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해 동안 가장 유행한 건강기능식품을 꼽으라면 단연 프로바이오틱스일 것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체내에서 건강에 좋은 작용을 하는 살아 있는 균을 지칭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프로바이오틱스는 대부분 유산균이기 때문에 유산균을 흔히 프로바이오틱스라 부른다.
유산균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칭송받아왔다. 페르시아 지역에서는 아브라함이 매일 요구르트를 먹어 장수하고 오랫동안 생식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구전된다. 이후 20세기 초 러시아 면역학자 메치니코프가 유산균이 건강에 좋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유산균 제품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건강기능식품이 됐다.
우리나라에도 ‘장이 건강해야 오래 산다’는 말이 있다. 유산균을 꾸준히 복용하면 면역 기능이 향상되고 고지혈증, 당뇨 같은 대사증후군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 장에는 원래부터 많은 종류의 유익균이 살고 있다. 이들은 장 기능을 건강하게 유지해주고 외부 물질의 침입이나 감염 등에 대항한다. 알코올 섭취, 스트레스, 항생제 복용 등으로 장내 유익균이 사멸하거나 세균총(소화기관에 사는 박테리아 집단)의 균형이 무너지면 각종 장질환이 발생하고 면역 기능까지 떨어져 여러 질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된다. 이때 유산균을 복용하면 유익균 증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유산균은 여성의 질 건강을 관리하는 데도 쓰인다. 질 내 환경을 산성으로 유지해 외부에서 질 안으로 침입하는 균을 막는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마치 위산이 각종 세균과 독소를 무력화하는 것과 같다. 감염성 질염은 질을 산성으로 유지하는 락토바실리(lactobacilli)라는 유산균이 없어졌을 때 혐기성 세균이나 곰팡이가 증식해 발생하는 질병이므로, 유산균이 질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겠다.
문제는 유산균이 좋다고 하니 제대로 효과가 규명되지 않은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까지 쓰인다는 점이다. 저명한 영양학 저널 ‘미국임상영양학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는 최근 이러한 유산균의 무분별한 사용이 때론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논문이 실렸다. 유산균은 종류가 매우 다양해 균주마다 작용이 각기 다를 수 있고, 같은 균주라도 어떻게 배양했는지에 따라 기능이 천차만별일 수 있다. 그래서 특정 유산균을 투여해 질병 예방 및 치료 효과를 봤다고 해도 다른 유산균이 같은 효능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이 논문의 주장이다.
또 인과관계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된 환자나 심혈관계 질환이 심각한 환자가 살아 있는 유산균을 다량 섭취하면 유산균이 세균성 혈액 감염을 일으켜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런 사례가 여러 건 보고된 바 있다. 주로 발치를 한 노인이나 심장 수술을 한 어린이 등 면역력이 저하되고 세균 감염에 취약한 환자가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미숙아와 말기암, 심장판막질환, 만성장염질환 환자 등은 유산균 복용을 주의하라고 권한다.
유산균은 약이 아니며 특정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균주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또 유산균 마릿수가 많을수록 좋다는 광고가 대부분이지만 반면, 너무 과하면 오히려 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반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가 장에 도달해 유익균 증식, 유해균 억제 기능을 하려면 하루 108~1010CFU(세균 개체수) 정도 섭취하면 된다. 유산균 제품은 대부분 의약품이 아니어서 온라인상으로 판매가 가능해 제품의 장점만 부각시킨 광고에 혹하기 쉬우므로 전문가와 상담해 적절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