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2022년 4월 동물보호법이 전부 개정됐습니다. 개정 내용 가운데 몇 가지가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4월 시행을 앞두고 있죠. 그중 ‘맹견사육허가제’와 ‘기질평가제’에 대해선 현재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이번 글에선 새로 도입되는 맹견 관리 제도와 그 한계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국내에선 도사견, 아메리칸핏불테리어, 아메리칸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불테리어, 로트와일러 5개 견종과 이들의 잡종견을 맹견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맹견을 기를 땐 일반 반려견을 기를 때보다 지켜야 할 점이 훨씬 많은데요. 우선 외출 시에 반려견에게 목줄은 물론 입마개(머즐)까지 꼭 채워야 합니다. 목줄과 입마개를 해도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장애인복지시설, 노인복지시설, 어린이공원, 어린이놀이시설엔 함께 들어갈 수 없죠. 또 맹견 보호자는 맹견관리 교육을 의무 수강(연간 3시간)해야 하며 배상책임보험에도 가입해야 합니다. 반려견이 다른 사람이나 동물을 물지 않도록 방지하고 만약 물었을 땐 손해배상하기 위함이죠.
올해 4월부턴 더 많은 제한이 생깁니다. 일단 맹견사육허가제가 시행됩니다. 맹견을 키우기 전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먼저 사육허가 신청을 하고 허가를 받아야만 맹견을 기를 수 있는 겁니다. 어떤 맹견 품종을, 무슨 목적으로, 어디서 키울지를 정해 허가신청서를 내야 하죠. 사육허가신청 전 필수로 갖춰야 할 전제 조건도 있습니다. ‘동물등록’, ‘중성화수술’, ‘배상책임보험 가입’ 등입니다.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은 맹견을 개인이 아예 키울 수 없도록 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맹견사육허가를 내주기 전 지자체에서 기질평가도 실시합니다. 개의 숨겨진 기질을 평가해 사람이나 동물에 공격성을 보이는지, 그 수준이 공공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지 평가하는 거죠. 평가의 세부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요. 해외 사례를 고려하면 이런 식의 평가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끄러운 소리를 들려주고, 눈앞에서 물건을 떨어뜨리고, 다양한 사람과 개가 곁을 지나가게 하고, 탈것이나 이동수단에 태워보며 맹견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는 겁니다.
이 기질평가 결과에 따라 맹견사육허가는 거부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안락사를 명령받을 수도 있습니다. 반려견을 키우려는데 나라에서 “그 개는 기질적으로 위험하니 안락사시켜야 한다”고 얘기하는 거죠. 문제는 이 평가의 적정성입니다. 동일한 기질을 가진 똑같은 품종의 맹견이 두 마리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두 마리 맹견에 대한 지자체의 사육허가 여부는 같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기질평가 점수가 동일해도 허가엔 보호자의 경제력, 거주 환경, 여유 시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되기 때문입니다. 즉 개의 기질이 같아도 보호자에 따라 어떤 개엔 안락사, 어떤 개엔 약물치료, 어떤 개엔 사육허가라는 서로 다른 결론이 내려지게 되는 거죠.
