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6

..

북한

임진강 홍수 걱정 끝이라더니 무용지물 된 군남댐을 어찌하리!

장마철마다 북한 水攻에 전전긍긍…“북측 배려해 정부가 군남댐 규모 축소 지시”

  • 이정훈 편집위원 hoon@donga.com

    입력2016-07-08 16:44:4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지루하게 이어지던 황강댐 위기가 7월 6일 북한 측 방류로 한 고비를 넘기는 듯하다. 그러나 이 위기는 북한이 다시 만수위로 담수한 다음 홍수 시 방류하거나 황강댐을 폭파한다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황강댐 위기를 거듭하지 않으려면 대응댐인 군남댐을 높이는 것이 방법이다.

    그러나 군남댐(저수용량 7000만t)은 황강댐(3억5000만t)의 5분의 1 규모에 불과하다. 대응댐을 작게 지으면 반복적인 수공(水攻) 위기에 빠진다는 것은 군남댐 건설을 논의할 때부터 지적됐지만 당시 노무현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 왜 그랬을까. 이 비밀을 아는 한 인사는 “북한을 우호적으로 보는 노무현 정부의 소망적 생각(wishful thinking)이 작용했다. 노무현 정부는 우리 국민보다 북한을 더 배려했다”며 기막힌 비사를 들려줬다. 



    황강댐 완공 후 임진강 유입량 크게 줄어

    함경남도 덕원군에서 발원한 임진강은 서남으로 흐르며 여러 지류를 합수해 연천군에서 휴전선을 넘어온 다음,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휴전선과 나란히 흘러가다 경기 파주에서 한강을 만나 서해로 들어간다. 강은 하류로 갈수록 수량이 많아지는데 임진강은 발원지인 북한에는 별 도움을 주지 않고 우리 쪽 파주평야만 적신다.

    분단 상황이 아니라면 임진강 이북의 큰 도시 개성과 해주 등지에서도 임진강 물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분단 탓에 그 지역은 임진강보다 작은 젖줄인 예성강에 의존해야 한다. 우리는 치수사업으로 수자원이 넉넉하지만, 북한은 다락밭(계단밭)이 즐비할 정도로 산림이 황폐해 여름철마다 홍수를 입고 갈수기에는 가뭄을 겪는 등 피해를 반복했다. 특히 개성 일대는 물 부족 상태가 심각하다.



    북한은 전기도 만성적으로 부족하다. 휴전선 이북에서 임진강 본류로 흐르는 지류 가운데 비교적 낙차가 큰 황강이 있다. 1998년 무렵 북한은 인민군 공병부대에게 황강에 수문 없이 내려오는 물이 많아지면 자동으로 물이 월류(越流)하는 콘크리트 보(湺) 형식의 댐을 짓게 해 2001년 완공하고 4월5일댐 1, 2호라고 명명했다. 군사분계선 북쪽 450m쯤에 있는 1호댐은 13m 높이에 400m 길이로 최대 2000만t을 담수해 1500~2000kW 전기를, 1호댐 상류 17km에 있는 2호댐은 11m 높이에 500m 길이로 770만t을 담수해 4000kW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두 댐이 완공되자 우리 쪽으로 흘러드는 임진강 수량이 크게 줄었다. 그 대신 큰비가 오면 두 댐을 넘은 물이 한꺼번에 몰려와 우리 쪽에 피해를 입히는 일이 잦았다.

    2002년 북한군은 군사분계선 27km 북쪽에 황강댐을 짓기 시작했다. 황강댐은 전기를 생산하지 않고 만성적인 물 부족을 겪는 개성과 해주를 위해 예성강으로 물을 보내는 기능을 한다. 800여m로 추정되는 도수로를 뚫어 이 댐에 가둔 물을 예성강으로 보내는 것이다. 2007년 황강댐이 완공되자 임진강으로 유입되는 수량이 더욱 줄었다.



    군남댐 저수량이 4분의 1로 줄어든 까닭

    그런데 황강댐에는 수문이 있다. 여름철 장마로 예성강이 만수위가 되거나 넘치면 수문을 열어 임진강 쪽으로 물을 빼낼 수 있게 한 것이다. 임진강 상류 지역은 산이 많아 국지성 호우도 잦다. 이쪽은 쨍쨍한데 저쪽은 폭우가 쏟아지는 식이다. 황강댐 완공 이후 임진강 수량은 더욱 줄었는데 황강댐은 폭우로 넘실거릴 수 있게 됐다.  

