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투자자들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리 가격이 t당 1만 달러(약 1370만 원)를 넘어 역사상 최고점을 돌파한 가운데 인공지능(AI) 혁명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 경기 확장 등 복합적 요인으로 4만 달러(약 5490만 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천연가스 가격도 AI발(發) 수요 증가 전망에 따라 상승세에 돌입했다. 기술적 분석 전문가 김정환 GB투자자문 대표는 “구리와 천연가스 가격은 구조적 상승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금 또한 인플레이션과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연말까지 상승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6월 3일 김 대표를 만나 구리를 비롯해 천연가스·금 가격을 분석하고 투자전략을 들었다.
김정환 GB투자자문 대표. [박해윤 기자]
원자재 가격 이례적 강세
구리, 천연가스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전 세계 경제가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건 이례적 현상이다. 구리는 넘치는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이 가격 상승을 촉발했다. 최근 구리 가격은 단기 상승에 따른 일시 조정을 맞고 있다. 하지만 친환경발전 및 AI 관련 전기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구리 수요는 장기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최근 천연가스 관련주도 동반 강세다. 천연가스는 하반기에 계절성(난방 시즌)과 라니냐발 수급 불안감에 데이터센터 수요 기대감까지 더해져 투심을 자극할 수 있다.”
AI 열풍으로 구리 가격은 올해 30% 가까이 상승했다.
“모든 산업에 두루 쓰이는 구리는 경기 흐름을 미리 반영돼 ‘닥터 코퍼’(구리 박사)로도 불린다. 구리 가격은 소비재 수요가 증가하고 건설·제조업·항만 등 인프라 투자가 늘어날 때 상승한다. 따라서 과거 구리 가격의 추세적 상승은 주로 중국에서 시작됐다. 반면 최근 구리 가격 상승은 미국에서 촉발됐다. 중국 구리 제련소 감산 예고에 더해 AI 열풍으로 전력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겹치면서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시카고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 구리가 총 2177t 사용됐다고 한다. 최근 S&P글로벌은 세계 구리 수요가 현재 연간 2500만t에서 2035년 5000만t으로 향후 10년 동안 2배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리 가격은 5월 역사적 최고점을 기록한 후 조정 국면인데.
“주간 차트로 본 구리 가격은 2022년 3월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조정 흐름을 보이면서 패턴상 대칭삼각형을 형성했다(그래프1 참조). 조정 후 방향성 탐색 국면이 이어지다가 지난해 11월 이후 본격적인 상승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올해 5월 단기 고점을 형성한 후 조정 국면인데, 단기적으로 과매수권 진입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판단된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구리 선물 가격 기준으로 1차 지지선은 20일선이 지나는 4.32달러(약 5924원) 내외다. 이 가격대에 근접하면 단기적으로 매수할 만하다. 반등 시 1차 저항선은 심리적 저항선인 5.0~5.1달러(약 6856~6993원)로 예상된다.”
천연가스 가격 내년까지 상승 전망
구리는 어떤 상품에 투자해야 하나.“미국 증시에서 구리 ETF(상장지수펀드)는 총 5가지다. 티커명 CPER은 구리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ETF다. 나머지 COPX, COPP, ICOP, COPJ는 구리를 채굴하는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다. 해외에 상장된 구리 관련 기업은 프리포트 맥모란(세계 구리 생산량 3위 광산기업), 서던 코퍼(멕시코 광산기업 그룹의 자회사), 텍 리소스(캐나다 광산기업) 등이다. 국내 구리 및 전선 관련 기업으로는 LS, 풍산, 이구산업, LS에코에너지, 대한전선, 가온전선 등이 있다.”
최근 천연가스 수요가 증가한 이유는 무엇인가.
