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골드버그 신임 주한 미국대사. [동아DB]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골드버그 대사는 취재진에 “안녕하세요”라는 한국말로 첫 인사를 건넸다. 그는 “주한미국대사로 임명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한미는 분쟁에서 위대한 동맹을 만들었고 양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합의 덕으로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에 기초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한 미 대사 자리는 1년 6개월 간 공석으로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임명한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2021년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에 맞춰 이임했고, 대사 임명이 지연되면서 공관 차석이 대사 업무를 대리해왔다.
미국 동부 보스턴 출생으로 보스턴대를 졸업한 골드버그 대사에게 한국은 대사로서 4번째 부임지다. 앞서 볼리비아, 필리핀, 콜롬비아에서도 주재 대사로 근무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6~2008년 주 볼리비아 대사직에 있다가 반미 성향의 에보 모랄레스 정권과 각을 세워 ‘외교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 Persona non grata)’로 지정돼 추방된 적도 있다.
북한에는 별로 달갑지 않은 인사다. 골드버그 대사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때인 2009~2010년에는 국무부 유엔 대북제재 이행담당 조정관으로 활동했다. 2009년 5월 북한 2차 핵실험에 따라 채택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 1874호 이행을 총괄했다. 올해 4월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선 북한을 ‘불량 정권(rogue regime)’으로 규정하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단호하고 지속적으로 견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골드버그 대사가 부임한 7월 10일 방사포를 쏘며 저강도 도발을 하기도 했다.
한편 골드버그 대사는 최초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힌 주한 미국대사이기도 하다. 성 소수자인 골드버그 대사는 동성 연인과 함께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과 함께하는 국무부 취임 선서도 혼자 했다. 국내에서는 미국에 우호적인 일부 보수 단체들이 골드버그 대사가 성소수자임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어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