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itcoin·BCT), 이더리움(Ethereum·ETH) 등 온라인 가상화폐가 연일 최고 몸값을 경신하면서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현황을 보여주는 인터넷 사이트 코인마켓캡(coinmarketcap.com)에 따르면 6월 7일 오후 8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대비 2.51% 떨어진 2828.31달러이며 시가총액은 463억2032만 달러(약 52조964억 원)에 달했다. 이더리움은 262.38달러(시가총액 242억1244만 달러·약 27조2365억 원), 리플은 0.278달러(시가총액 107억7197만 달러·약 12조1173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화폐가 왜 이렇게 몸값이 폭등한 것일까. 가상화폐는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정부가 보증하는 일반화폐와 달리 암호화된 기법을 바탕으로 사이버상에서 거래되는 일종의 전자화폐다.
디지털 상품에서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은 2013년 한때 붐이 일면서 가격이 폭등해 거품논란까지 있었다. 그래서일까. 2014~2015년에는 가격이 다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얼마간 조정을 거친 후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부터 견고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과 시장 참가자들이 그동안 혹독한 검증을 통해 가상화폐 기반기술의 실체 파악을 마친 게 주된 원인이다. 특히 금융거래 안전에 대한 확신이 공고해진 올해 초부터 약진세가 두드러지더니 요즘은 자고 나면 전고점을 갈아치우는 등 기록적인 경신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유심히 봐야 할 대목은 비트코인의 주 수요처가 중국,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지역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일본은 법 개정을 통해 비트코인을 공식 지급 결제수단으로 인정했고 다음 달부터 적용된다. 이로써 일본인은 올해 안에 26만 개 점포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 세계 비트코인 사용처를 지도에 표시해 보여주는 코인맵(coinmap)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쇼핑몰, 커피숍, 레스토랑, 숙박업체 등 비트코인 사용이 가능한 점포가 80여 곳에 불과하다. 그동안 비트코인은 디지털 상품으로 취급돼왔지만 최근 주요국의 정책 변화로 결제와 송금수단인 통화로 이용하는 경우가 확산되는 추세다.
비트코인은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익명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2009년 개발했으며,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푸는 ‘채굴(mining)’로 얻을 수 있다. 초기에는 개인용 컴퓨터로도 채굴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문제가 어려워져 슈퍼컴퓨터 수십 대를 돌려야 1개의 채굴이 가능할까 말까다. 이미 1600만 개가 채굴된 비트코인은 2145년까지 2100만 개까지만 발행된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용이 담긴 블록이 사슬처럼 연결된 거래 장부를 말한다. 보통 기존 금융회사와 거래할 때 장부에 기록된 내용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이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금융회사들은 해킹 위험에 대비해 2중, 3중 안전장치를 통해 거래 장부를 보관하고 있다.
가상화폐는 금융 거래가 완료된 기록이 블록에 저장되고, 블록이 차례로 연결돼 블록체인이 형성된다. 따라서 블록체인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똑같은 거래 내용을 갖고 있고, 거래를 할 때마다 이를 대조하기 때문에 기록 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킹도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상화폐의 선두인 비트코인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이더리움은 러시아 이민자 출신의 캐나다인 비탈리크 부테린이 2014년 개발했다. 이더리움은 1MB로 고정된 비트코인과 달리 블록 크기가 제한돼 있지 않다. 또한 블록이 만들어지는 주기 역시 12초로 비트코인(10분)보다 훨씬 짧아 하나의 블록 안에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한 단계 진화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더리움은 가상화폐 거래만을 위한 비트코인과 달리 블록에 거래 내용뿐 아니라 반복 구문, 조건 등 실행 코드를 포함하고 있어 일종의 프로그래밍 서비스도 가능하다. ‘스마트 콘트렉트(smart contract)’ 전자계약 기능이 그것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계약 내용을 한 번 전자화해 기록해두면 이후에는 위·변조가 불가능해 안전한 계약이행을 보장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더리움을 신탁, 채권, 은행, 보험 등 다양한 금융·보험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투기 광풍(狂風)인가, 대박 기회인가
최근엔 비트코인의 인기에 힘입어 새로운 가상화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700여 종의 신종 가상화폐가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개발, 출시됐지만 결제수단으로 쓰이는 것은 없다. 이들 가상화폐를 사고파는 데 사용되는 결제수단은 비트코인이다. 이 때문에 이더리움은 화폐보다 개발 플랫폼에 더 가깝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가상화폐는 시장에서 주식처럼 거래된다. 하지만 주식과 달리 특별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 가상화폐에 투자하려면 먼저 가상화폐거래소를 정해야 한다. 국내에는 빗썸, 코인원, 코빗 등이 있다. 비트코인은 최소 수량인 0.0001BTC부터 구매할 수 있어 1만 원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더리움은 최소 구매 수량이 0.1EHT에서 시작돼 시세에 따라 달라지지만 최소 3만 원은 있어야 한다.
문제는 가격 급등에 따른 거품논란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연초 대비 270%, 이더리움은 3190% 이상 폭등했다(6월 7일 현재). 변동성도 크고 불투명하기 때문에 급등락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사실. 금융전문가들은 가상화폐의 가격 결정구조가 매우 불분명하기 때문에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통 산업처럼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동하지 않고 적정 가격 기준도 없으며 일정 부분 투기 수요가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라 극심한 가격변동성이 발생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다.
김진화 코빗 이사는 “가상화폐의 글로벌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특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근간이 되고 있다.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체험한다는 차원에서 뮤추얼펀드처럼 조금씩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그렇지만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노리고 한꺼번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국경이 사라지는 시대에 저비용 금융거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화폐시스템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돈의 판도를 바꿀 디지털 화폐의 행보가 다이내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