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자가 제로(0)에 가깝다고 하지만, 은행이자를 뛰어넘는 투자수익을 얻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량주 장기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기투자를 통한 복리야말로 직장인이 가장 쉽고 안전하게 돈을 불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연복리 5%를 기대하면서 매달 조금씩 저축해 60세에 1억 원을 모으려 한다고 가정할 때 30세에 투자를 시작하면 매달 약 13만1200원이 필요하지만 40세에 시작하면 약 26만 원, 50세에 시작하면 약 67만 원이 필요하다. 즉 30세부터 30년 투자할 경우 총 투자원금은 약 4700만 원인 데 비해, 50세부터 10년 투자할 경우 총 투자원금은 8000만 원에 달한다. 이것이 바로 복리의 마술이다. 투자기간이 길수록 평균 위험도 줄어든다. 여기에 적립식투자로 시간 분산 효과까지 더해지면 위험이 더 줄어들 수 있다.
한 가지 복병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위 경우를 보면 매달 투자하는 원금에서 발생하는 5% 수익은 결코 많지 않다. 예를 들어 13만1200원의 1년 뒤 5%는 6560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자가 다시 이자를 낳는 복리는 그때부터 다시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 결과 6560원의 5%인 328원을 얻을 수 있다. 즉 328원은 첫 달 13만1200원을 넣고 2년을 기다려 얻은 최초의 복리이자다.
일시 중지보다 해지 후 MMF로 갈아타라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인내해야 이자가 이자를 낳는 복리효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을까. 물론 구체적인 수익률(이자)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0년은 지나야 조금이나마 복리 효과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때부터 복리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총 적립금(순수 원금+복리이자)이 눈에 띄게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상향하는 복리 곡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팔라져 20~30년이 지나면 급격히 치솟는다.따라서 투자를 한 후 최초 10년은 실질적인 복리 효과의 시작점이다. 특히 한국은 물론 세계경제의 변동성이 증가해 10년 내 2~3번 이상 주가 폭락기가 온다고 예상하면 10년 투자로 원하는 결과를 얻기도 쉽지 않다. 그때부터 다시 10, 20년을 인내해야만 마침내 꿀맛 같은 열매를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익기 전 따버리면 과일의 떫은맛만 보고 끝날 것이다. 그래서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금융상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형 퇴직연금(IRP), 연금저축계좌, 저축성변액보험 등)은 대부분 어느 정도 강제 유지 장치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이 때로는 큰 손해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상품에 가입하기 전 포트폴리오 구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필자가 복리를 일명 ‘독이 든 사과’로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복리상품을 골라야 할까. 일반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보면 먼저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후진국 주식에 장기투자하는 적립식펀드를 추천한다. 현재 이들 국가의 경제지표는 한국의 1970년대, 80년대 수준으로 최소 10년 이상, 20~30년 장기투자에 적격이다. 중국도 여전히 유망하다. 하지만 중국은 문어발식 기업 확장에 따른 후유증이 경계되는 만큼 장기투자로 접근하기보다 3년 정도가 적당하다.
한편 해외펀드에 장기투자를 하면 환율 변동 위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해당 국가의 성장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화폐가치도 함께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중간에 중단하더라도 특별한 불이익이 없다. 중도해약도 마찬가지다. 다만 중도해약을 하면 환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구체적인 투자기간에 따라 환매수수료를 부담해야 할 수도 있으니 미리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해약 없이 잠시 중단하는 경우라도 그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적립식투자의 위험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차라리 펀드를 해약해 투자금을 회수한 후 좀 더 안전한 채권형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으로 옮겨놓는 것이 나을 수 있다.
국내 주식이나 펀드를 찾는다면 코스피보다 코스닥 중심의 중·소형주를 추천한다. 장기적 측면에서 이미 성숙한 대기업보다 벤처 중심의 유망 중소기업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직접투자보다 중·소형주 유형의 적립식펀드가 안정적이다.
변액보험, 투자기간 길수록 수수료 줄어들어
연금저축계좌나 IRP도 장기투자를 위해 만들어졌다. 특히 직장인에게는 소득공제를 통한 절세 혜택이라는 당근도 함께 주어진다. 다만 IRP는 특별한 조건이 아니라면 중도해약이나 인출이 제한되고, 연금저축계좌는 투자기간에 따라 해지가산세를 부담해야 한다. 잠시 납부를 중단하는 것은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물론 이 경우에도 중지 전까지 투자금을 연금저축계좌나 IRP계좌 내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펀드에 이전해놓는 것이 좋다. 특히 위에서 설명한 해외펀드의 경우 연금저축계좌나 IRP계좌를 통해 투자할 수도 있다. 또한 앞으로 이들 계좌를 통해 투자할 수 있는 펀드 종류가 계속 추가될 수 있으니 관련 정보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장기투자상품 가운데 강제성이 가장 높은 상품은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저축성변액보험(변액연금, 변액유니버설보험)이다. 변액보험은 판매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을 뿐 아니라 수수료를 투자원금에서 공제하기 때문에 복리 효과 시작점이 가장 늦게 도래한다. 또한 납부를 잠시 중단할 수는 있지만 납부 중단 조건과 기간이 정해져 있어 불편하다. 결과적으로 저축성변액보험은 장기투자 리스크가 가장 높은 상품이다.
그러나 모든 금융상품은 저마다 존재 이유가 있으며, 저축성변액보험 역시 다른 금융상품과 차별화된 장점을 지닌다. 10년 이상 장기투자할 경우 완전 비과세 혜택이나 종신 연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점, 가입과 동시에 해당 상품에 편입된 국내외 다양한 펀드 투자나 이전 등 펀드 관리가 상대적으로 편리하다는 점, 추가납부보험료 제도를 잘 활용하면 납부 중단의 유연성 확보는 물론, 수수료를 최대 3분의 1까지 낮출 수 있다는 점, 장기투자가 길어질수록 투자원금 대비 수수료가 낮아진다는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장기투자상품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비과세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비과세해외펀드)다. 2018년까지 가입할 수 있는 ISA는 최대 5년 동안 연간 2000만 원 한도로 총 1억 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가입기한이 2017년까지인 비과세해외펀드도 투자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10년이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했듯 장기투자상품의 실제 시작점이 10년 정도 지났을 때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상품을 장기투자라 하기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이 상품들은 절세 효과가 뛰어나 장기투자를 위한 중간 경유 상품으로 활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