“천연가스도 구리처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가격을 견인하고 있다. 더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증설 속도까지 고려하면 수급 불안감이 한층 고조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가격 상승 탄력은 연말로 갈수록 본격적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또한 2030년 생성형 AI 및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암호화폐, 전기차 등 미래 성장형 산업에서 사용하는 천연가스 일평균 수요가 현재보다 150%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최대 천연가스 생산업체 EQT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AI 산업에서 원전 인프라 구축이나 신재생에너지 효율 개선을 기다릴 여유가 없어 당분간 천연가스가 핵심 에너지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골드만삭스 또한 10년 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미국 전체 전력 소비량의 8%에 달할 것이며, 천연가스가 새로운 전력 수요의 60%를 충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연가스는 올해 초까지 장기 하락세였는데.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선물 가격을 보면 2022년 10월 중기 상승추세선을 하회하면서 본격적인 조정을 나타냈다(그래프2 참조).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단기 상승을 보였으나 이후 추세선을 하회하면서 다시 한 차례 하락했다가 올해 2월 중순 이후 저점을 높이면서 상승하고 있다. 2022년 8월 이후 이어지는 중기 하락추세선을 올해 5월 상향 돌파한 것이 기술적으로 의미 있다. MACD(이동평균수렴확산지수)가 상승세로 전환한 것 또한 점진적인 상승 흐름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천연가스는 올해 5월 고점을 형성한 후 단기 조정을 받고 있는데, 지금이 적절한 매수 시기로 판단된다. 가격적으로는 심리적 지지선인 2달러(약 2737원) 내외에서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반면 반등 시 1차 저항선은 올해 고점인 3.4달러(약 4652원) 내외로 예상된다.”
천연가스 관련 투자상품이 있나.
“미국 천연가스 ETF는 블룸버그 천연가스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티커명 BOIL이 대표적이다. 다만 레버리지 상품으로 변동성이 커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
중국, 금 대거 매수하고 있어
과거와 달리 최근 강달러 국면에서도 금이 강세다.“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금을 대거 사들이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금 매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2022년 10월 이후 계속 금을 사들여 금융자산 가운데 금 비중이 3.2%에서 4.6%로 늘었다. 중국 인민은행이 미·중 무역 갈등에 대비한 재정 안정화를 위해 17개월 연속 금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중국은 금 2200t을 보유해 세계에서 6번째로 금을 많이 가진 나라가 됐다.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금 ETF 순매입이 늘었고, 코스트코에서 골드바가 완판되는 등 금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금 가격 상승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이 멀어지면서 하반기에도 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의 62%가 향후 5년간 지급준비금 가운데 금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플레이션과 전쟁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신흥국을 필두로 각국 중앙은행이 금 순매입을 계속하면 연말까지 금 가격이 오를 것이다.”
최근 금 가격은 조정 국면이다.
“COMEX 금 선물 주간 차트를 보면 2022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중기 박스권 내지 중기 상승삼각형을 형성했다(그래프3 참조). 3월 상승삼각형이 완성되면서 방향성이 위쪽으로 나타났고, 이후 상승세를 보였다. 4월 이후에는 단기적으로 ‘2중 천장’이 완성돼 상승에 따른 조정을 보이고 있다. 급격한 시세 조정보다 기간 조정 흐름이 이어질 것이다.”
“COMEX 금 선물 주간 차트 기준으로 1차 지지선인 2246달러(약 307만4550원) 내외다. 이 가격대에 20일선이 지나고 있는데, 지난해 10월 이후 이어진 상승 흐름에서 강력한 지지선 역할을 했기에 의미가 있다. 반면 반등 시 1차 저항선은 전고점인 2450달러(약 335만3800원) 내외다.”
실물 이외에 금 투자 방법이 있다면.
“최근에는 금 ETF가 인기다. 미국 증시에 금 관련 ETF는 4개다. GLD는 골드바 등 실물에, DGL은 금 선물에, GDX는 금광회사 주식에 투자한다. UGL은 레버리지에 투자하는 ETF다. 다만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총 10년간 성과를 보면 금 가격은 65% 상승한 반면, 금 ETF는 32% 상승에 그쳤다. 국내에서 투자할 경우 세금 부담을 낮추고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면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KRX 금 현물 시장이 유리하다. 거래 수수료가 0.3% 내외로 골드뱅킹 수수료보다 낮다. 게다가 금값이 올라 이익이 나도 양도소득세·부가가치세·배당소득세 같은 세금이 면제되고 종합소득세에서도 빠진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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