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디톡스’ 나선 Z세대

_{※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쉬는 날 하루 종일 누워서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을 보다가 아차 싶었던 적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1분 내외인 쇼트폼 콘텐츠를 무심결에 계속 보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에 강한 자극을 주는 쇼트폼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도파민 중독’이라는 단어가 Z세대 사이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도파민은 중추신경계에서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로 즐거움, 흥분, 쾌감 등을 느끼게 한다. 다만 과도해질 경우 뇌신경계가 퇴화하면서 집중력이 감소된다. 새해맞이 ‘도파민 디톡스’를 시작한 Z세대가 적잖은 이유이기도 하다. 도파민을 생성하는 쇼트폼 콘텐츠를 대체할 만한 오프라인 유행에는 어떤 게 있는지 알아보자.

# 고퀄리티 낙서 다꾸가 뜬다

새해를 맞아 회사에서 나눠준 다이어리를 ‘고퀄리티 낙서’로 꾸미는 Z세대 직장인이 늘고 있다. [윤돌아빠 인스타그램 계정 캡처]

이제는 많은 사람이 ‘꾸’는 ‘꾸미기’의 준말이라는 것을 안다. 올해도 꾸미기 유행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일본의 ‘가챠 파우치’가 유행할 것이라는 글이 많이 보인다. ‘가챠’란 일본어로 랜덤 뽑기 기계 또는 뽑아서 나온 상품을 일컫는 말이다. 상품은 피겨, 캐릭터 열쇠고리가 대부분인데, 그것들로 파우치를 꾸민 게 바로 가챠 파우치다. 근래 틱톡에서 가챠 파우치가 눈에 띄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유행은 맞는 것 같다. 다만 직장인 Z세대에게 가챠 파우치는 진입 장벽이 다소 높은 게 사실이다.

직장인 Z세대 사이에선 꾸미기 유행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다꾸’(다이어리 꾸미기)가 올해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회사에서 일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무슨 다꾸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직장인 다꾸는 일반 다꾸와 차이가 있다. 얼마 전 윤돌아빠 인스타그램 계정(@ydol_dad)엔 “회사에서 올해 새 다이어리를 받았는데, 너무 안 예뻐서 겉면에 그림을 그렸더니 소문이 나 다음 날 동료들이 ‘나도 그려달라’며 책상에 다이어리를 쌓아놓고 갔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처럼 ‘고퀄리티 낙서’ 수준의 다꾸가 유행할 전망이다. 이 정도 다꾸라면 직장 생활로 바쁜 Z세대도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소소한 수단으로 삼기 좋을 듯하다.

# 도전! 오이비빔밥·양배추참치덮밥

요리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오이참치비빔밥, 양배추참치덮밥 같은 간단한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제제 유튜브 캡처(왼쪽), 유튜브 채널 두리식탁Duri’s table 캡처]

지난해는 ‘요리 유튜버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요리 유튜버가 등장했다. 그에 따라 많은 Z세대가 요리에 도전하고 요리를 취미로 삼기 시작했다. 배달비가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집밥 열풍이 분 것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요리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칼이나 불 없이 하는 요리, 원팬 요리 등이 그 예다. 대표 레시피가 ‘오이비빔밥’이다. 밥에 오이, 양파, 닭가슴살 또는 참치를 넣고 간장, 참기름에 비벼 먹으면 되는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레시피다. 여기에 낫토, 김 등을 취향에 맞게 추가한 변형 버전도 다수 있다. 또 다른 레시피로는 ‘양배추참치덮밥’이 있다. 프라이팬에 양배추를 넣고 중불에 볶다가 달걀, 참치, 밥을 넣어 함께 볶으면 끝이다. 쉽고 가성비 좋으며 맛까지 챙긴 이런 요리들을 시도하다 보면 도파민 중독에 빠질 틈이 없을 것 같다.

# 딱 27세까지만 볼 수 있는 서류

도파민 디톡스에 성공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은 아날로그로 돌아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게 아닐까 싶다. 얼마 전 Z세대 사이에선 자신의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를 열람하는 게 유행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엔 만 27세까지만 볼 수 있는 출생신고서가 화제가 되고 있다. 부모님이 나의 출생을 신고한 서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만 27세가 넘으면 이 서류를 영영 볼 수 없다 보니 더욱 Z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출생신고서를 열람하려면 자신의 기본증명서를 발급받은 뒤 관할 법원을 찾아가면 된다. 디지털화되기 전 부모님이 자필로 작성한 출생신고서를 보다 보면 예상치 못한 감동과 벅차오름을 느끼게 된다는 후기가 많다. Z세대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MBTI나 사주가 지속적으로 유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Z세대의 ‘나를 알고자 하는 욕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