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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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흥분하는 반려견에게 필요한 명령어 훈련

[최인영의 멍냥대백과] 개 물림 사고 방지 위해 “기다려” “앉아” “엎드려” 연습시켜야

  •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입력2023-07-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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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반려동물에게도 ‘올바른 양육’이 필요하다. 건강관리부터 문제 행동 교정까지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반려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인 최인영 수의사가 ‘멍냥이’ 양육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쉽게 흥분하는 반려견은 다른 강아지를 보면 큰 소리로 짖거나 달려드는 등 문제 행동을 나타낸다. [GETTYIMAGES]

    쉽게 흥분하는 반려견은 다른 강아지를 보면 큰 소리로 짖거나 달려드는 등 문제 행동을 나타낸다. [GETTYIMAGES]

    반려견을 기르다 보면 반려견의 문제 행동에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여유롭게 산책을 하던 반려견이 갑자기 다른 강아지를 보고 큰 소리로 짖거나 달려드는 경우가 그 예입니다. 이런 문제 행동이 나타나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해당 반려견이 쉽게 흥분하는 성격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흥분 상태인 반려견은 어떤 대상을 보고 격한 반응을 드러내곤 합니다.

    그렇다면 흥분한 반려견에게 보호자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당연한 얘기겠지만 우선 반려견을 진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흥분한 반려견은 사람이나 다른 강아지를 무는 등 공격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매년 개 물림 사고가 수십~수백 건씩 발생하는데요.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보호자는 반려견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방법을 훈련시켜야 합니다.

    “기다려” “앉아” “엎드려” 같은 명령어를 반려견에게 인지시키는 게 첫 번째 단계입니다. 보호자가 “앉아”라고 지시했을 때 반려견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해놓는 거죠. 그다음에는 반려견의 호흡과 심박수가 원래대로 돌아올 때까지 2~3분가량 옆에서 기다려줘야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반려견에게 이 같은 명령어를 쉽게 학습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일단 멈춤’ 기다려 훈련

    “기다려”는 반려견의 문제 행동에 일차적으로 제동을 걸 수 있는 명령어입니다. 기다려 훈련이 잘 된 반려견은 흥분 상태일 때도 보호자의 말에 멈칫하고 하려던 행동을 멈추기 때문입니다.



    기다려 훈련을 위해서는 먼저 사료나 간식이 필요합니다. 보호자가 사료가 담긴 그릇이나 사료를 손에 올리고 반려견 코에 가까이 댄 뒤에 떼면 그것을 먹기 위해 반려견이 앞으로 걷기 시작할 것입니다. 종종 사료를 달라며 짖는 강아지도 있습니다. 이때 무서워하지 말고 반려견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한 손으로 반려견을 살짝 밀어냅니다. 반려견이 손을 넘어오려 해도 팔 전체를 사용해 막습니다. 조금씩 상황에 적응해갈 때쯤 “기다려”라고 굵고 짧은 목소리로 반복하면 어느 순간 사료를 그냥 둬도 반려견이 먹지 않은 채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잘 기다렸을 때는 보상으로 사료를 먹게 해주면서 훈련을 지속합니다. 그러면 이후에는 반려견이 사료 없이도 보호자의 “기다려”라는 말에 반응하게 될 것입니다.

    #‘자리에 털썩’ 앉아 훈련

    앉아 훈련은 보호자가 반려견의 시선보다 높은 곳에서 사료나 간식 등을 바라보게 할 때 쉽게 이뤄진다. [GETTYIMAGES]

    앉아 훈련은 보호자가 반려견의 시선보다 높은 곳에서 사료나 간식 등을 바라보게 할 때 쉽게 이뤄진다. [GETTYIMAGES]

    “앉아” 역시 무언가에 흥분해 달려드는 반려견을 자리에 앉혀 각종 사고를 방지하는 명령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앉아 훈련을 할 때는 보호자가 반려견의 시선보다 높은 곳에 있어야 합니다. 반려견이 보호자보다 아래쪽에 있어야 “앉아”를 쉽게 알려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사료나 간식을 쥔 보호자의 손을 반려견에게 가까이 가져가 냄새를 맡게 합니다. 반려견이 냄새를 맡은 뒤에는 손을 위쪽에 있는 보호자의 눈 부근으로 옮깁니다. 그러면 아래에 있는 반려견의 시선이 위를 향하면서 저절로 뒷다리를 굽혀 앉게 될 것입니다. 반려견이 앉지 않는다면 사료를 움켜쥔 손을 보호자 얼굴보다 더 높게 올리면 됩니다. 반려견이 앉는 순간을 놓치지 말고 사료를 보상으로 제공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이후에는 “앉아”라고 소리 내 말하면서 손을 눈 쪽으로 가져가는 행동을 연결시킵니다.

    #‘호흡 조절’ 엎드려 훈련

    “엎드려”는 반려견의 가슴과 배를 바닥에 닿게 해 호흡과 심박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명령어입니다. 또 여러 명령어 중 “엎드려”가 가장 고난도에 해당돼 일단 여기까지 교육받은 반려견은 아무리 흥분한 상태여도 보호자 지시에 따라 스스로 흥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엎드려 훈련은 앉아 훈련과 달리 반려견의 시선을 낮춰야 합니다. 따라서 보호자도 앉은 자세로 반려견과 눈높이를 맞추는 게 좋습니다. 먼저 보호자는 앉아 있는 반려견 앞에 사료나 간식을 두고 손바닥으로 덮어서 가립니다. 그다음 손을 앞뒤, 양옆으로 움직이면서 반려견의 관심을 끕니다. 반려견은 냄새를 맡으려고 시선과 자세를 낮추게 되는데, 반려견의 몸짓을 잘 지켜보다가 배와 가슴이 바닥에 닿는 순간 손으로 가렸던 간식을 열어 보여줍니다. 그러면 반려견은 자연스럽게 엎드린 자세를 취해야 간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후 “엎드려”라는 말과 행동을 연결해 반복 훈련시키면 반려견이 엎드린 자세를 확실히 익히게 될 것입니다.

    명령어 훈련을 할 때는 처음부터 길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단은 자세가 나오게만 하고 그 뒤 3초, 5초, 10초, 15초, 20초, 30초, 1분 이상으로 연습을 해나갑니다. 물론 반려견의 흥분을 가라앉히려면 2~3분은 안정된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니, 하루 2~3번 사료와 간식 시간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훈련시키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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