개물림사고 등 맹견 사육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늘어나고,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기질평가 제도는 분명 필요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호자가 지자체의 기질평가 결과를 과연 납득할 수 있을지, 보호자가 지자체의 안락사 명령을 거부하고 행정소송을 걸면 어떻게 대응할 건지 등 많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이제 제도 시행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준비는 너무 미흡해 보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기질평가제는 5대 맹견이 아닌 품종의 개에 대해서도 시행될 예정이어서 더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한 해에 발생하는 개물림사고는 약 2500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개물림사고를 일으키는 개가 모두 맹견 품종인 건 아닙니다. 말티즈, 푸들, 요크셔테리어 등 소형견 품종도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무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품종으로 맹견을 정할 게 아니라 개체별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맹견이 아닌 개도 공격성 분쟁 대상이 되면 기질평가를 받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젠 우리 집 말티즈도 기질평가 결과에 따라 맹견으로 지정되거나 안락사를 명령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기질평가의 적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제도는 많은 반려견 보호자의 불만을 낳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관련 법 개정이 완료됐으며 시행이 확정됐습니다. 되돌릴 수가 없죠. 따라서 입질을 하는 소형견을 기르고 있다면 행여 기질평가 대상이 되기 전에 알아서 입마개를 착용시켜 외출하는 등 사전에 주의를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2022년 4월 동물보호법이 전부 개정됐습니다. 개정 내용 가운데 몇 가지가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4월 시행을 앞두고 있죠. 그중 ‘맹견사육허가제’와 ‘기질평가제’에 대해선 현재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이번 글에선 새로 도입되는 맹견 관리 제도와 그 한계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기질평가 적정성 두고 논란
국내에서 맹견으로 규정한 스태퍼드셔불테리어(왼쪽)와 로트와일러. [GettyImages]
올해 4월부턴 더 많은 제한이 생깁니다. 일단 맹견사육허가제가 시행됩니다. 맹견을 키우기 전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먼저 사육허가 신청을 하고 허가를 받아야만 맹견을 기를 수 있는 겁니다. 어떤 맹견 품종을, 무슨 목적으로, 어디서 키울지를 정해 허가신청서를 내야 하죠. 사육허가신청 전 필수로 갖춰야 할 전제 조건도 있습니다. ‘동물등록’, ‘중성화수술’, ‘배상책임보험 가입’ 등입니다.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은 맹견을 개인이 아예 키울 수 없도록 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맹견사육허가를 내주기 전 지자체에서 기질평가도 실시합니다. 개의 숨겨진 기질을 평가해 사람이나 동물에 공격성을 보이는지, 그 수준이 공공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지 평가하는 거죠. 평가의 세부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요. 해외 사례를 고려하면 이런 식의 평가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끄러운 소리를 들려주고, 눈앞에서 물건을 떨어뜨리고, 다양한 사람과 개가 곁을 지나가게 하고, 탈것이나 이동수단에 태워보며 맹견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는 겁니다.
이 기질평가 결과에 따라 맹견사육허가는 거부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안락사를 명령받을 수도 있습니다. 반려견을 키우려는데 나라에서 “그 개는 기질적으로 위험하니 안락사시켜야 한다”고 얘기하는 거죠. 문제는 이 평가의 적정성입니다. 동일한 기질을 가진 똑같은 품종의 맹견이 두 마리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두 마리 맹견에 대한 지자체의 사육허가 여부는 같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기질평가 점수가 동일해도 허가엔 보호자의 경제력, 거주 환경, 여유 시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되기 때문입니다. 즉 개의 기질이 같아도 보호자에 따라 어떤 개엔 안락사, 어떤 개엔 약물치료, 어떤 개엔 사육허가라는 서로 다른 결론이 내려지게 되는 거죠.
개물림사고 등 맹견 사육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늘어나고,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기질평가 제도는 분명 필요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호자가 지자체의 기질평가 결과를 과연 납득할 수 있을지, 보호자가 지자체의 안락사 명령을 거부하고 행정소송을 걸면 어떻게 대응할 건지 등 많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이제 제도 시행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준비는 너무 미흡해 보입니다.
입질하는 소형견 주의해야
맹견의 경우 외출 시 목줄은 물론 입마개(머즐)까지 반드시 채워야 한다. [GettyImages]
결과적으로 이젠 우리 집 말티즈도 기질평가 결과에 따라 맹견으로 지정되거나 안락사를 명령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기질평가의 적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제도는 많은 반려견 보호자의 불만을 낳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관련 법 개정이 완료됐으며 시행이 확정됐습니다. 되돌릴 수가 없죠. 따라서 입질을 하는 소형견을 기르고 있다면 행여 기질평가 대상이 되기 전에 알아서 입마개를 착용시켜 외출하는 등 사전에 주의를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