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는 하나의 참고 지표다. 여론조사 결과가 곧 의사결정을 뜻하지는 않는다. 매순간 흔들리는 여론의 특정 시점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옳다. 여론조사 맹신론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어제와 오늘의 여론조사 결과가 다를 수 있고, 내일은 오늘과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게 여론조사다. 표본오차를 감안해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여론조사 무용론을 펴는 것도 옳지 않다. 과학적 조사 기법을 충실하게 따른 여론조사 결과는 모집단 전체의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추정해볼 수 있는 가장 적확한 정보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은 매월 둘째 주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차기 조사)를 발표한다. 한국갤럽 인터넷 홈페이지(www.gallup.co.kr)에 들어가면 누구나 관련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반 총장은 5월 말 한국 방문 때 사실상 대권행보와 다름없는 행보를 보인 것이 계기가 된 듯하다. 손 전 고문도 4월 총선 이후 측근들에게 “정치 판을 바꿔야 한다”는 등 정계 복귀를 암시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그 스스로도 정치 행보를 해왔기에 ‘차기 정치 지도자’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의 지지율은 독보적이다. 6월 26%, 7월 27%, 8월 28%를 나타냈다. 그에 비해 손 전 고문의 지지율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6월 3%였고, 7월과 8월에는 각각 4%를 보였다. 반 전 총장에 이어 지지율 2위를 기록 중인 차기 주자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다. 지난 9개월 동안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최저 15%, 최고 18%의 박스권에 묶여 있다. 견고한 지지세라고 볼 수 있지만, 2012년 대통령선거(대선) 때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던 높은 인지도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지지율이 정체됐다는 것은 확장성이 낮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문 전 대표에 비해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지난 9개월 동안 지지율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을 탈당한 지난해 12월 10%였던 지지율은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20대 총선에서 정당지지율 2위, 의석수 38석으로 원내 제3당 지위를 확보하면서 21%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등이 불거져 당대표에서 물러난 뒤 8월 조사에서는 8%로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였다.
안 의원이 상승과 하락이란 롤러코스터를 탔다면,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급전직하한 경우다. 지난해 12월 15% 지지율로 문 전 대표와 공동 1위를 차지한 그는 4월 총선 직후 3%로 지지율이 고점 대비 5분의 1로 하락했고, 6월에는 2%까지 하락했다 8월 3%를 기록했다. 김 의원은 8월부터 전국을 돌며 민생행보로 지지율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여권 차기 주자 가운데 한 자릿수 범위 내에서 지지율 롤러코스터를 탄 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4월 총선 직전 9%까지 올랐던 지지율은 총선 패배 이후 4%(6월)까지 하락했고 8월 조사에서는 5%로 소폭 반등해 새누리당 당적을 가진 차기 주자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밖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12월 12% 지지율을 기록한 이후 올해 들어 한 자릿수로 하락했고 총선 이후 6%대 지지율을 다섯 달째 기록 중이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로만 보면 여야 대선후보가 난립해 다자구도로 내년 대선을 치를 경우 반 총장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여권 일각, 특히 당내 주류로 확실하게 당을 장악한 친박근혜(친박)계가 반 총장 영입론을 펴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는 가장 확실한 대선후보를 내세워 정권 재창출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임기를 마친 뒤 반 총장이 대선 출마 여부와 어느 정당 후보로 나설 것인지를 결정하는 두 번의 선택을 전제로 한 얘기다.
“문 전 대표가 야권 주자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은 당연하다. (2012년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박근혜 대통령과 맞서며 쌓은 높은 인지도가 10%대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문 전 대표의 한계가 딱 거기까지다. 무난하지만 확장성이 부족해 대선에서 승리를 가져오기 어렵다.”
더민주 비문 진영에서 ‘문재인 필패론’이 퍼지고 있는 상황을 간파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 진지론’을 앞세워 문재인 흔들기에 나섰다. 문 전 대표를 직접 공격하는 방식이 아닌, 반(反)문재인 전선의 형성을 통한 비토론 확산이 그것이다. 박 위원장은 정계 복귀를 앞둔 손 전 고문을 만나고, 박원순 시장에게 ‘함께하자’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갤럽의 8월 여론조사 결과는 안철수(8%)+박원순(6%)+손학규(4%) 야권 세 후보의 지지율 합이 문 전 대표의 지지율 16%를 넘어선다. 8월 지지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 문 전 대표를 꺾고 야권 대표주자로 대선 본선에 나서려면 안철수, 박원순, 손학규 세 주자가 손을 잡아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안 의원은 야권은 물론, 여권 비박근혜(비박)계까지 아우르려는 큰 포부를 가진 듯하다. 8월 23일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안 전 대표가 확실히 변모하면 힘을 합칠 수 있다”며 안 의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양극단이 정권을 잡는다면 이 나라는 불행한 사태를 맞을 것”이라면서 “양극단을 제외한 합리적인 개혁을 원하는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화답했다. 안 의원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여권 친박계, 야권 친문(친문재인)계를 양극단으로 규정하고 여야의 비박, 비문을 한데 묶는 빅텐트론을 편 것으로 해석된다. 야권을 넘어 여권 비박계까지 아우르려는 안철수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은 매월 둘째 주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차기 조사)를 발표한다. 한국갤럽 인터넷 홈페이지(www.gallup.co.kr)에 들어가면 누구나 관련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대선주자 반기문과 손학규의 등장
8월 둘째 주 발표 자료에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약 9개월간의 결과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차기 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6월부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정계 은퇴한 더불어민주당(옛 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차기 정치 지도자’ 후보군에 포함된 점.반 총장은 5월 말 한국 방문 때 사실상 대권행보와 다름없는 행보를 보인 것이 계기가 된 듯하다. 손 전 고문도 4월 총선 이후 측근들에게 “정치 판을 바꿔야 한다”는 등 정계 복귀를 암시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그 스스로도 정치 행보를 해왔기에 ‘차기 정치 지도자’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의 지지율은 독보적이다. 6월 26%, 7월 27%, 8월 28%를 나타냈다. 그에 비해 손 전 고문의 지지율은 아직 미미한 편이다. 6월 3%였고, 7월과 8월에는 각각 4%를 보였다. 반 전 총장에 이어 지지율 2위를 기록 중인 차기 주자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다. 지난 9개월 동안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최저 15%, 최고 18%의 박스권에 묶여 있다. 견고한 지지세라고 볼 수 있지만, 2012년 대통령선거(대선) 때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던 높은 인지도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지지율이 정체됐다는 것은 확장성이 낮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문 전 대표에 비해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지난 9개월 동안 지지율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을 탈당한 지난해 12월 10%였던 지지율은 국민의당을 창당하고 20대 총선에서 정당지지율 2위, 의석수 38석으로 원내 제3당 지위를 확보하면서 21%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등이 불거져 당대표에서 물러난 뒤 8월 조사에서는 8%로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였다.
