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지구인컴퍼니]
이 중 시장에서 비중이 큰 대체육은 식물성 고기다. 쫄깃한 식감은 물론, 식물성 오일로 육즙까지 재현하며 맛을 강화한 식물성 대체육은 빠른 속도로 주류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소수 채식주의자만이 아니라 동물과 환경을 보호하려는 가치 소비족, 좀 더 건강한 식단을 찾는 일반 소비자층에까지 파고들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세계 대체축산식품 시장 규모가 2019년부터 연평균 9.5%씩 성장해 2025년 약 2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체육 시장
직접 먹어본 대체육 제품들.
롯데푸드는 2019년 자체 개발한 ‘제로미트’를 론칭해 현재까지 10만 개 이상 판매했으며, 롯데마트는 지난해 곤약과 해조류를 이용한 ‘고기대신’ 시리즈를 출시했다. 지난해 식물성 패티를 사용한 ‘미라클버거’를 내놓은 롯데리아는 후속으로 글로벌 식품회사 네슬레의 식물성 패티를 넣은 ‘스위트 어스 어썸 버거’를 판매하고 있다.
농심도 독자적으로 개발한 고수분 대체육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농심이 새롭게 선보인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은 식물성 다짐육과 떡갈비, 너비아니, 식물성 치즈 등 다양한 종류로 구성돼 있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매하지만 향후 판매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구인컴퍼니는 대체육 시장에서 돋보이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이다. 2019년 식물성 고기 브랜드 ‘언리미트’를 론칭하고 B2B(기업 간 전자상거래) 납품 형식으로 여러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자체 대표 상품인 ‘언리미트 슬라이스’의 경우 육류를 구울 때 생기는 ‘마이야르 반응’(열을 가하면 갈색으로 변하면서 특별한 풍미가 나타나는 현상)을 구현해냈다. 슈퍼푸드로 각광받는 퀴노아, 병아리콩, 렌틸콩을 첨가한 것도 특징.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는 “육즙이 살아 있는 ‘버거 패티’가 반응이 좋다”며 “샐러드 전문점 ‘샐러디’, 비건 레스토랑 ‘플랜트’와 ‘푸드더즈매터’ 등에서도 언리미트 요리를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체육이 고기 같아야 한다는 관념 버려야
몇 해 전 채식 뷔페에서 먹어본, 뚝뚝 끊어지는 콩고기 식감에 실망한 나는 조리가 간편한 ‘고기대신 비건 양념갈비살’(320g 7980원)과 ‘언리미트 슬라이스’(230g 7800원), ‘제로미트 베지함박 오리지널’(375g 7480원)에 도전했다(표 참조).
평소 구이류를 좋아하는 터라 ‘고기대신 비건 양념갈비살’과 ‘언리미트 슬라이스’부터 조리했다. 두 제품 모두 구울 때 고기 표면이 노릇노릇해지고 지글지글 굽는 소리가 들려 시청각적 만족도를 채워줬다. 식감은 얇은 쇠고기 목심 모양의 ‘언리미트 슬라이스’가 좀 더 쫄깃했다. ‘비건 양념갈비살’은 쌈채소를 곁들이고 ‘언리미트 슬라이스’는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으니 식물성 대체육 특유의 살짝 비릿한 향이 커버됐다. 롯데푸드 관계자가 ‘제로미트’ 4종 중 가장 인기가 좋다고 알려준 ‘베지함박 오리지널’의 경우 맛과 모양, 색 모두 햄버그스테이크와 흡사했다.
3개 제품을 맛본 총평은 ‘정말 콩으로 만든 음식이 맞나 싶을 만큼 고기 맛이 난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식물성 고기가 영양 면에서도 우수할까 의구심이 생겼다. 식물성 대체육은 콜레스테롤과 트랜스지방은 없지만 동물성 단백질에 포함된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지닌다. 가공도가 높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대체육을 좀 더 건강하게 섭취하려면 성분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박성권 세종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아무래도 대체육과 고기가 같을 수는 없다”며 “식물성 고기가 고기 같아야 한다는 관념을 버리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고기처럼 만들다 보니 다양한 인공 첨가물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구입 전 제품에 어떤 성분이 첨가됐는지 체크하고, 평소 콩이나 글루텐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이 부분도 꼭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건강을 생각한다면 튀기거나 굽기보다 쪄서 섭취하고, 대체육 제품의 칼로리가 낮지 않으니 총 섭취량도 조절하는 편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