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식당 출입이 증가하면서 이를 둘러싼 시민 간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 [동아DB]
반려동물 출입 기준 제각각
‘반려동물 양육 인구 1500만 시대’로 접어들면서 반려동물의 음식점 출입을 두고 시민 간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 서초구 한 카페는 지난달부터 반려동물의 영업장 출입을 금지했다. 서초구청으로부터 반려동물 출입과 관련해 경고 문자메시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카페 안에 동물이 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며 반려동물의 음식점 출입은 불법이니 시정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해 문을 연 이 카페는 반려견을 위한 메뉴 ‘멍푸치노’가 있어 반려견과 함께 카페를 찾는 손님이 많았다. 카페 사장 A 씨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영업정지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반려동물은 야외 자리에만 앉을 수 있게 조치했다”고 말했다. 현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식당이나 카페에 출입하는 것은 불법이다.반려동물 출입이 허용된 매장은 지난해 12월 27일 기준으로 전국 122곳에 불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반려동물 동반 출입 시범사업 업소로 승인받은 곳은 △반려동물 동반 출입 가능 안내문 부착 △반려동물 목줄 착용 등 운영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식약처는 이런 정책 결과물을 토대로 2025년 12월 식품위생법 시행 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문제는 식약처로부터 반려동물 출입을 승인받지 않은 대다수 업소다. 이들 업소는 애당초 반려동물 출입이 불가능하지만, 시범사업 업소들이 따라야 하는 식약처 운영 가이드라인조차 지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6월 8일 서초구 양재천 카페거리에서 “반려동물을 데리고 매장 안으로 들어와도 된다”고 밝힌 음식점 9곳 중 3곳만 출입구에 반려동물 출입 가능 안내 표지를 부착했다. 반려동물 출입 기준도 제각각이었다. 양재천 카페거리에 있는 한 커피숍은 “주인이 동물을 안고 있으면 목줄을 착용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안내했고, 다른 맥줏집은 “동물이 케이지 안에 들어 있는 상태면 출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개 2마리가 케이지에 들어가 있지 않았고 목줄만 착용한 채 앉아 있었다.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면서 반려동물 식당 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심모 씨(25)는 “동물 출입이 가능한 업소라는 안내가 붙어 있는 곳은 굳이 방문하지 않는데, 안내문 없이 동물을 받는 음식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70대 남성 천모 씨는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많은 도움과 기쁨을 주니 동물을 키우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동물이 음식과 가까이 있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동물 털이 음식에 들어갈 수 있기에 동물과 사람이 음식을 먹는 공간은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헤비 민원인도 등장
반려동물의 음식점 출입을 둘러싼 갈등이 증가하면서 민원을 쏟아내는 이른바 ‘헤비 민원인’도 등장했다. 서울 중랑구청과 용산구청에 따르면 두 구청에 접수된 반려동물 음식점 출입 관련 민원은 2020년 1건, 2021년 4건, 2022년 3건, 2023년 7건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6월 12일까지 두 구청에 접수된 관련 민원은 총 46건(중랑구청 5건, 용산구청 41건)으로 급증했다. 서울 중구청에도 지난해 4건에 그쳤던 관련 민원이 올해는 벌써 28건이 접수됐다. 취재 결과 올해 용산구청에 접수된 반려동물 동반 음식점 관련 민원 41건은 모두 한 사람이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기간 중구청에 접수된 관련 민원 28건 중 22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구청 관계자는 “다른 구청과 소통한 결과 한 사람이 전국 여러 반려동물 동반 음식점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음식점에 직접 가보지 않고 포털에서 ‘반려동물 가능’ ‘펫 프렌들리’ 등 문구를 검색해 민원을 넣는 것 같다”며 “온라인상에는 정보가 남아 있지만 이미 폐업한 업체에 대한 민원도 있었다”고 밝혔다.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 사이에서도 음식점 출입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려견을 3년째 기르고 있는 김지민 씨(26)는 “강아지 유모차나 캐리어 등을 이용해 강아지가 식당에서 돌아다니지 않게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모 씨(31)는 “강아지가 물을 마시면 바로 바깥으로 나가 오줌을 누이고 온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동반 출입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인영 수의사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많아졌지만 유럽에 비하면 여전히 적은 편이라서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는 음식점에 반려동물이 있는 게 꺼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수의사는 이어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음식점임을 알리는 문양을 식당 앞에 붙이고 반려동물의 위생 기준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반려동물 동반 출입 업소에서 물림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호자와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교육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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