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가 성공을 거뒀다. 의외였다. 지금이야 흥행 보증 배우로 성장했지만 당시엔 하정우, 김지석 같은 주연 배우들이 미약해 보였고, 동계 스포츠를 소재로 한 점도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게다가 스피드스케이팅이나 피겨스케이팅도 아닌 스키점프라니, 더욱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론은 대단한 성공이었다. 휴먼 코미디 장르를 다루는 김 감독의 솜씨가 다시금 인정받는 계기도 됐다.
7년 만에 다시 관객을 찾아온 ‘국가대표2’는 상당 부분 1편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먼저 비인기 동계 스포츠 종목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엔 여자 아이스하키다. 실업팀은커녕 국가대표팀도 없는 마당에 평창겨울올림픽 면피용으로 급하게 팀이 조직된다. 메달 기대는 당연히 없다. 그저 겨울올림픽까지 개최하는 나라에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없다는 사실이 민망해 급조한 팀이니 말이다.
실력보다 요행을 기대하는 게 나은 왕년의 감독은 전작 성동일에서 오달수로 변주됐다. 얼음이 아닌 풀밭에서 스키점프를 연습하는 장면은 미역을 말리던 마당에서 진행하는 전지훈련 장면으로 바뀌었다. 선수 구성 원칙이 오합지졸인 점도 1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고뭉치 쇼트트랙 선수와 전직 하키 선수 출신 주부, 중학생, 북한 국가대표를 지낸 탈북자 등으로 구성된 팀은 말하자면 오합지졸 안티 드림팀이다.
이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최고보다 최선의 선수로 거듭나는 일, 그것이 바로 한국판 ‘쿨러닝’으로 출발한 ‘국가대표’의 메인 스토리라인이다. ‘국가대표2’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화한 점을 강조하기보다 비인기 동계 스포츠와 비주류 아웃사이더라는 전작의 핵심 요소를 반복하는 쪽으로 성격을 굳혔다. 차이점이 있다면 팀의 주전이자 이 영화 주연이라 할 수 있는 탈북 선수 리지원(수애 분)의 이야기가 드라마의 핵심이라는 사실이다.
리지원은 여동생을 두고 탈북한 전직 북한 아이스하키 대표 선수다. ‘국민밉상’ 박채경(오연서 분)이나 생활력 강한 조미란(김슬기 분), 외모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김가연(김예원 분) 등이 아마추어 비주류 캐릭터로 단순화된 데 비해 리지원은 가정사와 심리적 갈등, 그리고 과거사까지 입체적으로 다뤄진다. ‘국가대표2’의 하이라이트 장면인 국가대항전 중에서도 클라이맥스가 북한 국가대표팀과의 맞대결인 이유도 여기 있다.
무엇보다 ‘국가대표2’는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 스포츠 영화의 계보를 잇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아이스하키 대결 장면은 스포츠 영화다운 박진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묵직한 도구와 차가운 얼음이 주는 과격한 느낌은 홍경표 촬영감독의 감각으로 긴장감 넘치는 스포츠 영화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
하지만 아웃사이더, 비주류, 오합지졸, 비인기라는 영화적 특징들이 지나치게 1편과 겹친다는 인상은 지우기 힘들다. 프랜차이즈임을 강조하고자 전작 OST인 러브홀릭스의 ‘버터플라이(Butterfly)’를 그대로 쓴 점도 한편으로는 자격지심과 불안의 반영으로 여겨진다. 전작을 넘어서기보다 전작만큼만 하자는 소루한 야망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것이다. 최소한의 변주와 최대한의 반복을 통해 전편의 기적을 재현하고자 한 2편의 욕심이 얼마나 충족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