    만약 황강댐이 한밤중 수문을 열면 임진강변에서 야영하던 사람은 ‘물귀신’이 되고, 임진강 어민은 갑자기 불어난 물에 어구를 잃는다. 2009년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 6명이 숨졌다. 북한이 황강댐을 완공할 무렵 노무현 정부는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한국수자원공사와 군, 정보당국 요원 등으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 모 호텔에 자리 잡고 회의를 거듭했다. 그때 “군남댐을 지금보다 15m 높게 지으면 3억t을 담수할 수 있어 황강댐이 무너져도 대응할 수 있다. 군남댐이 물을 받으면 우리 군이 방어하는 군사분계선 남쪽은 물론이고 그 이북도 침수된다. 우리 군은 사전통보로 대응할 수 있지만 북한군은 그렇지 못해 상당한 부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평소 군남댐 수문을 열어 물을 흘려보내다 북한이 수공을 할 경우 닫으면 된다는 논의도 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수공을 하지 않는 한 군남댐은 북한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는데 정작 정부 측 의견을 전달하는 이들이 군남댐 저수량을 7000만t으로 할 것을 요구했다. 황강댐 높이가 30m인데, 수문이 위쪽에 있어 수문을 다 열어도 1억t만 우리 쪽으로 내려오게 되므로 그중 3000만t은 흘려보내고 7000만t만 담자는 것이었다.    

    군남댐에 물 7000만t을 가두면 침수 범위는 군사분계선 남쪽까지다. 인민군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는다. 정부 대변자들은 “인민군 지역까지 잠기도록 군남댐을 설계하면 남북관계가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소식통은 그 대변자들이 “모 정보기관과 군 요원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전달자고 그 뒤에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북사업을 총괄한 이모 씨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 결정 그대로 2011년 군남댐을 완공했다. 그 결과 지금도 황강댐이 넘실거리면 우리는 북한이 수공을 하지 않을까 불안해하며 밤잠을 설친다. 대한민국은, 평생 어머니 말을 듣지 않는 아들을 의식해 죽기 직전 일부러 반대로 이야기한 것을, 꼭 지켜야 하는 유언으로 생각해 물가에 어머니 무덤을 지어놓고 큰비가 오면 무덤이 떠내려가지 않을까 울어대는 청개구리 처지가 된 것이다.

    이번에 북한이 수공을 하려 했는지는 금강산댐으로 알려진 북한 임남댐을 보면 금방 답을 찾을 수 있다. 한반도는 여름철 집중호우가 내리므로 장마기에 들면 모든 댐은 수문을 열어 수위를 낮춘다. 그리고 큰비가 오면 물을 저장해 홍수 피해를 줄이고, 비가 그치면 다시 방류해 수위를 낮춰 다음 홍수에 대비한다. 큰비가 더는 오지 않을 8월 말쯤 수문을 닫아 물을 가득 채우고 갈수기인 가을과 겨울에 대비한다.

    지금은 북한도 장마기여서 예성강물이 넘쳐난다. 예성강물이 부족한 것은 가을부터이니 그에 대비하려면 황강댐은 8월 말쯤 만수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북한은 임남댐을 비워놓은 상태인데, 이는 홍수에 대비하고 늦여름 만수를 해 가을과 겨울 갈수기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북한이 임남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이유는 평화의댐 때문이다. 임남댐을 폭파해도 평화의댐과 화천댐이 그 물을 다 받아낼 수 있고, 그럼 북한 지역 역시 갑자기 침수되는 피해를 입으니 북한이 임남댐으로 장난을 치기는 어렵다.

    1988년 5공 청문회 당시 노무현 의원은 증인으로 나온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명패를 집어던지며 비난했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은 평화의댐을 지으며 국민을 속였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이는 오해였음이 밝혀졌다. 이후 대한민국은 금강산댐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졌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황강댐 문제에서는 전혀 다른 결정을 해 대한민국을 청개구리로 만들어버렸다. 이번엔 누가 누구에게 명패를 던질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