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탐지기 검사와 관련한 수사기관 측 자료를 피검사자인 피의자에게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나왔다.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공개와 관련해 수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공개해야 한다는 원심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이 있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두14216). 거짓말탐지기는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생리적 변화 가운데 호흡과 심장박동 수, 혈압의 변화를 측정해 거짓말 여부를 가리는 범죄수사용 심리·생리검사 장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김정숙 부장판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피의자 A씨가 B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2016구합52699)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경찰 조사과정에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받았다. 그는 4개월 후인 올해 1월 B경찰청 측에 “거짓말탐지기 검사조사표와 질문표, 검사판정서 등을 공개하라”며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B경찰청은 ‘거짓말탐지검사 운영 규칙’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9조 등을 근거로 거부했고,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거짓말탐지검사 운영 규칙 제27조는 ‘검사 결과 회보서 외 검사 관계 문서는 피검사자나 제3자에게 공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행정기관 내부 사무처리준칙으로 행정규칙에 불과하며 검사조사표와 질문표, 검사판정서 등 거짓말탐지기 관련 문서들이 공개되더라도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이 현저히 곤란하게 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거짓말탐지기 질문표가 공개된다고 앞으로 피검사자들이 자신의 생리적 변화를 통제하는 방법으로 거짓말탐지기 검사에 대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고, 또 검사 바탕이 되는 질문의 순서 및 내용 구성 등에 관한 정보가 일반인에게 차단돼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재판부는 또한 A씨가 공개 요구한 자료들이 정보공개법 제9조의 비공개 정보(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교정, 보안처분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실 대법원은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는 엄격한 조건에서만 증거능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2005도130). 다만,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는 수사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뿐더러, 직접 증거는 아니더라도 중요 참고자료가 된다. 실제 2011년 8월 전주지방검찰청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1년 7월까지 피의자의 허위 증언 여부에 대해 심리·생리검사를 실시한 결과 312건 중 281건이 검찰 조사 결과와 일치했고, 이 중 157건을 기소해 140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의 성폭력 고소사건과 관련해 성관계의 강제성 여부 수사에 거짓말탐지기 검사가 이용되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고소사건이 무고사건으로 수사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처럼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는 수사에 결정적 자료가 될 수 있는 만큼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요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테고, 수사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