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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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하면 5시간 걸리던 증권사 리포트, AI는 5분 만에 뚝딱!

AI 도입에 지식노동자 긴장… 일자리 안 뺏기려면 두려워 말고 영리하게 활용해야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4-06-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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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이 나의 소중한 지식재산을 침해하고 있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적용 분야도 넓어지면서 전 세계 예술가와 지식노동자 사이에선 이 같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디자이너, 작가, 작곡가, 화가 같은 창작자는 물론 프로그래머, 증권사 애널리스트, 리서처와 같이 다양한 지식노동 분야 종사자들이 직업 안정성에 직간접적인 위협을 느끼고 있다. 다른 분야에 비해 텍스트, 이미지 학습을 통한 AI 도입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산업의 최전선인 미국에선 일찌감치 AI와 인간 노동자 간 갈등이 표면화됐다. 지난해 6월 미국작가조합(WGA) 소속 작가들은 “AI를 대본 창작에 사용해선 안 되며, 작가들의 창작물을 AI 학습에 함부로 쓰지 말라”며 파업을 벌였다. 할리우드 배우들까지 가세한 WGA 파업은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와 갈등이 주된 배경이긴 했지만, AI가 우리 삶에 끼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AI, 내 일자리 빼앗지 마!”

    지난해 7월 미국작가조합(WGA) 조합원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넷플릭스 스튜디오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GETTYIMAGE]

    지난해 7월 미국작가조합(WGA) 조합원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넷플릭스 스튜디오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GETTYIMAGE]

    한국 사회 곳곳에도 AI가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가령 미래에셋증권은 5월 AI가 생성한 기업분석 리포트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인간 애널리스트가 종목 관련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리포트를 내려면 5시간이 필요했다. 반면 AI는 같은 일을 5분 만에 수행할 수 있다. 물론 AI가 낸 리포트를 애널리스트가 다시 감수해 발행한다는 점에서 한계는 있다. 하지만 리포트 작성에 필요한 기초 자료 취합과 분석을 하는 리서치 어시스턴트 일자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사라질 것이다.

    현재 AI가 각종 산업에 적용되는 양상은 과도기적이다. AI가 실무를 맡아도 지시와 검수, 허가는 사람 관리자 몫이다. 아직 AI가 사람의 일을 모두 대체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당장 ‘AI 예술가’ ‘AI 노동자’ 도입의 여파는 상당히 크다. 직접 일을 처리하는 실무자의 일자리가 상당 부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같은 업종에서도 AI를 능숙하게 다뤄 업무 효율 및 창작물의 질을 높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의 희비는 극명히 엇갈릴 것이다. AI의 특징은 높은 범용성이다. 기존 산업과 일자리에는 전문성이라는 높은 칸막이가 있었다. 그 덕에 일단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면 사실상 종신토록 일할 수 있었다. AI는 어느 분야든 데이터만 충분하면 빠르게 학습해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향후 AI 기술 발전 속도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인간의 창작과 노동이 가진 예술성·전문성이라는 가치 척도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AI를 사용하는 1명이 다른 10명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은 과한 것일까. 혹자는 경영 효율 극대화라고 얘기하겠지만 AI가 노동시장, 나아가 경제에 끼칠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 마냥 환영하기만은 어려운 미래다. 물론 AI가 불러올 경제적·사회적 격변이 당장 눈앞에 펼쳐질 가능성은 적다. 지금 AI가 적용된 분야만 봐도 업무 능률 측면에서 여전히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산업에서 AI 도입은 최소 수십 년간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게 필자 생각이다.

    그렇다면 “당장 내 일자리가 AI에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안심해도 될까. 지금은 전통 산업이 AI를 만나 변화하는 과도기다. 개인에게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AI가 자신의 일을 대체하는 시점이 늦춰지길 바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AI를 적극 활용해 업무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 AI든, 다른 사람이든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가 된다면 금상첨화다. 아직 AI에 허점이 많은 것도 좋은 기회다. 가령 제아무리 그림을 잘 그리는 AI도 작품 전시, 마케팅 등 모든 작업을 수행하지는 못한다. 게다가 AI는 여전히 영역별로 제각기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기 분야에 적합한 AI가 무엇인지 추려 적용하는 것은 사람 몫이다.



    AI 기술 수준은 ‘점(點)’

    오늘날 인공지능(AI) 기술 수준은 아직 점(點)과 같다. 좁은 영역에선 마치 AI가 만능처럼 보이지만, 점을 이어 선(線)과 면(面)으로 만드는 것은 여전히 사람 몫이다. [GETTYIMAGES]

    오늘날 인공지능(AI) 기술 수준은 아직 점(點)과 같다. 좁은 영역에선 마치 AI가 만능처럼 보이지만, 점을 이어 선(線)과 면(面)으로 만드는 것은 여전히 사람 몫이다. [GETTYIMAGES]

    필자는 오늘날 AI 기술 수준이 점(點)과 같다고 본다. 좁은 영역에선 마치 AI가 만능인 것처럼 보이지만, 점을 이어서 선(線)과 면(面)으로 만드는 것은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SF영화처럼 AI가 스스로 구동하는 수준까지 발전하지 않는 이상, AI는 한동안 점 수준의 도구로 쓰일 것이다. 결국 가까운 미래 세상은 AI를 사용하는 자와 사용하지 못하는 자로 나뉠 테다. 후자는 AI를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자기 일자리가 대체될 걱정을 해야 한다. AI를 막연히 두려워할 게 아니라, 당장 자기 일상으로 끌고 들어와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마치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말이다. 이런 AI 대비책이 개인의 과제만은 아니다. 정부는 IT 소외계층의 디지털 격차가 더 커지지 않도록 AI 교육을 적극 실시하고, 일자리 시장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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