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9일 국내 증시는 우려에서 시작해 정오의 충격으로 이어졌다. 이날 오전 시장은 전주 금요일 미국과 유럽 증시가 유럽발(發) 재정위기로 일제히 약보합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하락세로 출발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하락폭은 점점 커졌지만, 그 속도는 가파르지 않아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는 조정 장세로 인식했다.
그러나 12시가 조금 넘자 외환시장에서부터 이상 조짐이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0원 이상 급등한 것이다. 물론 전주 달러·유로 환율이 1.30달러까지 하락하며 달러화 강세 흐름이 나타났지만, 국내 원·달러 환율이 장중 10원 이상 급등했다는 것은 분명 뭔가 다른 리스크 요인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국내외 언론이 일제히 북한 소식을 전한 것은 그다음이었다.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 뉴스가 전해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대북(對北) 리스크 우려로 또 한 번 출렁였다. 코스피(KOSPI)지수는 장중 80포인트 이상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20원 이상 급등했다.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그대로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오후 들어 국내 기관과 연기금이 주식 매수에 나서면서 주식 시장은 낙폭을 줄였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폭이 다소 축소됐다. 그러나 이날 시장은 국내 증시의 경우 전일 대비 63포인트 하락, 원·달러 환율은 16원20전 상승으로 마감했다. 대북 리스크에 따른 불안심리가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결과였다.
분단국가인 한국에 북한은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에서 가장 불확실한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이다. 우리나라가 10위권 안팎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지만 그동안 선진국 증시로 편입되지 않은 이유는 북한이라는 리스크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간 수차례에 걸쳐 발발한 대북 리스크는 일시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그 영향이 오랫동안 지속되진 않았다. 국내 금융시장은 일주일 이내에 원래 추세선이나 경기 사이클로 회귀하는 경향마저 나타난다. 대부분의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김정일 사망 이후 단시일 내에 주가와 환율, 금리 등 주요 가격 변수가 원래 추세선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다. 2011년 12월 19일 오후에 기관이 주식 매수에 나선 것 역시 과거 대북 리스크에서 경험했던 여러 번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1992년 이후 국내 금융시장에서 북한과 관련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한 것은 모두 23차례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지 도발이나 미사일 발사, 핵 실험 등 우리나라의 안보를 위협하는 시도였다. 1996년 9월 강릉 잠수함 침투, 1999년 6월과 2002년 6월 발발한 두 차례의 연평해전, 2003년 2월과 2006년 7월의 동해상 미사일 발사, 2006년 10월과 2009년 5월 실시한 핵 실험 등 그것이다. 가장 최근 발발한 대북 리스크는 2009년 11월 서해교전(대청해전)과 2010년 3월의 천안함 격침, 11월의 연평도 포격 등이 있었다.
어려운 상황서 시장 참여자 심리적 불안 야기
이러한 대북 리스크 발발 직후의 코스피지수 추이를 살펴보면, 리스크 발발 당일에는 전반적으로 하락장을 기록했지만 일주일 내에 원래 수준을 회복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이 단기간에 안정을 되찾으면서 외국인의 증권 투자 역시 일주일 이내에 대북 리스크 이전 수준까지 곧바로 회복했다.
물론 상당수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김정일 사망은 과거의 대북 리스크와 성격이 다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지 도발이나 핵 실험과 달리 이번 사건은 북한 최고지도부의 권력교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내부 권력다툼이 발생할 수도 있고,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달을 경우 한국과의 무력충돌이 발생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
다행스럽게도 금융시장에서 북한 내부 권력다툼에 대한 우려는 중국 지도부에서 북한 지도부에 보낸 조전의 내용이 공개되면서 어느 정도 반감된 분위기다. 조전의 핵심 내용은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대한 권력 승계를 인정하고, 북한과 중국의 혈맹관계를 더 돈독히 하자는 것이었다.
대외적으로는 아직까지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강대국 사이에 힘의 균형이 유지되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한국 경제 규모가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보다 약 3.5배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북한이 전면적 성격의 무력도발을 벌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시장 주변에서는 힘을 얻는다. 이렇듯 현재 한반도의 대내외 정황을 감안한다면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곧바로 남북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다시 예전 사례를 분석한 결과로 돌아가보자. 대북 리스크가 발생한 이후 단기간에 기존 추세로 회귀한 금융시장은 이후 경기 사이클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당일에 과거 대북 리스크 시점보다 주가 하락폭과 환율 상승폭이 컸던 이유도 현재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대내외의 불확실성 요인이 한꺼번에 겹쳤기 때문이다.
먼저 대외 불확실성 요인으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유럽 재정위기가 있다. 유럽 위기의 고조로 글로벌 증시 전체에서 전반적인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뿐 아니라 유로화의 약세로 달러·유로 환율이 1.30달러에 근접하면서 달러화에 대한 선호가 증가했고, 이는 결국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내부 불확실성 요인으로는 선행 사이클의 상승 탄력이 약화되는 점을 들 수 있다. 2010년 1월을 고점으로 선행 사이클은 둔화하고 2011년 2분기를 저점으로 상승하리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성장 둔화가 겹치면서 본격적인 상승 모멘텀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렇듯 국내 증시의 상승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장 참여자의 심리적 불안을 야기한 까닭에 과거의 대북 리스크보다 시장의 회피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시장에 김정일 위원장 사망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 셈이다.
