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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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지 않을 도리 없는 아이브 ‘IVE SWITCH’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4-05-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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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미니앨범 ‘IVE SWITCH’를 발매한 아이브(IVE).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새 미니앨범 ‘IVE SWITCH’를 발매한 아이브(IVE).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브(IVE)의 새 미니앨범 ‘IVE SWITCH’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시각적 요소다. 티저에서 훌라후프만 한 반지와 키보다 큰 마술봉 등으로 과거 애니메이션 ‘웨딩피치’에서부터 최근 ‘티니핑’까지 일련의 변신 마법소녀 이미지를 아우르지만, 그럼에도 어른스럽게 담아냈다. 타이틀곡 ‘해야(HEYA)’ 뮤직비디오는 이보다 더 ‘지나치다’. 여전히 마법소녀 기호를 액자처럼 활용하면서도 동양적 요소를 대담하게 쏟아부었다. 곰방대, 장옷, 쥐불놀이, 한국화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멤버들과 호랑이, 현대적으로 믹스매치한 전통풍 의상 등이 키치하면서도 우아하게 펼쳐진다.

    자칫 음악이 가려질 법도 하지만 곡도 만만치 않다. ‘해야(HEYA)’는 묵직한 비트가 스케일을 키우고 귓가에 카랑카랑하게 울리는 악기들이 자못 공격적으로 다가온다. 그 속에서 멤버들은 가볍게 흩날리는 사랑스러움은 물론, 자신만만한 까칠함과 뜨거운 열정을 음색으로 표현하며 내달린다. 곡은 유머러스함과 날카로움, 스산함과 용맹함 등 다양한 무드를 대범한 리듬 변화와 함께 빠르게 연잇는다. 그런 변화무쌍함 속에서 감상자 속도계는 잠시도 낮아지지 않고, 집중력과 흡인력을 더할 뿐이다.

    ‘강-강-강’으로 연속돼도 매력적인 곡과 영상

    뮤직비디오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만하다. 영상을 구성하는 소재들은 매우 탐미적이고 신선해 상당한 시각적 임팩트를 갖는다. 그러나 그것이 속도감 있게 서로 맞물리고 때로 충돌하며 가하는 심미적 연타가 이 영상의 진정한 완성을 이룬다. 퍼포머를 담는 방식도 그렇다. 아이돌다운 얼굴 클로즈업에서 더 깊이 들어갔다가, 안무 대형의 조형미를 살리고, 또 한 인물의 다양한 앵글이 한 공간에서 엇갈리는 등 다양한 쇼트가 연속된다. 이들 각자 가장 매력적인 장면을 선별해 빠르게 선보임으로써 한눈팔 틈을 도저히 주지 않는다.

    이 곡과 영상은 시간 대부분이 ‘강-약’이 아닌 ‘강-강-강’으로 연속된다. 그럼에도 물리지 않는 것은 일단 각 요소가 매우 매력적인 덕분이다. 저돌적인 사운드에서 아이브의 음색은 뉴진스로 대표되는 힘을 뺀 음성도, 파워보컬과도 거리를 둔 어떤 ‘소녀성’을 들려주는 편이다. 멤버들은 이를 다채로운 질감으로 구현하면서 각자 맥락에 맞는 표현력을 충실히 담아낸다.

    거기에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장치들이 더해진다. 샘플러로 삽입된 목소리들이 일그러진 음색이나 숨소리, 여음구 등으로 곳곳에 겹쳐져 시종일관 기분 좋게 어수선한 공간 이미지를 형성함으로써 또 한 번 마감을 더한다. 후렴구의 “해야 해야 해야”는 실제로 곡의 일부 대목에서 매우 구전요처럼 들리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무척 가요적이고 또한 K팝스러운 묘한 지점을 잘 짚어냈다. 영상도 일러스트를 담당한 박지은 작가의 섬세한 선과 색감이 주는 고운 결이 실사 영상들이 보여주는 쨍함과 대조를 이루면서 양자의 임팩트를 든든하게 살리는 역할을 해낸다.



    아이돌 팬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요소와 대중의 손길을 끌어들이는 것에는 늘 어느 정도 온도차가 있게 마련이다. 그럴 때 ‘해야(HEYA)’는 현세대 K팝 아이돌의 아이코닉한 존재로서 아이브의 위상에 걸맞은 작업이다. 다양한 자극을 복잡다단하게 쏟아붓는 K팝 미학에 하나의 완성형을 제시하고, 대중가요로서 매혹적인 친화력 역시 조금도 놓치지 않는다. K팝 산업을 둘러싼 잡음과 음모론이 넘치는 나날이기에 인정하지 않을 도리 없는 좋은 작품의 힘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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