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DNA1 | 학습기계
현재 주식 부자를 언급할 때 단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오마하의 현인’으로 추앙받는 워런 버핏이다. 버핏의 성공 비결에 대해서는 수많은 책이 나왔고, 그가 사는 종목을 그대로 따라 하는 버핏 따라잡기 투자자도 적지 않다. 그런데 금세기 최고 투자자라 부르는 버핏이 하루 일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버핏의 일과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읽기’다. 버핏은 하루 24시간 중 적어도 6시간을 읽는 데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하루 절반을 온전히 각종 자료를 읽는 데 보내기도 한다. 버핏의 파트너이자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이며 버핏 못지않은 독서광인 찰리 멍거는 “버핏은 학습기계”라고 말했다.
버핏의 읽기 목록 맨 앞자리는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이 차지한다. 그는 해외에 나가서도 이 신문을 빠짐없이 읽는다. 버핏의 종목 선택 아이디어의 1차적 원천은 바로 신문이다. 그는 이 밖에도 각종 산업 전문지와 자신이 투자하거나 관심 있는 기업들의 연차보고서를 반드시 챙겨 읽는다.
버핏뿐 아니라 주식투자로 대가 반열에 오른 투자자는 예외 없이 ‘읽기광’이다.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역발상 투자의 구루 고(故) 존 템플턴 경은 아예 “자기 자신을 살아 있는 도서관으로 만들라”고 말했다.
거액 자산가를 상대로 금융컨설팅을 제공하는 프라이빗 뱅커들도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부자는 끊임없이 공부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알 때까지 질문한다” “경제신문을 읽는 것은 기본이다” 등이다. 주식투자로 성공한 사람은 주식 매매 활동 자체보다 생각하고 사색하는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투자 DNA2 | 나만의 원칙
한 증권사 임원으로 재직 중인 K(49) 씨는 주식투자로 자산 수십억 원을 일궜다. 그는 입사 초기 영업점에서 일할 때 기술적 분석(주가 그래프 패턴을 보고 매매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바탕으로 투자하다 1억 원가량을 날리고서야 투자 원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K씨가 종목을 고를 때 일차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배당수익률’이다. 그는 주식을 분석할 때 미래보다 현재를 본다.
“저에게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분석할 만한 역량이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 당장 수익을 잘 내고 배당을 잘 주는 기업에 초점을 맞췄죠.”
그는 배당 관련주 리스트를 만들어놓고, 배당수익률이 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으면 매수를 시작한다. 배당금을 받아서는 다시 재투자한다. 그는 배당수익률과 배당 재투자라는 2가지 원칙을 갖고 투자한 이후에는 거의 손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마리오 가벨리(저명한 가치투자자), 해리 마코위츠(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존 보글(인덱스펀드 창시자) 등 투자 대가 9명을 취재하고 분석한 케네스 스턴은 개인투자자의 실패 원인으로 세 가지를 꼽았는데, 그 첫 번째가 투자 원칙에 관한 것이다.
첫째, 투자 원칙이 없거나 원칙이 있어도 지키지 않는다.
둘째, 투자보다 투기에 가까운 도박을 한다.
셋째, 연습을 하지 않는다.
주식투자의 원칙은 사람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어떤 투자자는 손절매(앞으로 주가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주식을 매입 가격 이하로 파는 일)가 필요 없다고 얘기하고, 반대로 어떤 이는 손절매는 손실 최소화의 강력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자기 몸에 맞는 방법을 찾아 지키는 일이다. 버핏의 스승이자 현대 증권분석의 아버지라 부르는 벤저민 그레이엄은 원칙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원칙에 시효가 있다면 그것은 원칙이 아니다.”
투자 DNA3 | 사람에게 투자한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 귀재 워런 버핏.
사람을 잘 고르는 안목으로 투자 대가 반열에 오른 독특한 인물이 있다. 2001년 93세 나이로 타계한 로버트 하일브론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피혁공장을 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회사와 아버지가 사놓은 주식, 채권을 물려받았다. 돈을 관리해본 경험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아버지가 그레이엄과 거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레이엄을 만나 수수료를 내고 투자 상담을 받다 아예 그레이엄의 투자회사에 취업했다.
