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언론사가 3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재테크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응답자의 62.2%가 ‘은행 예·적금만으로 재테크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기사는 이런 응답에 대해 ‘30대는 40, 50대에 비해 부양가족이 없거나 적어 저축이나 투자에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 비율이 매우 높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와 의외’라고 보도했다. 또한 ‘전문가들조차 30대 대부분이 재테크에 무지하고, 현재를 즐기는 즉흥적인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필자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현 30대는 과거 세대에 비해 경제적 결핍을 덜 느끼면서 살아왔다. 이들이 받은 교육은 상급 학교 진학과 취업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는 사이 가정은 물론 학교에서조차 독립된 경제주체로서 받아야 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런 그들에게 자기 명의의 통장에서 꽃이라 할 수 있는 첫 월급은 경제적 해방구의 신호탄으로 여겨질 수 있다. 소비 유혹에 약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고금리와 경제성장의 혜택을 맘껏 누린 부모세대에게는 은행 예·적금과 부동산(아파트) 매매가 재테크 수단의 전부일 수 있지만, 현 30대에게는 무척이나 다양한 재테크 방법이 존재한다. 제대로 된 재정교육을 받지 못한 그들은 전문가적 안목이 필요한 재테크 수단을 접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한다. 아파트나 빌라를 구매할 때도 단순 매매가 아닌 경매나 공매 방식을 택하라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그러려면 먼저 지식과 경험, 발품 등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 그래서 재테크를 ‘넘사벽’으로 여기는 젊은이가 늘고 있는 것이다.
재테크 최고 무기는 ‘시간’
재테크에 첫발을 내딛으려는 30대에게 현 재테크 환경은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더욱이 언제까지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쭙잖은 재테크로 월급마저 날려버릴 것 같은 두려움도 존재한다. 그러니 ‘차라리 지금 당장의 즐거움에 투자하자’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필자가 실제 재무상담을 한 30대에게서 자주 발견되곤 한다.하지만 이들이 모르는 게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시간의 마술이다. 재테크에서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하는지 그들은 잘 모른다. 투자의 상식 중 상식이라고 하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혹은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 즉 시간에 대한 투자가 재테크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다. 영국의 이번 브렉시트 발표 후 주가 폭락이 찾아왔을 때도 주가 회복을 기다릴 수 있는 사람에게는 이 사건이 오히려 추가 매수가 가능한 일종의 기회로 느껴졌을 테다. 30대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나이가 젊고 부양가족도 적다 보니 생활비로 빠져나가는 금액이 많지 않아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넉넉하다. 조금만 신경 써서 가처분소득을 잘 배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기다림의 미학은 금융상품을 포함한 재테크 수단의 복잡함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즉 30대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재테크에 유리한 절대적 무기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재테크는 예측보다 대응을 더 잘 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측은 전문가의 몫일 뿐 일반인이 섣불리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대응은 이미 발생한 사건을 바탕으로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다. 다만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선택을 할지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기 전 미리 목표수익률(가이드라인)을 정한 다음 그 수준에 도달했을 때(결과) 망설이지 않고 환매(선택)해 목표로 한 이익을 실현하는 방법이다. 만약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순간의 탐욕이 당신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또한 대응은 예측을 바탕으로 이뤄지기도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실제로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당시처럼 섣불리 어느 한쪽의 결과를 속단하기 힘들다면 각 결과가 나왔을 때 초래될 수 있는 기회와 위험을 비교해 미리 선택지를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민의 투표가 실시되기 전 주식 등 위험자산을 채권이나 예·적금, 혹은 CMA, 머니마켓펀드(MMF) 같은 안전자산으로 옮겨놓는 식이다.
재테크에 ‘초안’이 필요한 이유
세 번째, 재테크는 상품이 아닌 계좌(acc- ount)와의 싸움이라는 점이다. 설령 한두 개 상품에서 손해를 봤다고 해도 전체 재테크가 망가지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다른 연령층에 비해 시간이 넉넉한 30대에겐 한두 번의 실패를 만회하고도 남을 무수한 기회가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상품수익률을 정하기 전 전체적인 투자자금, 즉 총 잔고를 바탕으로 한 총 자산수익률을 정해두고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네 번째, 재테크는 실패의 선물이라는 점이다.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지금처럼 은행 예·적금에만 머물러 있어도 된다. 그러나 사실 예·적금은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지 평생 눌러 앉아 있어야 할 만큼 달콤한 안식처는 아니다. 또한 요즘 같은 저금리시대에는 결국 재테크 실패를 불러올 수도 있다. 좀 더 적극적인 재테크가 필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작은 실수를 미리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직장에서 처음 만들어보는 기획안을 ‘초안(草案)’이라고 한다. 이때 한자어 ‘초’는 ‘처음’을 뜻하는 ‘初’가 아닌 ‘풀’을 뜻하는 ‘草’다. 처음 시도하는 일은 풀처럼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재테크 역시 마찬가지다. 재테크에 관한 정보를 그저 읽고 듣기만 할 뿐, 실패가 두려워 실행하지 않는다면 완성본을 만들 수 없다. 재테크를 실패의 선물이라 말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사전 공부는 꼭 필요하다. 현 30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양질의 교육을 받았고 그만큼 더 똑똑하다. 따라서 금융상품이 복잡해질수록 젊은 층에게는 오히려 유리하다. 물론 종잣돈을 모으기엔 은행이 좋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조금 더 공부하고 자신감을 가진다면 오늘의 즐거움을 내일로 이어나갈 수 있음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