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1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뉴스1]
중국 기업과 비교해 K-배터리 약세
이번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삼총사의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LG에너지솔루션 50.6%, 삼성SDI 18.6%, SK이노베이션 68.5% 성장했다. 중국은 CATL 166.2%, BYD 381.9%, CALB 1087.1%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지난해 동기 대비 K-배터리 삼총사 사용량은 48% 증가했다. 전체 배터리 사용량이 94%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또한 중국 기업들의 성장세와 비교하면 초라할 정도다. 최근 들어 중국이 배터리 시장의 전체 성장세를 주도하는 양상으로 변한 것이다.
중국 배터리업계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이 한몫했다. 중국은 2016년부터 ‘메이드 인 차이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며 업체들을 지원해왔다. 이 같은 전폭적 지원 덕분에 2011년 창업해 20년밖에 되지 않은 CATL이 세계 수위를 다투는 배터리업체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한때 CATL의 세계 1위 타이틀은 저가 입찰의 승리일 뿐이며 기술력은 K-배터리가 한 수 위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함께 해마다 매출의 7~8%를 연구개발에 쏟아부으면서 CATL 기술력이 K-배터리를 넘보고 있다. CATL은 셀투팩 배터리 기술, NCM811 배터리 양산 등 한국을 넘어서는 기술력과 더불어, 다양한 제품군과 한국 배터리 대비 10~20% 저렴한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무서운 속도로 덩치를 불리고 있다.
K-배터리의 약세는 주가에서도 드러난다. K-배터리 대장주이자 LG에너지솔루션 모회사 LG화학은 3월 3일 종가 87만 원으로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61조 원이다. CATL 주가는 원화 기준 6만573원으로 시가총액은 140조 원에 달한다. 최근까지는 비슷한 규모의 두 회사가 시가총액에서 2배 이상 차이를 보여 LG화학이 CATL보다 저평가받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CATL이 지금 같은 추세로 파상 공세를 펼친다면 LG화학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평가가 무색해질 수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소송전, 현대자동차 전기차 코나의 화재사고 등 대내외 악재로 2월 26일 장중 82만5000원까지 떨어졌다. 1월 14일 신(新)고가 105만 원보다 27% 넘게 떨어진 수치다. 3월이 시작되면서 반발 매수세가 집중 유입돼 3월 3일 87만 원까지 올랐으나 탄력을 받으며 상승할지는 미지수다. CATL도 최근 2차 전지 배터리 주식시장가 조정기를 맞으면서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수요가 확대되면 조정기가 오래 지속되지 않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K-배터리 대장주, LG화학 수난시대
중국 배터리업계가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분쟁’ 중이다. 2017년 10월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전직 금지 가처분 소송을 시작으로 두 회사는 국내외에서 다수의 소송을 진행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2월 11일 전기차 배터리 전쟁의 해외 소송 첫 판결이 나왔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에 대해 10년간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것. LG에너지솔루션의 압승이었다. 그런데 진정한 압승일까. 최근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들어갈 3차 배터리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과 함께 CATL을 선정했다는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메이드 인 차이나’로 치부했던 CATL의 질주는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긴 것이 국익 전체로 보면 오히려 손실이라는 시각도 적잖다. 두 업체의 합의 과정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K-배터리가 중국 기업들의 맹공에 맞서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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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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