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 전형이 3000개가 넘는다면서요? 우리는 학력고사면 끝났는데….” 우리나라 성장동력이자 산업역군이던 기성세대로부터 흔히 듣는 말이다. 하지만 광복 이래 우리나라 대학 입시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요소를 기준으로 본다면 그렇다. 대학에서 지원자를 선발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전형요소다. 현재 모든 대학에서 전형요소로 활용하는 것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대학별고사(논술, 면접, 실기, 적성 등) 이렇게 3개뿐이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이것 외에 다른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없다. 고등교육법 및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의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발표한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과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에 근거를 두고 있다.
△대학은 학생부, 수능, 논술(면접)로 학생을 선발한다. 이 전형요소들을 조합하면 1개 전형요소를 활용하는 방법 3가지, 2개 전형요소를 활용하는 방법 3가지, 3개 전형요소를 활용하는 방법 1가지 등 총 7가지 방법이 있지만 전형요소 모두를 의미 있게 활용하는 대학은 거의 없다. 사실상 모든 대학은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어느 경우에도 전형요소를 기준으로 ①학생부 ②논술(면접) ③수능 ④학생부+수능 ⑤학생부+논술(면접) ⑥논술(면접)+수능 등 6가지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2개 전형요소를 활용하는 경우 5 대 5, 6 대 4, 4 대 6 등 반영비율이 다르다. 이 6가지 조합으로 선발하면서 대학마다 전형 명칭을 다르게 할 경우 수천 가지 명칭이 존재할 수 있다.
△학생부 전형은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구분된다. 학생부교과전형은 학생부 교과학습발달상황에 숫자로 기재된 등급, 단위 수, 표준편차 등을 활용하는 전형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학습발달상황 외에 출결상황, 수상경력, 자격증 및 인증 취득상황, 진로희망사항,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독서활동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 모든 부분을 활용하고 지원자가 작성한 자기소개서와 교사가 작성한 추천서까지 활용하는 전형이다. 전국 대학의 선발 인원은 학생부교과전형이 많지만 주요 대학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훨씬 많은 인원을 선발한다. 숫자로 된 교과 성적 외에 다양한 고교시절 활동도 보겠다는 의미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업 능력, 개인 능력, 사회성을 따진다. 학업 능력은 단지 숫자로 나타나는 등급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대학에서의 수학 능력과 전공 적합성을 측정하는 데 필요한 지원자의 환경이나 여건 등을 판단할 수 있다. 개인 능력은 고교 활동 중 나타나는 자기주도성, 발전가능성, 책임감, 창의력, 도전정신 등이다. 사회성은 학교에서 친구 또는 선생님과 관계, 배려, 공동체 의식, 더불어 사는 삶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고교생활을 열심히 한 경우 이런 여러 항목이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독서활동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 학생부 곳곳에 기재돼 있으면 유리한다.
△논술전형 지원자가 달라지고 있다. 기존 논술전형은 학생부교과 성적 상위권 지원자가 다수였으나 최근 교과 성적 중위권 지원자가 늘고 있다. 교과 성적이 우수한 경우 학생부교과전형이나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하기 때문이기도 하나, 각 대학 논술 문제가 교과서를 근거로 출제되면서 난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논술이 일부 학생에게만 허용되는 전형이 아니라는 의미다. 논술전형을 준비한다면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개념을 수업시간에 충실히 다져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학생부, 수능, 논술(면접) 3가지 중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을 더 잘하면 좋다. 학생부교과 또는 수능은 ‘지식의 축적’을 측정하는 전형이고, 학생부종합은 ‘지식의 활용’을 측정하는 전형이다. 미래 사회는 지식의 축적보다 지식의 활용을 더 많이 요구할 테고, 그래서 대학은 학생부종합전형의 선발 인원을 점점 늘리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가 중요한 전형요소이며, 학생부를 기재하는 것은 교사이지만 거기에 어떤 내용이 기재되느냐는 학생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