좋은 투자성적표를 기록했지만 그는 자신보다 더 뛰어난 투자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직장동료인 버핏과 1955년부터 2001년까지 펀드를 운용하면서 투자자의 돈을 721.5배로 불려준 월터 슐로스가 그들이었다. 이에 하일브론은 직접투자를 그만두고 뛰어난 투자자를 찾아 투자하는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뒀고, 나중에는 직접투자를 아예 그만두고 간접투자만 했다.
펀드투자가 대중화하고 금융상품 종류가 다양화하면서 투자자는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할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투자상품의 본질을 계속 파고 들어가면, 단 하나의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결국 투자는 사람이 한다는 사실이다. 주식투자로 성공하는 데 꼭 직접투자만 고집할 이유는 없다. 실제 부자 상당수는 펀드를 통해 주식투자를 한다. 그들이 반드시 점검하는 것은 그 펀드를 책임지고 운용하는 사람이다.
투자 DNA4 | 리스크 관리
리스크 관리는 주식투자에서 명심해야 할 원칙 중 하나다.
금융회사 월급쟁이로 시작해 종잣돈을 모아 투자, 지금은 투자자문사를 경영하는 M(50) 사장의 말이다.
흔히 투자 세계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최악’을 먼저 생각하고, 실패하는 사람은 ‘최선’을 떠올린다고 한다. 투자한 돈이 모두 사라지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사람과 딴 돈으로 행복해질 자기 모습을 기준으로 삼는 사람의 의사결정은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다.
최악 상황을 피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주식 부자는 따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에 먼저 초점을 맞춘다. 이들이 ‘몰빵’하지 않고, 남의 돈으로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다. 주식처럼 변동성이 큰 곳에 대출을 받아 투자하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투자 대가들이 한결같이 레버리지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다.
생전에 독일 증시의 우상이던 안드레 코스톨라니는 신용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 그는 “노름할 생각이 아니라면 어떤 경우에라도 신용으로 주식을 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안 좋은 회사의 주식을 조금이라도 내 돈으로 사는 것이 유명한 회사의 주식을 남의 돈으로 많이 사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까지 했다.
1977년 5월부터 90년 5월까지 13년간 마젤란펀드를 운용하면서 연평균 29.2%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올린 피터 린치도 코스톨라니와 같은 의견이다. “투자자금은 그 돈이 없어도 생활에 지장이 없는 여유자금이어야 한다.”
주식투자에서 리스크 관리의 시작은 빚을 내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 부자는 주식으로 인생 판을 바꾸고자 하지 않는다. 연 10% 안팎의 수익률이면 만족한다. 여유자금으로 꾸준히 기다릴 수 있는 인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잘 알기 때문이다.
투자 DNA5 | 남들과 반대로 갈 수 있는 힘
팔순을 넘으면서 주식투자에서 손을 뗐지만 그전까지 김(81) 여사는 지인 사이에서 꽤 유명한 투자자였다. 그의 원칙은 매우 간단하다. ‘주식은 1년에 한 번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종목에 대한 고민도 없었다. 무조건 대한민국 1등 기업을 샀다. 그와 거래했던 전직 증권사 직원 A씨는 “김 여사가 객장에 나타나면 모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제 바닥이구나’라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김 여사는 1년 중 경제가 어렵다는 언론기사가 자주 등장하고 비관론이 팽배해질 때쯤이면 적게는 1억 원, 많게는 3억 원가량 들고 와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 주가가 올라 30~40% 수익이 나면, 모두 매도하고 현금화했다. 아무리 오래 들고 있어도 50% 이상까지는 기다리지 않았다. A씨 말에 따르면, 김 여사는 50%가 넘어가는 수익은 욕심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김 여사처럼 주식투자로 성공한 사람은 투자 게임을 ‘소수 게임’으로 여긴다. 다수 사람이 모두 시장에 참여할 때는 먹을 게(?) 없다고 생각한다. 독립적일 뿐 아니라 남과는 거꾸로 갈 수 있는 역발상의 배짱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남과 같이 간다면 그것은 더는 소수 게임이 아닌 다수 게임이 되기 때문이다.
그레이엄, 버핏, 린치 등 이미 전설이 된 투자 대가가 입을 모아 하는 얘기가 있다. 투자에서 지식보다 중요한 것은 ‘기질’ 혹은 ‘감정 통제력’이라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흥분을 잘 하고 팔랑 귀에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뀌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주식투자가 유망하더라도 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세상 일이 대부분 그렇듯, 결국 주식투자도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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