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조사한 연령별 행복지수 결과를 보면 50대가 가장 행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행복지수는 경제적 부담과 일의 강도가 센 40대 때 최저점을 찍고, 50대부터는 조금씩 높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 50대는 그동안 자신이 이룬 업적에 뿌듯함을 느끼며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세대였지만, 지금 50대는 은퇴 준비는커녕 여전히 경제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는 마치 마라톤을 거의 다 완주했는데 갑자기 골라인이 사라져버린 것과 같다. 더욱이 50대의 재테크는 혼돈 그 자체다. 답답하고 막막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은퇴 준비는 50대가 직면한,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일이기에 다섯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월적립식 연금보험은 피하자. 아직도 안정적인 연금자산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불안에 쫓겨 연금보험이나 저축성변액보험 같은 보험상품에 덜컥 가입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결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월적립식 저축성보험은 최소 10년 이상 납부와 5년 이상 거치기간이라는 조건이 붙기 때문에 납부 여력이 없는 경우 자칫 중도 해지할 가능성이 높다. 납부기간이 3년이나 5년인 상품도 있으나 선택의 폭이 좁고 사업비까지 감안하면 제대로 된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연금 알뜰하게 활용하기
둘째, 국민연금을 활용한 세 가지 방법을 염두에 두자. 3월 기준 20년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이 받는 노령연금은 평균 88만3000원으로 결코 적잖다. 특히 직장인의 국민연금은 사업주가 보험료 50%를 대신 부담하기 때문에 가입과 동시에 그만큼의 수익률을 확정하는 셈이다. 또한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수령하는 국민연금이 조금씩 높아지는 것도 장점이다.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첫 번째 방법은 추납, 즉 본인의 국민연금 가입 경력 가운데 실직 등으로 납부를 유예받았던 기간의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이다. 물론 과거 납부유예를 받았던 적이 있어야 가능하다. 추납보험료는 ‘추납신청월의 보험료X추납신청월수’만큼 부과되며 그 전액을 일시에 납부하거나 금액이 많은 경우에는 정기예금이자를 가산해 분할납부할 수 있다.반납제도를 활용해 중간에 반환일시금으로 찾아 썼던 금액을 반납하는 방법도 있다. 1999년 이전 국민연금에 가입한 경우 가입자 자격 상실 후 1년이 경과하면 반환일시금을 청구할 수 있었다. 지금의 50대 가운데 이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이 꽤 많다. 특히 반납제도를 활용하면 본인의 평균 소득 월액 대비 수령 연금액의 비율을 뜻하는 ‘소득대체비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 고갈에 대한 걱정으로 소득대체비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소득대체비율이 높은 예전 가입기간을 복원하면 납부한 보험료 대비 혜택도 많아지면서 그만큼 연금수령액도 늘릴 수 있다.
‘임의가입제도’를 활용해 배우자를 국민연금에 가입케 하는 방법도 있다. 다른 공적연금 가입자 등 국민연금법에서 정한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배우자라면 현재 지역가입자 소득 가운데 중위권 소득인 월 99만 원에 해당하는 월 8만9100원을 납부해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그렇게 10년 이상 채우면 현재 가치로 매월 18만 원 정도를 국민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임의가입 건수는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물론 형편이 되면 월 보험료를 최고 37만8800원까지 높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목돈 있다면 월지급식 금융상품 유리
셋째, 주택연금을 고려하자.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주택시장에도 ‘다운사이징’ 바람이 불고 있다. 만약 대형 평형을 소유하고 있다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집 규모를 줄이길 권한다. 물론 평형과 관계없이 시가 9억 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지만, 규모를 줄이면 별도의 여유자금도 확보할 수 있어 좋다. 그 비용으로 상가나 주택이 함께 있는 상가주택을 마련해 이를 주택연금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 물론 주택으로 사용하는 면적이 총 면적의 절반을 넘어야 하지만 상가를 통한 임대수입과 주택연금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하지만 다세대주택(혹은 상가주택) 투자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 현재 은퇴에 직면한 사람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인 만큼 자칫 초과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실률이 증가하면 건축과정에서 일어난 대출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고, 건물 처분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넷째, 증권사나 보험사에 한꺼번에 목돈을 납부하는 대신 당월부터 연금이 지급되는 월지급식 금융상품을 활용하자. 증권사 투자상품의 경우 원금을 활용해 얻은 수익을 이자처럼 지급하는 방식인지, 아니면 원금도 함께 분할해 지급하는 방식인지를 잘 알아봐야 한다. 자칫 투자 상품의 리스크를 부담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험상품이라면 반드시 최저보증이율을 살펴봐야 한다. 당연히 최저보증이율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최근에는 일시납 즉시지급형 연금상품이면서 연금수령을 늦출수록 원래 지급될 연금액이 확정이율로 불어나는 상품도 등장했다. 어쨌든 금리와 연계되는 금융상품은 가급적 빨리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현재 분위기상 해당 금융상품에 적용되는 금리가 점점 낮아지기 때문이다. 금리가 평생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다섯째, 은퇴에 대한 새로운 개념에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준비하자. 고령화시대의 은퇴는 ‘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저 쉬면서 인생을 정리하기엔 은퇴 후 40년은 너무 길다. 자칫 무기력증이나 우울증에 빠질 수도 있다. 물론 누구나 이러한 점에 공감할 테지만 ‘머리’만이 아닌 ‘마음’으로 은퇴를 받아들여야 한다. 간혹 기업체 강의를 나가는 일이 있는데, 그곳에서 50대 직장인들을 보면 나이보다 더 ‘올드’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은퇴 후 삶에 뚜렷한 목표가 없다면 젊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직장 밖 모임에 적극 참여하기를 권한다. 또한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지금은 그야말로 SNS 시대 아닌가. SNS 시대의 언어는 지금까지 배워온 훈민정음이나 알파벳으로 이뤄진 문자가 아니다. 다양한 SNS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이해하고 적응하는 정서, 그것이 바로 SNS 시대의 언어다. 시대를 지배하는 언어도 모르면서 은퇴 후 40년을 준비할 수 있다는 건 터무니없는 상상이다. 자칫 자신도 원치 않는 ‘꼰대’로 전락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