개선해나간다. 헤더윅스튜디오가 창조적으로 일하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다른 분야에 몸담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재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민대 경상대학장, 국민대 도서관장과 박물관장, 한국예술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