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로부터 압수해 경매에 나온 김환기의 ‘24-Ⅷ-65 South East’, 오치균의 ‘가을 정류장’, 이대원의 ‘농원’(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압수한 미술품 가운데 주요 작품이 12월 11, 18일 경매에 나온다. K옥션은 수화 김환기의 추상화 ‘24-Ⅷ-65 South East’ 등 80점(17억 원대)을 11일 경매에 부치고, 서울옥션은 전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집에 걸렸던 이대원의 ‘농원’ 등 155점(20억 원대)을 18일 내놓는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품 경매회사인 두 곳은 압수한 미술품 603점을 절반씩 나눠 받았고, 이를 2~3회에 걸쳐 경매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두 경매의 추정가 총액은 약 40억 원. 검찰 압수품이긴 하지만 미술품에 식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 시공사 대표가 모은 작품들이라 관심이 고조된다. 경매회사들은 전 대표가 미술 및 작가에 대한 애정과 안목이 남달랐다며 ‘전재국 미술품 컬렉션’이라는 이름을 달고 홍보에 나섰다. 서울옥션과 K옥션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경매 미술품을 검색하고 서면으로 응찰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들 미술품은 경매를 통해 현금화되면 국고에 귀속된다.
K옥션은 12월 11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경매장에서 김환기, 이응노, 이대원, 변종하, 오치균, 김종학 같은 국내 대표작가뿐 아니라 구본창, 육근병 등 ‘아르비방’ 시리즈의 작가들, 노상균, 류인 등 입체조각 작가들의 작품과 전두환·김대중 전 대통령의 글씨 등 80점(20억 원대)을 한꺼번에 내놓는다.
이번 경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국내 미술시장 ‘황제주’인 김환기의 추상화 ‘24-Ⅷ-65 South East’다. 작가가 1965년 미국 뉴욕에서 제작한 이 작품은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표현하는, 담백한 색조의 모노크롬 형식으로 캔버스에 제작한 유화다. 추정가는 4억5000만~8억 원.
전체 가격 50억~100억 원대
손으로 캔버스에 물감을 두껍게 발라 그림을 그리는 임파스토 기법으로 서정적 느낌을 일깨우는 오치균의 ‘가을 정류장’(1억~2억 원), 문자 추상화로 유명한 이응노의 ‘구성’(3500만~5000만 원), 전통 이미지를 변형한 변종하의 ‘꽃나무’(2000만~4000만 원), 사진작가 배병우의 ‘소나무 경주’(1500만~4500만 원)도 비교적 저가에 경매에 오른다. K옥션은 11일 경매에 이어 12월 13~17일 온라인 경매를 통해 2차 매각을 실시한다. 120여 점은 내년 2월 판매한다.
서울옥션은 12월 18일 오후 3시 서울 평창동 옥션하우스에서 이대원의 ‘농원’과 국보급 고미술품 등 155점(20억 원대)을 내놓는다. 압수한 미술품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18~19세기 조선시대 화가들의 작품을 담은 16폭짜리 화첩. 여기에는 겸재 정선의 걸작 ‘계상아회도(溪上雅會圖)’를 비롯해 현재 심사정, 표암 강세황, 호생관 최북, 북산 김수철 등 조선시대 거장 9명의 작품이 담겨 있다. 예상가는 5억~6억 원.
해외 고가 미술품도 있다. 미국 신표현주의 대표작가인 데이비드 살레, 이탈리아 트랜스 아방가르드 작가인 밈모 팔라디노, 중국 장 샤오강의 작품이 포함됐다. 살레의 ‘무제’는 5000만 원, 스페인 도자인형은 1000만 원에 나온다. 서울옥션 강남점 호림아트센트에서 12월 6~11일, 평창동 본사에서 14~17일 미리 작품을 볼 수 있다. 문의 02-395-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