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이 흑인을 잇달아 사살한 사건 이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군인 출신 흑인이 경찰 5명을 조준 살해했다. 루이지애나 주 배턴루지에서도 흑인이 백인 경찰을 겨냥한 총격 사건이 발생해 경찰 3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이를 보도하면서 ‘한국일보’는 ‘흑백 전쟁’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경향신문’은 ‘인종 간 내전’으로, ‘연합뉴스’는 ‘흑백 내전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인종 문제가 심각한 것은 확실하지만, 과연 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상황이 인종 간 내전으로 번질 개연성은 낮다. 그렇다고 경찰과 흑인의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도 않을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미국에서 인종 문제는 대단히 복잡하다. 인종 갈등으로 엉뚱하게 로스앤젤레스(LA) 한인 커뮤니티가 공격을 당했던 1991년 로드니 킹 폭행 사건이 일어날 당시에는 그로부터 17년 후 흑인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은 정치, 경제 및 일상생활을 포함한 사회적 행위의 모든 측면에서 인종 문제가 문화적 코드의 일부를 이루고 있지만, 그 코드가 어떻게 어느 차원에서 작동하는지는 각 영역마다 다르다. 명백한 살인으로 볼 수밖에 없는 백인 경찰의 과격 대응은 제도적·구조적 인종 갈등의 가장 첨예한 발현이다. 이는 몇몇 경찰의 과잉 대응 내지는 이들 경찰의 개인적 성격 문제가 아닌, 미국 사법 시스템이 가진 구조적 문제의 표출이다.
흑인의 경제적 소득을 결정짓는 데 관련된 인종의 부정적 영향은 1965년 인권운동 이후 크게 줄어들었다. 오랫동안 흑백 간 인종 문제뿐 아니라 아시아계 미국인의 인종 문제도 연구해온 아서 사카모토 텍사스A&M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950년대에는 교육 수준이 같고 노동시장에서 경험이 비슷해도 흑인이 백인에 비해 30% 가까이 낮은 임금을 받았다. 그런데 90년에 이르면 동일한 능력을 가진 백인 대비 흑인 남성이 감내하는 불이익은 13%로 줄어든다. 13%의 불이익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50년대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당시보다 흑인들의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졌기에 전체적인 흑백 불평등은 더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제적 성취에서 인종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흑인의 불이익이 감소했음에도 흑백 갈등, 특히 경찰과 흑인 사회의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미국 사법 시스템이 흑인에게 특히 불리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흑인이 미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3%이지만, 감옥에 갇힌 수감자만 보면 40%가 흑인이다. 백인이 미국 전체 인구의 64%로 흑인의 5배에 달하지만, 수감자 중에서는 39%로 흑인보다 적은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인구당 수감률이 높다.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수감자 수가 100명이 조금 넘는다. 하지만 미국은 2014년 현재 우리의 7배에 달하는 735명이 감옥에 갇혀 있다. 전체 인구의 1% 정도가 수감돼 있고, 다른 2%가 가석방이나 보호관찰 상태로 교정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다. 특히 흑인 남성은 인구 10만 명당 4300명 이상이 수감 상태다. 한국 평균의 40배가 넘는 수치다.
눈여겨볼 것은 고졸 이하 저학력 흑인 남성 중 정부의 과세 자료에 기록되는 정상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수보다 수감되거나 가석방 등의 상태로 교정 당국의 감시하에 있는 수가 더 많다는 점이다. 대학에 재학 중인 흑인보다 수감된 흑인이 더 많은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약 80만 명의 흑인이 감옥에 있고, 약 60만 명의 흑인이 대학생이다.
브루스 웨스턴 하버드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고졸 이하 학력을 가진 흑인 남성 3명 중 2명이 30세가 되기 전 전과자가 된다. 졸업, 결혼, 출산이 인생에서 누구나 겪는 생애사의 일부이듯, 저학력 흑인 남성에게는 수감이 인생에서 누구나 겪는 생애사가 된 것이다. 이처럼 저학력 흑인의 삶을 감옥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게 되면서, 저학력 흑인 대부분이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흑인과 경찰의 충돌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이 경찰과 흑인 모두에게 부정적 상승효과를 일으켜 터져나오는 충돌이다.
그런데 경찰이 흑인을 더 차별적으로 대하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 해도, 아무런 죄가 없는 흑인을 무조건 수감하는 경우는 드물다. 교육 수준이 높은 흑인이 과거보다 나은 전문직·관리직 일자리를 갖는 반면, 저학력 흑인 남성은 불법적 활동에 더 많이 관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한 답 역시 윌슨 교수가 제시했다. 그의 저서 ‘일자리가 사라졌을 때(When Work Disappears)’는 정상적인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는 도시 빈민들이 어떤 행동 양태를 보이는지 기록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진행된 중산층의 교외 이주로 저학력 흑인 남성들이 거주하는 도심 내 일자리가 없어졌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경제구조를 바꿔 이들 흑인 빈민층에게 현실적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고 이들을 사회에서 격리하는 손쉬운 해결책을 썼다. 결국 현재 나타나고 있는 흑인과 경찰의 충돌은 이러한 정책 실패의 후폭풍인 셈이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단일 민족 국가를 자랑하기보다 다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중 하나다. 하지만 그보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불평등이 커지면 일탈행위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실질적 대책은 일탈행위자의 대규모 격리가 아니라 경제적 대안을 마련해주는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 인종 문제는 대단히 복잡하다. 인종 갈등으로 엉뚱하게 로스앤젤레스(LA) 한인 커뮤니티가 공격을 당했던 1991년 로드니 킹 폭행 사건이 일어날 당시에는 그로부터 17년 후 흑인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은 정치, 경제 및 일상생활을 포함한 사회적 행위의 모든 측면에서 인종 문제가 문화적 코드의 일부를 이루고 있지만, 그 코드가 어떻게 어느 차원에서 작동하는지는 각 영역마다 다르다. 명백한 살인으로 볼 수밖에 없는 백인 경찰의 과격 대응은 제도적·구조적 인종 갈등의 가장 첨예한 발현이다. 이는 몇몇 경찰의 과잉 대응 내지는 이들 경찰의 개인적 성격 문제가 아닌, 미국 사법 시스템이 가진 구조적 문제의 표출이다.
