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다리 근육이 뻐근할 정도로 힘차게 페달을 굴려 제법 먼 거리까지 나섭니다. 자전거를 타며 봄바람을 직접 피부로 느끼기에 좋은 날씨입니다. 자전거라면 피로를 느끼지 않고 경치를 감상하면서 적당한 속도로 달릴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신체적 힘을 사용해 이동하고, 몸으로 직접 바람을 맞으면서 주변 환경을 보고 느끼는 ‘신체성’이야말로 사람들이 여가로 자전거를 타는 이유입니다.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30~40년 전만 해도 적잖은 사람이 물건을 실어 나르는 데 자전거를 이용했습니다. 지금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화물자전거를 대체했지만, 최근 유럽에서는 공공 지원을 받는 화물자전거(cargo bike)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사이클로지스틱스’ 프로젝트
유럽연합은 2011~2014년 화물자전거의 확산을 위해 사이클로지스틱스(CycleLogistics)라는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유럽 내 도시 화물 운송을 자전거로 대체하는 사업입니다. 이 프로젝트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화물자전거로 도시 화물의 25%를 감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화물자전거가 갖는 생태적·사회적 가치는 분명합니다. 연료 절감, 오염 감소, 소음 저하, 교통체증 감소, 차량사고 감소, 주정차 편리성 등 많은 이점을 갖고 있습니다. 화물자전거는 배달 서비스 산업과 상인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안겨줍니다. 먼저 차량 배달보다 저렴합니다. 차량에 비해 자전거 구매비가 훨씬 적게 들고 보험료, 수리비, 유지비, 감가상각비도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게 듭니다.화물자전거는 평지가 많은 유럽에서나 가능하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오르막길을 오를 때 잠깐 사용하는 전동 모터나 소형 엔진을 부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독일 교통연구소가 베를린에서 실시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전동 모터를 보조장치로 부착할 경우 화물자전거가 화물 자동차 운행의 85%까지 대체할 수 있습니다.
사실 도시 화물 수송은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대부분 승합차와 트럭, 개인 자동차, 오토바이가 담당하는데 교통체증 때문에 배달 속도가 늦습니다. 유럽 화물자전거협회에 의하면 도시 배달 화물의 평균 하중은 100kg 미만, 부피는 1㎥ 수준. 이 정도 화물은 화물자전거로도 충분합니다. 화물자전거로 최대 180kg의 화물을 나를 수 있습니다. 전동 모터를 장착해 간헐적으로 이용할 경우 화물 용량을 더 늘릴 수도 있습니다. 세발자전거나 네발자전거는 더 많은 화물 용량과 더 큰 부피의 화물을 배달할 수 있습니다.
화물자전거처럼 자전거를 완전히 개조하지 않아도 대안은 있습니다. 예전엔 일반 자전거의 짐받이 뒤에 리어카트(rear cart)라 부르던 손수레를 매달아 화물을 실었습니다. 자전거 수레(bike cart 또는 bike trailer)라 할 수 있죠. 필요에 따라 수레를 탈부착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에 매달 작은 수레나 카트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쇼핑 카트, 여행용 카트, 화물 카트도 그중 하나죠. 일반 자전거에 이러한 크고 작은 수레나 카트를 연결장치인 바이크 히치(bike hitch)를 이용해 매달면 간단히 자전거 수레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바이크 히치가 없던 예전엔 바퀴용 고무튜브나 폐타이어 밧줄로 자전거 짐받이에 손수레를 매달았습니다. 바이크 히치는 지면 상태에 따른 수레의 상하좌우 움직임과 흔들림, 회전을 적절히 제어하면서 수용할 수 있는 회전축 및 탄성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자전거 운전에 충격을 줄 만큼 앞뒤로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이미 개발된 다양한 자전거 수레용 연결부속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바이크 히치 만들기
바이크 히치 정도는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현대적 제작의 특징은 ‘조립’과 ‘연결’입니다. 미국 자선 구호단체 ‘월드 바이시클 릴리프(World Bicycle Relief)’는 자전거와 수레를 연결하는 방법을 간단하게 소개했습니다. 고리 2개를 수직으로 엇갈려 연결한 형태입니다. 먼저 ‘그림1’처럼 자전거 뒷바퀴 축을 고정하고 있는 지지대 2개에 고리 달린 연결 팔(hitch arm)을 부착합니다. 고리 모양의 손수레 손잡이에 연결 팔의 걸쇠고리를 엇갈려 걸기만 하면 자전거 수레가 완성됩니다.
아프리카에서 폐자전거로 새 자전거를 만들거나 화물자전거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 ‘리사이클(Re-Cycle)’은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합니다(그림2 참조). 폐자전거 차체와 부속들을 이용해 자전거용 수레를 만들고 자전거에 연결하는 거죠. 자전거 앞바퀴 축을 지지하는 고정대(fork) 2개를 수레의 바퀴 지지대로 재활용합니다. 수레 하부틀은 날 일(日) 자 형태로 만듭니다. 길이는 앞바퀴 축 고정대의 갈라진 앞 부분의 2배이고, 폭은 40~90cm입니다. 자전거 안장 밑에서 지지하는 삼각틀의 일부를 ‘ㄱ’자 형태로 잘라 수레를 자전거에 연결하는 연결 팔을 만듭니다. 이 연결 팔 끝에는 자전거 핸들 고정대를 부착하고 휘어지는 파이프를 끼워서 자전거 뒤축에 고정합니다. 유연 파이프는 자전거 차체에서 잘라낸 2개의 짧은 강관 안에 스프링 강선을 끼워 넣어서 만듭니다. 스프링 강선은 빠지지 않도록 별도의 강선으로 잡아당겨 고정합니다. 유연 파이프 한쪽은 와셔와 볼트로 강선을 고정하고, 다른 쪽은 납작하게 눌러 구멍을 뚫어놓습니다. 이 구멍을 자전거 뒤축에 끼웁니다.
힘들더라도 자전거로 화물을 운송해보면 자연스럽게 자전거의 가치를 알게 됩니다. 깨달음의 신체성이라고나 할까요. 무엇이든 몸으로 체험하면 머리로만 알던 때보다 강렬한 확신을 갖게 됩니다. 지금 당장 화물자전거를 만들지 않더라도 작은 부품인 바이크 히치를 자기 손으로 만들어보세요. 우리 몸은 언제나 만들고 창조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결국 만들고 창조하는 일의 신체성에 중독됩니다. 비로소 만드는 일은 즐거운 여가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