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많이 가르칠수록 당신에게 더 봉사하거나 당신을 더 조종한다.” 페드로 도밍고스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 교수의 전문 분야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다. ‘머신러닝’이란 인공지능의 한 분야로, 기계에 일일이 명령을 내리거나 프로그래밍하지 않아도 기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연구다.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는 더는 SF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을 통해 ‘학습하는 기계’의 위력을 인정해야 했다.
도밍고스의 ‘마스터 알고리즘’은 인공지능, 무인자동차, HCI(Human-Computer Interaction·인간-컴퓨터 상호작용), 클라우드컴퓨터, 사물인터넷 등 머신러닝이 바꿔놓을 세상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아직 인식하지 못하지만 머신러닝은 이미 일상생활 곳곳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전자우편을 읽기 전 스팸메일을 걸러주고, 책을 사거나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볼 때 좋아할 만한 자료를 추천하며, 사야 할 주식과 팔아야 할 주식을 귀띔해주고, 오늘 먹을 음식과 식당을 찾아준다. 심지어 선거 당일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사실까지도 머신러닝은 알고 있다. 도밍고스는 이 책에서 머신러닝의 알고리즘을 다섯 가지, 즉 기호주의자, 연결주의자, 진화주의자, 베이즈주의자, 유추주의자로 설명하고 이를 통합한 ‘마스터 알고리즘’의 탄생이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 이야기한다.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 ‘특이점이 온다’에서 기술 발전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돼 2045년 무렵 전 인류의 지능을 능가하는 초지능이 탄생한다고 예측해 유명해진 미래학자다. 그가 2012년 발표한 ‘마음의 탄생’은 인간 능력을 넘어서는 지능의 탄생을 더욱 정교하게 예측하고 있다. 커즈와일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뇌의 생물학적 작동원리를 디지털 공간에 구현하면(리버스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또는 역공학(逆工學)) 컴퓨터(기계)에서도 의식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지능이나 뇌가 아닌 ‘마음(mind)’으로 표현한 것이 중요하다. 마음이란 의식을 가진 뇌를 가리키며, ‘마음의 탄생’은 곧 인간과 똑같은 감정과 의식과 의지를 지닌 기계의 탄생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보편적 윤리체계와 정체성에 큰 파장을 몰고 오겠지만, 우리는 ‘의식을 가진 기계’를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대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화성인의 침공’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커즈와일은 “더 뛰어난 도구를 만들어 우리 스스로 더 영리해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도밍고스가 ‘마스터 알고리즘’에서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온다’를 정면 비판했다는 점이다. 즉 특이점(기계의 지능이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커즈와일이 선택한 ‘역공학’이 아니라 자신이 주장하는 ‘마스터 알고리즘’이라는 것. 어쨌든 똑똑한 기계들의 세상이 곧 온다.
날마다 새날
법륜 지음/ 정토출판/ 199쪽/ 1만1000원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을 달아 욕불의식을 하고, 백중날 천도재를 지내고, 동지에 팥죽을 끓여 먹고, 설을 맞아 정초 기도를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초, 입춘, 부처님 오신 날, 출가일, 성도일, 열반일, 백중, 동지 등 1년 중 맞이하는 불교 명절의 본래 의미를 되새기면서 사자처럼 당당하게 주눅 들지 않고 우쭐대지도 않으며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들려준다.
처음 가는 루브르
나카노 교코 지음/ 지종익 옮김/ 아트북스/ 292쪽/ 1만6800원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 ‘나폴레옹의 대관식’. 루브르박물관을 찾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빠뜨리지 않는 작품들이다. 미술 및 역사 전문인 저자가 3만5000여 점의 방대한 작품을 소장한 루브르박물관에서 길을 잃지 않고 꼭 봐야 하는 그림 앞으로 안내한다. ‘뭐니 뭐니 해도 나폴레옹’부터 ‘모나리자’까지 17개 주제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한 작품 해설이 아닌 그 시대를 관통하는 해박한 지식과 드라마 같은 이야기에 푹 빠질 수밖에 없다.
이만큼 가까운 중국
이욱연 지음/ 창비/ 328쪽/ 1만3000원
분열과 통일을 반복한 역사, 드넓은 땅에 사람도 문화도 가지각색,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갈림길에 선 정치·경제, 체면과 무협 같은 다채로운 일상까지 이만큼 중국을 깊이 있게 요약한 책도 드물다. 창비의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는 각 나라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저자들이 참여한 인문교양서다. 중국, 미국, 일본 편에 이어 내년에 터키와 프랑스 편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여행하는 인간
문요한 지음/ 해냄/ 340쪽/ 1만4500원
정신과의사로 산 지 스무 해가 되던 2014년 저자는 스스로 안식년을 선포하고 길 위에 섰다. 알프스에서 안나푸르나, 파타고니아까지 걸으며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발견했다. 새로움, 휴식, 자유, 취향, 치유, 도전, 연결, 행복, 유연함, 각성, 노스탤지어, 전환이라는 12개 주제로 인간은 왜 여행을 갈망하며, ‘여행하는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사색했다.
전쟁국가의 부활
고모리 요이치 외 4명 지음/ 김경원 옮김/ 책담/ 324쪽/ 1만6000원
일본의 평화헌법을 지키기 위한 시민단체 ‘9조의 모임’ 사무국장이자 도쿄대 대학원 교수인 고모리 요이치를 비롯해 지식인 5명이 아베 신조 총리와 그 배후세력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군사대국이 되기 위한 전쟁 법안과 헌법 개악 전략, 전쟁국가체제 구축 과정과 자위대 전력의 실상, 이를 지지하는 우익세력의 실체 및 역사교과서 채택 문제 등을 짚어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활동에 대국민적 동참을 호소했다.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
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정상필 옮김/ 레디셋고/ 396쪽/ 2만2000원
브렉시트, 이슬람국가(IS)는 더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도 한반도를 넘어 미·중 간 복잡한 역학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오늘날 세계 정세의 흐름을 읽는 데 유용한 도구가 ‘지정학’이다. 국제관계전략연구소 소장이자 파리 8대학 교수인 저자가 쓴 지정학 입문서. 1945년 이후 국제관계를 냉전과 데탕트, 다극화 세계의 출현으로 설명했다.
직장학입문
박성호 지음/ 지상사/ 362쪽/ 1만8800원
“직업 선택은 자유지만 직무 선택은 인생을 좌우한다.” 저자가 14년 동안 헤드헌터로서 각 기업에 경력직 추천을 진행하며 쌓은 노하우를 집대성했다. 특히 취업준비생에게는 기업의 채용 시스템을 설명하고, 신입사원에게는 직장 내에서 핵심 인재로 성장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가족 같은 직장이라지만 가족은 아니다. 기업의 조직은 가족의 탈을 쓴 정글 세계다”라는 냉철한 조언도 가슴에 새길 것.
세금전쟁
하노 벡·알로이스 프린츠 지음/ 이지윤 옮김/ 재승출판/ 400쪽/ 1만8000원
수염세, 창문세, 조명세, 살인세 등 세금을 걷기 위해서라면 국가는 누구보다 창의적이 된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늘어나는 국가 채무로 세금 인상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우리는 왜 세금을 내고, 어떤 세금을 내고 있을까. 그 세금은 공평할까. 독일 경제학자들이 쓴 이 책은 일관성 없고 불투명한 세법의 원인을 지적하고 정직한 납세자를 바보로 만드는 탈세 문제를 다룬다. 부제가 ‘걷으려는 자와 숨기려는 자’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