차별은 줄고, 충돌은 늘고
하지만 다른 영역에서 인종 문제의 중요성은 줄어들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다. 사회학에서 인종 문제와 관련해 가장 중요하고 논란이 많은 저서는 윌리엄 윌슨 하버드대 교수의 ‘줄어드는 인종의 중요성(The Declining Significance of Race)’이다. 윌슨 교수는 사회학을 넘어 사회과학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친 학자로, 하버드대 교수 중에서도 24명에게만 주는 ‘University Professor’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가 ‘흑인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인종적 배경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계급적 배경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역설한 이 책을 출간한 해가 1978년이다. 그로부터 40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다.흑인의 경제적 소득을 결정짓는 데 관련된 인종의 부정적 영향은 1965년 인권운동 이후 크게 줄어들었다. 오랫동안 흑백 간 인종 문제뿐 아니라 아시아계 미국인의 인종 문제도 연구해온 아서 사카모토 텍사스A&M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950년대에는 교육 수준이 같고 노동시장에서 경험이 비슷해도 흑인이 백인에 비해 30% 가까이 낮은 임금을 받았다. 그런데 90년에 이르면 동일한 능력을 가진 백인 대비 흑인 남성이 감내하는 불이익은 13%로 줄어든다. 13%의 불이익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50년대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당시보다 흑인들의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졌기에 전체적인 흑백 불평등은 더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제적 성취에서 인종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흑인의 불이익이 감소했음에도 흑백 갈등, 특히 경찰과 흑인 사회의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미국 사법 시스템이 흑인에게 특히 불리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흑인이 미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3%이지만, 감옥에 갇힌 수감자만 보면 40%가 흑인이다. 백인이 미국 전체 인구의 64%로 흑인의 5배에 달하지만, 수감자 중에서는 39%로 흑인보다 적은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인구당 수감률이 높다.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수감자 수가 100명이 조금 넘는다. 하지만 미국은 2014년 현재 우리의 7배에 달하는 735명이 감옥에 갇혀 있다. 전체 인구의 1% 정도가 수감돼 있고, 다른 2%가 가석방이나 보호관찰 상태로 교정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다. 특히 흑인 남성은 인구 10만 명당 4300명 이상이 수감 상태다. 한국 평균의 40배가 넘는 수치다.
눈여겨볼 것은 고졸 이하 저학력 흑인 남성 중 정부의 과세 자료에 기록되는 정상적인 직업을 갖고 있는 수보다 수감되거나 가석방 등의 상태로 교정 당국의 감시하에 있는 수가 더 많다는 점이다. 대학에 재학 중인 흑인보다 수감된 흑인이 더 많은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약 80만 명의 흑인이 감옥에 있고, 약 60만 명의 흑인이 대학생이다.
고졸 이하 흑인 3분의 2가 감옥行
과거에도 흑인 수감자 수가 이렇게 많았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수감 중인 흑인보다 대학 재학 중인 흑인이 4배 가까이 많았다. 미국에서 수감자 수가 급증한 것은 70년대 중반 이후다. 70년대 초에는 전체 인구 10만 명당 수감자 수가 100명 안팎으로 현재의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그런데 레이건과 아버지 부시의 공화당 정부, 그리고 민주당 클린턴 정부를 지나면서 이 수가 급증했다. 일부에서는 이 때문에 현재 미국의 사법 시스템은 합법적 수단을 이용한 인종분리정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비판한다.브루스 웨스턴 하버드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고졸 이하 학력을 가진 흑인 남성 3명 중 2명이 30세가 되기 전 전과자가 된다. 졸업, 결혼, 출산이 인생에서 누구나 겪는 생애사의 일부이듯, 저학력 흑인 남성에게는 수감이 인생에서 누구나 겪는 생애사가 된 것이다. 이처럼 저학력 흑인의 삶을 감옥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게 되면서, 저학력 흑인 대부분이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흑인과 경찰의 충돌은 이러한 비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이 경찰과 흑인 모두에게 부정적 상승효과를 일으켜 터져나오는 충돌이다.
그런데 경찰이 흑인을 더 차별적으로 대하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 해도, 아무런 죄가 없는 흑인을 무조건 수감하는 경우는 드물다. 교육 수준이 높은 흑인이 과거보다 나은 전문직·관리직 일자리를 갖는 반면, 저학력 흑인 남성은 불법적 활동에 더 많이 관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한 답 역시 윌슨 교수가 제시했다. 그의 저서 ‘일자리가 사라졌을 때(When Work Disappears)’는 정상적인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는 도시 빈민들이 어떤 행동 양태를 보이는지 기록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진행된 중산층의 교외 이주로 저학력 흑인 남성들이 거주하는 도심 내 일자리가 없어졌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경제구조를 바꿔 이들 흑인 빈민층에게 현실적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고 이들을 사회에서 격리하는 손쉬운 해결책을 썼다. 결국 현재 나타나고 있는 흑인과 경찰의 충돌은 이러한 정책 실패의 후폭풍인 셈이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단일 민족 국가를 자랑하기보다 다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중 하나다. 하지만 그보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불평등이 커지면 일탈행위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실질적 대책은 일탈행위자의 대규모 격리가 아니라 경제적 대안을 마련해주는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