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국영 지열발전회사 라지오(La Geo)가 설계 중인 화산지열을 이용한 비트코인 채굴장 조감도. [라지오 트위터]
일론 머스크의 변덕 배경은?
과도한 에너지 사용과 이로 인한 탄소 발자국 문제는 암호화폐 시장의 가장 큰 감쇠 요소로 꼽힌다. 머스크를 포함한 많은 기업인은 환경보호를 내세우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떠오르는 추세에서 환경을 파괴하는 비트코인을 선뜻 선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존 화폐 시스템과 달리,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는 에너지 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다.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해 복잡한 수학적 계산을 해결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트코인을 ‘채굴(마이닝)’할 수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갈수록 채굴 과정이 복잡해지면서 더 높은 컴퓨터 성능과 파워가 요구되고 있다. 초기에는 집에 있는 일반 개인용 컴퓨터(PC)로도 채굴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ASIC(주문형 반도체) 같은 값비싼 특수 장비로 가득 찬 방대한 공간이 필요하다. 창고에 꽉 들어찬 수백~수만 대의 컴퓨터는 연중무휴 돌아간다. 이 장비들을 식히기 위한 외부 냉각시설을 가동하는 데만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한 매년 더 새롭고 효율적인 모델로 장비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전자 폐기물이 생성되는 것도 문제다. 평균적으로 비트코인 장비는 1년 반 이상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힘들며 용도를 변경할 수도 없어 폐기 처분되고 있다.
중국 연간 1억3000만t 온실가스 배출
중국 쓰촨성에 위치한 암호화폐 채굴장. [마이드라이버]
비트코인 거래 한 건에는 약 1544kWh(킬로와트시)가 사용된다. 이는 미국 일반 가정에서 53일간 사용하는 전기량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00달러(약 22만 원) 이상의 전기료가 부과되는 것이다. 비트코인 자산의 가치가 높고 수입이 많아질수록 채굴자는 하드웨어와 에너지 자원에 더 큰 비용을 쏟아붓게 된다. 비트코인 가치가 상승할수록 비트코인 채굴 경쟁이 심화하면서 전력 소모량 또한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의 주요 동력원은 석탄 같은 화석연료다. CCAF의 분석 결과, 2019~2020년 비트코인 채굴업자의 76%가 중국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소개된 중국과학원과 칭화대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2024년 중국 비트코인 산업이 정점에 달하며 소비되는 연간 에너지가 이탈리아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경제국의 총 에너지 소비량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비트코인 운영으로 중국에서만 연간 1억3000만t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비트코인 채굴 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에서 탈피하려는 친환경 움직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트위터 공동창업자 잭 도시가 설립한 온라인 결제서비스 기업 ‘스퀘어’는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충당하는 비트코인 채굴 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스퀘어는 500만 달러(약 55억8600만 원)를 투자해 100% 재생에너지만으로 가동되는 비트코인 채굴장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발전 장비는 일정 시간 동안만 태양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하루에 반나절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한 채굴은 효율이 매우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텍사스주는 오랜 풍력발전으로 전력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은 텍사스를 매력적인 곳으로 보고 이주를 계획 중이다. 페이팔 공동창업자이자 미국 소프트웨어업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회장 피터 틸은 ‘포천’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는 현재 텍사스 서부에 있다”며 “텍사스의 기온이 높은 단점을 보완하고자 액체 냉각 시스템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화산지열, 소 배설물까지 활용
이지 크립토 헌터는 농장에 젖소 분뇨를 활용한 발전 시스템을 설치해 암호화폐 채굴 장비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이지 크립토 헌터]
동물 분뇨를 이용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방법도 등장했다. 영국 맨체스터 부근에 본사를 둔 이지 크립토 헌터는 분뇨를 사용한 바이오에너지로 채굴 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500RPM으로 작동하는 대형 6기통 엔진은 젖소 분뇨를 분해해 방출되는 메탄을 전기로 변환한다. 이 과정을 혐기성 소화라고 한다. 생성된 전력은 대부분 농장을 운영하는 데 쓰이지만, 나머지는 소규모 채굴 장비에 전력을 공급한다. 이곳에서는 24시간 컴퓨터를 가동시켜 이더리움을 채굴하며, 관련 장비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에 쓰이는 재생에너지 비율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충분하지 못하다. CCAF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재생에너지는 총 에너지 소비량의 39%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76%는 전통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를 혼용해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전환과 함께 에너지 효율이 높은 암호화폐를 찾는 것으로도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일례로 2022년 이더리움2.0이 전환할 지분증명(PoS) 프로토콜을 사용하면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이는 기존 컴퓨터로 계산하는 방식인 ‘작업증명(PoW)’을 대신해 해결하는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이더리움이 이론적으로 지분증명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비트코인 역시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 지분증명의 가장 큰 단점은 아직까지 기술적으로 낯설고 복잡하다는 것이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은 미국 전기전자학회(IEEE) 학회지 ‘IEEE 스펙트럼’을 통해 “PoS로 전환하면 이더리움 거래당 소비 에너지가 100배 이상 감소할 것”이라며 “에너지 사용을 줄임으로써 생태적 문제를 해결하고 코인 발행 비용도 줄이는 이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