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내 일자리 빼앗지 마!”
지난해 7월 미국작가조합(WGA) 조합원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넷플릭스 스튜디오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GETTYIMAGE]
현재 AI가 각종 산업에 적용되는 양상은 과도기적이다. AI가 실무를 맡아도 지시와 검수, 허가는 사람 관리자 몫이다. 아직 AI가 사람의 일을 모두 대체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당장 ‘AI 예술가’ ‘AI 노동자’ 도입의 여파는 상당히 크다. 직접 일을 처리하는 실무자의 일자리가 상당 부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같은 업종에서도 AI를 능숙하게 다뤄 업무 효율 및 창작물의 질을 높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의 희비는 극명히 엇갈릴 것이다. AI의 특징은 높은 범용성이다. 기존 산업과 일자리에는 전문성이라는 높은 칸막이가 있었다. 그 덕에 일단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면 사실상 종신토록 일할 수 있었다. AI는 어느 분야든 데이터만 충분하면 빠르게 학습해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향후 AI 기술 발전 속도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인간의 창작과 노동이 가진 예술성·전문성이라는 가치 척도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AI를 사용하는 1명이 다른 10명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은 과한 것일까. 혹자는 경영 효율 극대화라고 얘기하겠지만 AI가 노동시장, 나아가 경제에 끼칠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 마냥 환영하기만은 어려운 미래다. 물론 AI가 불러올 경제적·사회적 격변이 당장 눈앞에 펼쳐질 가능성은 적다. 지금 AI가 적용된 분야만 봐도 업무 능률 측면에서 여전히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산업에서 AI 도입은 최소 수십 년간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게 필자 생각이다.
그렇다면 “당장 내 일자리가 AI에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안심해도 될까. 지금은 전통 산업이 AI를 만나 변화하는 과도기다. 개인에게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AI가 자신의 일을 대체하는 시점이 늦춰지길 바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AI를 적극 활용해 업무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 AI든, 다른 사람이든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가 된다면 금상첨화다. 아직 AI에 허점이 많은 것도 좋은 기회다. 가령 제아무리 그림을 잘 그리는 AI도 작품 전시, 마케팅 등 모든 작업을 수행하지는 못한다. 게다가 AI는 여전히 영역별로 제각기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기 분야에 적합한 AI가 무엇인지 추려 적용하는 것은 사람 몫이다.
AI 기술 수준은 ‘점(點)’
오늘날 인공지능(AI) 기술 수준은 아직 점(點)과 같다. 좁은 영역에선 마치 AI가 만능처럼 보이지만, 점을 이어 선(線)과 면(面)으로 만드는 것은 여전히 사람 몫이다.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