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편의점업계의 주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2년도 주류산업정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주류 트렌드’라고 인식하는 트렌드 비중은 편의점 구입이 82.2%로 압도적이었다. 그 뒤로는 혼술(59.3%), 홈(Home)술(58.4%), 가성비 좋은 술(56.3%) 등이었다(복수 응답). 연령층을 살펴보면 편의점의 주요 타깃층인 MZ세대가 편의점 구입을 가장 대중적인 주류 트렌드로 인식하고 있었다. 편의점이 MZ세대의 주류 입맛을 공략한 트렌디한 구입처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누적 판매량 300만 개를 돌파한 CU의 ‘생레몬 하이볼’. [CU 제공]
최근 MZ세대 주류 문화에서 대세는 취하기보다 기분 좋게 마시는 저도주와 취향에 맞게 술·음료를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Mix+Technology)다. MZ세대의 수요에 맞춰 편의점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은 대표 상품으로는 하이볼을 꼽을 수 있다. CU는 편의점업계 최초로 주류 전담팀을 만들어 최신 주류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하고 있는데, 4월 출시한 ‘생레몬 하이볼’이 큰 인기다. 얇게 썬 레몬 슬라이스가 들어간 RTD(Ready To Drink) 하이볼로, 풀 오픈탭을 적용해 상품을 개봉할 때 레몬 슬라이스가 떠오르는 걸 볼 수 있다. 출시 일주일도 안 돼 CU 매출 순위 2위에 오른 뒤 3일 만에 초도 물량(10만 캔)이 전량 소진됐으며 누적 판매량 300만 개를 돌파했다. 점포에 재고가 들어오면 바로 팔릴 정도다. 생레몬 하이볼 인기에 힘입어 CU의 주류 매출 비중에서 하이볼을 포함한 기타 주류가 8.4%를 기록해 와인(2.7%)과 양주(3.0%)를 넘어 막걸리(7.5%)까지 제쳤다.
톡톡 튀는 하이볼 출시 붐
GS25는 하이볼 25종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중 ‘짐빔하이볼’ ‘쿠시마사하이볼’ ‘로얄오크하이볼’ 등이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하이볼 카테고리를 새롭게 확정해 운영 중이며, 올해 1분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7.7% 성장했다. 6월에는 국내 1세대 수제맥주 브루어리로 유명한 카브루와 협업해 롯데웰푸드의 스카치캔디를 하이볼 주류로 재해석한 ‘스카치캔디하이볼’ 2종을 출시했다. 스카치캔디의 커피맛과 버터맛을 잘 살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스카치위스키 원액을 첨가했고, 스카치캔디 디자인도 캔에 구현했다. GS25 관계자는 “하이볼이 인기 주종으로 떠오르고 있고 다양해진 소비자 취향을 만족시킬 것으로 판단돼 앞으로도 다양한 과일이나 새로운 재료를 첨가한 하이볼 제품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힙한 막걸리와 와인 판매율도 급증
GS25가 출시한 한정판 프리미엄 막걸리 ‘서울실버 리미티드 에디션’. [GS25 제공]
MZ세대 사이에서 막걸리와 전통주 등 우리 술이 ‘힙하다’고 인식되면서 막케팅(막걸리+티켓팅)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GS25는 올해 초부터 ‘힙걸리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 실력 있는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이색 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막걸리 매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쳐 올해 초부터 4월 24일까지 막걸리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2.7%에 달한다. 5월에는 ‘대한민국 막걸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과 협업해 오양주로 빚은 프리미엄 막걸리 ‘서울실버 리미티드 에디션’을 9000병 한정판으로 단독 출시했다. 오양주 기법은 다섯 번의 담금 과정을 거쳐야만 발효가 완성되는 최고급 양조기술로, 발효 기간만 한 달이 걸려 대량생산이 어렵다.
CU는 밤, 땅콩, 옥수수, 고구마 등이 가미된 플레이버(Flavor) 막걸리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연령대별 자체 막걸리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전통 막걸리는 5060세대가 48.4%였고, 플레이버 막걸리는 MZ세대가 69.4%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3월에는 국내산 알밤을 발효시켜 막걸리 특유의 은은한 산미와 묵직한 보디감을 지닌 ‘밤값 막걸리’를 선보였다. 중간 마진을 낮추고 마케팅비용을 최소화해 유사 NB(제조업체 브랜드) 상품 대비 최대 49% 저렴한 1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재료로 들어간 밤과 ‘반값’ 가격을 유희적으로 풀어내 ‘밤값’으로 이름 붙였다.
세븐일레븐이 6월 선보인 호주 와인 ‘몰리두커’ 2종. [세븐일레븐 제공]
코로나19 사태 이후 ‘데일리 와인’이 일상화되면서 편의점 와인시장 역시 꾸준한 성장세다. 이에 세븐일레븐은 편와족(편의점 와인족)을 위해 차별화된 와인을 다양하게 판매 중이며, 1~5월 와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했다. 대표적인 차별화 제품은 2021년부터 선보인 야수파 대표 화가 앙리 마티스의 드로잉 작품을 담은 ‘앙리 마티스 와인’ 시리즈로, 누적 판매량 50만 병을 돌파했다. 명화를 품은 독특한 레이블 디자인 덕분에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 최연소 와인 기사 작위를 취득한 송승배 와인 담당MD가 매달 엄선하는 ‘이달의 와인 기획전’도 인기다. 2021년 첫선을 보인 후 총 100종 넘는 차별화 와인을 선보였고, 레드 와인 외에 다양한 가격대의 샴페인과 화이트 와인도 내놓고 있다. 6월에는 업계 최초로 호주를 대표하는 와인 ‘몰리두커’ 2종을 출시했다. ‘몰리두커 스쿠터’는 호주 와인에서 보기 힘든 메를로 품종 100%로 만들었으며, 짙고 풍성한 과실 풍미와 긴 여운이 남는 탄닌이 특징이다. ‘몰리두커 인챈티드 패스’는 블랙베리류 과일과 부드러운 바닐라 맛에 강렬한 탄닌이 느껴지는 복합적인 풍미의 와인으로, 화려한 디자인의 레이블이 병에 부착돼 있어 장식용으로도 제격이라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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