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 하루히사(半田晴久·66)는 르네상스 시기 만능 재주꾼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연상케 하는 일본인이다. 1951년 효고현에서 태어난 그의 직업은 수십 개다. 예술가이면서 복지활동가, 사업가, 종교인, 골프 자선활동가, 평론가, 바리톤 오페라 가수, 화가, 시인, 일본의 전통 연극 노(能) 연기자에 극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이름도 서너 개인데 예술이나 종교활동을 할 때는 후카미 토슈(深見東州), 공익활동이나 사업 및 학술활동을 할 때는 한다 하루히사, 극단 운영이나 소설가, 시인 등 문예활동을 할 때는 토토 아미(戸渡阿見)와 필명 레오나르도 토슈를 쓴다. 후카미 세이잔(深見青山)이란 필명도 있다.
일본 교토 도시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무사시노아카데미에서 음악을 공부한 뒤 서호주 이디스카원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중국 칭화대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다양한 나라에서 교육을 받고 경험을 쌓아서인지 활동도 세계적이다. 그의 이름이 찍힌 저서만도 220권이 넘고, 7개 국어로 번역 출간됐다.
한다는 다양한 비영리단체(NPO)를 설립했다. 1996년 국제예술문화재단(IFAC) 등을 만들어 음악, 예술 공연을 후원했다. 골프와 인연은 88년 일본블라인드골프협회(JBGA)를 창설하면서부터다. 시각장애인에게 골프의 기회를 부여하는 JBGA는 일본 외 다른 나라에서도 공감을 얻으면서 10년 뒤 세계블라인드골프협회(IBGA)로 확대됐다.
2006년 국제스포츠협력재단(ISPS)을 만들어 남녀 골프 이벤트를 다양하게 개최하고 후원해 호주에서는 골프 호주 총재 겸 대사를 맡고 있다.
2009년 ISPS뉴질랜드여자오픈을 열고 이듬해인 2010년부터 ISPS한다호주여자오픈을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와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등과 공동 개최했다. 2012년에는 유러피언투어(EPGA)로 서호주 퍼스에서 ISPS한다퍼스인터내셔널을 처음 열었다. 2회째인 2013년 대회에서는 한국 정연진이 우승했다.
정작 일본에서는 골프 대회 개최가 늦은 편이다. 2010년 한다컵 한일중고골프선수권을 시작으로 주니어 및 시니어 대회를 후원하다 지난해부터 일본골프투어(JGTO) 정규 대회인 한다글로벌컵을 열었다. 말하자면 ISPS한다의 이름으로 매년 LPGA, LET, EPGA, JGTO까지 열린다.
ISPS한다재단은 볼링과 골프를 주제로 전 세계에서 문화 및 교육 사회사업을 벌인다. 국적을 초월해 인류애 차원에서 다양한 단체와 교류, 협력하고 있다. 남아프라카공화국 넬슨만델라어린이재단과 함께 넬슨만델라챔피언십도 조성했으며, 세계 각 골프투어 기구와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ISPS한다재단의 목표는 거창하다. 첫째, ‘스포츠의 힘’을 극대화해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 둘째, 골프를 통해 시각장애인 등 장애인의 자긍심을 높인다. 셋째, 장애인 대상 글로벌아카데미로 교육을 확대한다. 넷째, 장애인 스포츠를 육성한다. ISPS한다재단은 동남아에 한다메디컬센터와 라오스의 간호학교도 설립했다.
2월 16일 호주에서 열린 남녀 국제 골프 대회에 ISPS한다재단 이름이 내걸렸다. LPGA투어 한다호주여자오픈, EPGA 월드슈퍼6퍼스를 동시에 개최한 것. 뜻을 올바르게 세워 일관되게 사업을 추진한다면 스포츠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다양하고 많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