그러나 12시가 조금 넘자 외환시장에서부터 이상 조짐이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0원 이상 급등한 것이다. 물론 전주 달러·유로 환율이 1.30달러까지 하락하며 달러화 강세 흐름이 나타났지만, 국내 원·달러 환율이 장중 10원 이상 급등했다는 것은 분명 뭔가 다른 리스크 요인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국내외 언론이 일제히 북한 소식을 전한 것은 그다음이었다.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 뉴스가 전해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대북(對北) 리스크 우려로 또 한 번 출렁였다. 코스피(KOSPI)지수는 장중 80포인트 이상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20원 이상 급등했다.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그대로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오후 들어 국내 기관과 연기금이 주식 매수에 나서면서 주식 시장은 낙폭을 줄였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폭이 다소 축소됐다. 그러나 이날 시장은 국내 증시의 경우 전일 대비 63포인트 하락, 원·달러 환율은 16원20전 상승으로 마감했다. 대북 리스크에 따른 불안심리가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결과였다.
분단국가인 한국에 북한은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에서 가장 불확실한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이다. 우리나라가 10위권 안팎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지만 그동안 선진국 증시로 편입되지 않은 이유는 북한이라는 리스크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간 수차례에 걸쳐 발발한 대북 리스크는 일시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그 영향이 오랫동안 지속되진 않았다. 국내 금융시장은 일주일 이내에 원래 추세선이나 경기 사이클로 회귀하는 경향마저 나타난다. 대부분의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김정일 사망 이후 단시일 내에 주가와 환율, 금리 등 주요 가격 변수가 원래 추세선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다. 2011년 12월 19일 오후에 기관이 주식 매수에 나선 것 역시 과거 대북 리스크에서 경험했던 여러 번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1992년 이후 국내 금융시장에서 북한과 관련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한 것은 모두 23차례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지 도발이나 미사일 발사, 핵 실험 등 우리나라의 안보를 위협하는 시도였다. 1996년 9월 강릉 잠수함 침투, 1999년 6월과 2002년 6월 발발한 두 차례의 연평해전, 2003년 2월과 2006년 7월의 동해상 미사일 발사, 2006년 10월과 2009년 5월 실시한 핵 실험 등 그것이다. 가장 최근 발발한 대북 리스크는 2009년 11월 서해교전(대청해전)과 2010년 3월의 천안함 격침, 11월의 연평도 포격 등이 있었다.
어려운 상황서 시장 참여자 심리적 불안 야기
이러한 대북 리스크 발발 직후의 코스피지수 추이를 살펴보면, 리스크 발발 당일에는 전반적으로 하락장을 기록했지만 일주일 내에 원래 수준을 회복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이 단기간에 안정을 되찾으면서 외국인의 증권 투자 역시 일주일 이내에 대북 리스크 이전 수준까지 곧바로 회복했다.
물론 상당수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김정일 사망은 과거의 대북 리스크와 성격이 다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지 도발이나 핵 실험과 달리 이번 사건은 북한 최고지도부의 권력교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내부 권력다툼이 발생할 수도 있고,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달을 경우 한국과의 무력충돌이 발생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
다행스럽게도 금융시장에서 북한 내부 권력다툼에 대한 우려는 중국 지도부에서 북한 지도부에 보낸 조전의 내용이 공개되면서 어느 정도 반감된 분위기다. 조전의 핵심 내용은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대한 권력 승계를 인정하고, 북한과 중국의 혈맹관계를 더 돈독히 하자는 것이었다.
대외적으로는 아직까지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강대국 사이에 힘의 균형이 유지되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한국 경제 규모가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보다 약 3.5배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북한이 전면적 성격의 무력도발을 벌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시장 주변에서는 힘을 얻는다. 이렇듯 현재 한반도의 대내외 정황을 감안한다면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곧바로 남북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다시 예전 사례를 분석한 결과로 돌아가보자. 대북 리스크가 발생한 이후 단기간에 기존 추세로 회귀한 금융시장은 이후 경기 사이클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당일에 과거 대북 리스크 시점보다 주가 하락폭과 환율 상승폭이 컸던 이유도 현재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대내외의 불확실성 요인이 한꺼번에 겹쳤기 때문이다.
먼저 대외 불확실성 요인으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유럽 재정위기가 있다. 유럽 위기의 고조로 글로벌 증시 전체에서 전반적인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뿐 아니라 유로화의 약세로 달러·유로 환율이 1.30달러에 근접하면서 달러화에 대한 선호가 증가했고, 이는 결국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내부 불확실성 요인으로는 선행 사이클의 상승 탄력이 약화되는 점을 들 수 있다. 2010년 1월을 고점으로 선행 사이클은 둔화하고 2011년 2분기를 저점으로 상승하리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성장 둔화가 겹치면서 본격적인 상승 모멘텀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렇듯 국내 증시의 상승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장 참여자의 심리적 불안을 야기한 까닭에 과거의 대북 리스크보다 시장의 회피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시장에 김정일 위원장 사망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