안 의원이 상승과 하락이란 롤러코스터를 탔다면,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급전직하한 경우다. 지난해 12월 15% 지지율로 문 전 대표와 공동 1위를 차지한 그는 4월 총선 직후 3%로 지지율이 고점 대비 5분의 1로 하락했고, 6월에는 2%까지 하락했다 8월 3%를 기록했다. 김 의원은 8월부터 전국을 돌며 민생행보로 지지율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여권 차기 주자 가운데 한 자릿수 범위 내에서 지지율 롤러코스터를 탄 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4월 총선 직전 9%까지 올랐던 지지율은 총선 패배 이후 4%(6월)까지 하락했고 8월 조사에서는 5%로 소폭 반등해 새누리당 당적을 가진 차기 주자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밖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12월 12% 지지율을 기록한 이후 올해 들어 한 자릿수로 하락했고 총선 이후 6%대 지지율을 다섯 달째 기록 중이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로만 보면 여야 대선후보가 난립해 다자구도로 내년 대선을 치를 경우 반 총장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여권 일각, 특히 당내 주류로 확실하게 당을 장악한 친박근혜(친박)계가 반 총장 영입론을 펴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는 가장 확실한 대선후보를 내세워 정권 재창출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임기를 마친 뒤 반 총장이 대선 출마 여부와 어느 정당 후보로 나설 것인지를 결정하는 두 번의 선택을 전제로 한 얘기다.
反文전선 만드는 박지원의 ‘대선 진지론’
그렇다면 야권은 어떨까. 10% 중·후반대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기록 중인 문 전 대표가 야권 주자 가운데 가장 앞서 있다. 그러나 더민주 일각, 특히 비문재인(비문) 진영에서는 ‘무난한 문 전 대표가 대선후보가 되면 무난하게 진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1997년과 2002년 두 번의 대선에서 실패한 당시 이회창 후보처럼 될 수 있다는 게 비문 진영의 생각이다. 비문 진영 한 인사의 얘기.
“문 전 대표가 야권 주자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은 당연하다. (2012년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박근혜 대통령과 맞서며 쌓은 높은 인지도가 10%대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문 전 대표의 한계가 딱 거기까지다. 무난하지만 확장성이 부족해 대선에서 승리를 가져오기 어렵다.”
더민주 비문 진영에서 ‘문재인 필패론’이 퍼지고 있는 상황을 간파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 진지론’을 앞세워 문재인 흔들기에 나섰다. 문 전 대표를 직접 공격하는 방식이 아닌, 반(反)문재인 전선의 형성을 통한 비토론 확산이 그것이다. 박 위원장은 정계 복귀를 앞둔 손 전 고문을 만나고, 박원순 시장에게 ‘함께하자’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갤럽의 8월 여론조사 결과는 안철수(8%)+박원순(6%)+손학규(4%) 야권 세 후보의 지지율 합이 문 전 대표의 지지율 16%를 넘어선다. 8월 지지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 문 전 대표를 꺾고 야권 대표주자로 대선 본선에 나서려면 안철수, 박원순, 손학규 세 주자가 손을 잡아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안 의원은 야권은 물론, 여권 비박근혜(비박)계까지 아우르려는 큰 포부를 가진 듯하다. 8월 23일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안 전 대표가 확실히 변모하면 힘을 합칠 수 있다”며 안 의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양극단이 정권을 잡는다면 이 나라는 불행한 사태를 맞을 것”이라면서 “양극단을 제외한 합리적인 개혁을 원하는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화답했다. 안 의원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여권 친박계, 야권 친문(친문재인)계를 양극단으로 규정하고 여야의 비박, 비문을 한데 묶는 빅텐트론을 편 것으로 해석된다. 야권을 넘어 여권 비박계까지 아우르려는 안철수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