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0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서울 상암동CGV에서 영화 ‘돈 크라이 마미’를 관람하려고 객석에 앉아 있다.
한편 국내외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성악 전공자도 많다. 우리나라만 해도 민간 오페라단은 영세해 제대로 된 오페라를 공연하기 어렵고, 공연에 나선다 해도 출연료가 턱없이 낮다. 또한 국가가 경영하는 오페라공연장은 제작을 하지 않고 대관에만 의존하는 임대업자로 전락했다. 극장은 좋은 작품을 제작해 관객에게 좋은 호응을 얻을 때 가치가 빛나는데, 그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공연장 수장이 비전문가로 채워지는 것도 좋지 않다. 국립오페라단만 해도 음악과 제작을 책임질 만한 전문가가 없어 기능이 한계에 달했다. 질 높은 오페라 가수는 넘쳐나지만 제작 시스템은 아마추어적이니 좋은 재료가 창고에서 썩는 꼴이다.
학회에서 만난 일본 음악학자들은 한국 성악가의 우월함을 칭송한다. 세계적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오페라가 뮤지컬에 밀려 결국 사양길을 걷지 않겠느냐”는 기자 질문에 “걱정 마라. 다음 세기에는 한국이 있다”며 한국인의 노래 실력을 인정했을 정도다. 실제로 유럽 전역 주요 콩쿠르 수상자 대부분이 한국인이고, 유명한 극장 공연을 한국인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 음악인의 우월성을 모른다.
기초예술 공연 투자 급선무
박근혜 정부는 문화·예술 강국을 표방하며 국가 재정의 2%를 문화예산으로 쓰겠다고 한다. 이 시기에 과연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국가는 기초예술 공연에 투자해야 한다. 오페라는 아무리 큰 극장이라도 공연 횟수가 3~4회밖에 되지 않아 티켓 판매 수입으로는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라 국가와 사회의 후원을 받아 오페라를 제작한다.
이런 선투자가 이뤄진다면 오페라인들은 좋은 오페라를 만들어 세계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극장에만 만족하지 말고 동남아, 미국, 유럽으로 오페라를 수출한다면 오페라를 산업화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오페라와 관련한 음악 행정가들의 활동이 선행돼야 한다.
우리 정서를 고양시키는 오페라에 정치인 관심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한 나라 대통령이 종합예술인 오페라에 관심을 가지고 또 오페라 극장을 찾는다면, 오페라를 산업화하는 데 힘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21세기 문화 중심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을 기대해본다. 위대한 일은 이렇듯 작은 관심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