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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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DAI MOBIS 이화모듈공장 “자동차 성능, 우리가 책임진다”

차량의 뼈대 격인 모듈 생산, 해외에도 수출…“결함 일절 없는 완벽 추구할 것”

  • 김지현 객원기자 bombom@donga.com

    입력2016-03-29 08: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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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에서 약 70km를 달리면 경기 화성시에 다다른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약 240배(총 688㎢·약 2억 평)인 신도시 안에는 아파트단지와 공장 밀집지역이 공존한다. 그 공장 지역에 우리나라 제일의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모비스 이화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공장은 화성시 우정읍 이화리 6만4689㎡(1만9568평) 대지에 세워져 있다. 이곳에선 모하비, 올 뉴 쏘렌토(쏘렌토), K3, K5, K7 등 기아자동차가 생산하는 5개 차종의 모듈이 제작된다. 자동차 한 대에는 3만~5만 개 부품이 들어가는데, 모듈은 이 부품들을 조립해 큰 덩어리로 만든 것을 뜻한다. 차의 루프, 문 등이 외관을 멋지게 해준다면, 모듈은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차 내부를 튼튼하게 구성한다. 부품이 훌륭해도 이것을 조립한 모듈이 완전하지 않으면 차의 성능과 안전성에 결함이 생길 수 있다.

    2000년부터 모듈을 생산한 이화공장은 2005년 미국 크라이슬러와 모듈 공급 계약을 맺고, 2013년에는 지프 랭글러 차종의 ‘컴플리트 섀시 모듈’ 누적 생산 대수 100만 대를 돌파했다.  



    모듈, 대량생산 효율화의 열쇠

    이화공장은 하루 모하비 100~120대의 모듈을 생산한다. 공장 입구에는 모하비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모듈 샘플이 전시돼 있었다. 모하비는 길이 약 5m, 너비 1.9m, 높이 1.8m로 승용차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을 통틀어도 대형에 속한다. K3, K5 등 ‘K시리즈’나 쏘렌토와 모듈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제작 공정이 길다.



    2층 전용공간에서 모듈을 제작한 후 특수 리프트에 실어 1층으로 내려보내 추가 공정을 거친다. 전용공간에서는 케이블카와 비슷하게 생긴 기계가 부품을 나르고 있었다.

    1층에서는 프레임 공정이 이뤄진다. 컨베이어 벨트에 실린 모듈은 기계와 사람의 손을 거쳐 까다롭게 만들어진다. 기계는 바코드를 통해 부품이 제 위치에 있는지, 나사가 적당한 강도로 조여졌는지를 확인하고, 직원들은 기계의 손길이 닿지 않는 부분의 정확성과 안전성 여부를 확인한다. 완성된 모듈에는 군데군데 노란색 물감을 칠하는데, 이는 직원들이 모듈의 완성도를 최종 검사했다는 표시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모듈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콕핏 모듈’ ‘프런트 섀시 모듈’ ‘리어 섀시 모듈’ ‘컴플리트 섀시 모듈’ 등이다. 콕핏 모듈은 운전석 부분의 모듈이며, 프런트 섀시 모듈은 자동차 앞부분에, 리어 섀시 모듈은 차 뒷부분에 위치하는 부품들의 조합이다. 컴플리트 섀시 모듈은 프런트·리어 섀시 모듈을 차량 하부 프레임에 결합한 후 엔진, 냉각장치, 전륜 및 4륜 구동장치, 트랜스미션과 연료탱크 등의 주요 부품을 장착한 것. 견고한 하부 차체를 필요로 하는 오프로드 자동차나 모하비 같은 대형 SUV에 적용되며 차량 전체 부품의 약 40%를 차지해 모듈의 핵심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화공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컴플리트 섀시 모듈을 제작하는 공장이다.

    부품을 굳이 모듈화하는 이유는 자동차의 대량생산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다. 고경석 이화모듈생산팀장은 “유럽에서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모듈화를 시작했다. 모든 부품을 조립해 차를 완성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여러 차량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부품들을 묶어 공급하면 자동차를 효율적으로 완성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듈 공용화를 꾸준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차종에 동일한 모듈이 적용되지는 않기 때문에 해외 수출용 등 구조가 다른 모듈은 별도의 제작 시스템을 거친다.


    3년간 생산정보 철저 관리

    현대모비스 이화공장은 모듈의 생산량, 안전성, 완성도를 실시간 검토한다. 공장 한가운데에는 생산 현황을 표시하는 전광판이 있다. 전광판은 현재 생산량이 얼마인지, 어느 공정에서 무슨 오류가 났는지 정확하게 알려준다. ‘현재 목표 278대, 현재 실적 278대, 편차 0대’와 함께 ‘UPH(시간당 생산 대수) 48.7대’와 같은 식이다. 모듈에 불량 또는 결함이 발견되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전광판에 문구로 표시된다. 제품 결함이 보완될 때까지 제작 공정이 일시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공정을 완벽하게 진행하는 것이 이화공장의 원칙이다.

    모듈의 생산 목표와 실적이 일치하는 것은 이 공장이 채택한 ‘직서열방식(Just in Sequence·JIS)’의 결과물이다. JIS는 부품업체와 완성차업체가 내부 통신망을 통해 각자의 생산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이를 통해 제작한 모듈을 완성차 라인의 조립 시간에 맞춰 투입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따라서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불필요한 재고 모듈을 생산하지 않고, 시간 낭비를 없앨 수 있다. 

    공장 가장자리에는 자동차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결합하는 ‘E’라인이 있다. E라인 가운데에 있는 컴퓨터는 완성된 자동차의 데이터를 보존한다. 화면에는 이미 출고된 모듈의 생산일자, 해당 모듈이 장착된 차량의 정보가 표시돼 있었다. 이 데이터는 모듈이 생산된 후 3년간 저장된다. 추후 모듈 제품에 결함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불량 모듈이 발견되면 해당 모듈과 동일한 시기에 같은 부품을 조립해 생산한 다른 모듈의 사용 현황을 추적한다.

    김은수 이화모듈생산팀 과장은 “제품 정보를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한 개 제품에서 결함이 생기면 비슷한 시기에 생산된 다른 제품의 결함 가능성도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부품을 결합한 작은 너트 하나도 언제 어디서 생산됐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꼼꼼히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공장 후문에는 모듈을 실어 나르는 대형차량이 대기한다. 완성된 모듈은 공장에서 5km 떨어진 기아자동차 공장으로 배송된다. 고경석 팀장은 “자동차를 고르는 소비자의 기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소리, 안전성, 승차감을 소비자가 민감하게 판단한다는 걸 느낀다”며 “이화공장이 생산하는 모듈은 해외 명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 정확성을 추구하며 완벽한 품질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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