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술을 입에 달고 사는 한지평(55) 씨는 어느 날 붉은색으로 변한 손바닥을 발견했다. 한씨는 최근 들어 배도 나오고 호흡할 때마다 구취도 심했다고 한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복부비만이 생기는 것은 흔한 일이고, 입안에 충치가 있거나 스케일링을 제때 안 하면 구취가 심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 한겨울도 아닌데 붉은색으로 변한 손바닥은 과연 어떤 시그널일까.
한씨의 경우처럼 손바닥에 붉은 반점이 생기거나, 미세혈관이 거미 다리 모양으로 뻗어 피부가 붉게 보이는 거미혈관종 증상이 나타나면 간경변증 초기를 의심해볼 수 있다. 간경변증의 시그널은 거미혈관종 이외에 복부 팽만, 하지 부종, 황달이 있으며 간성 혼수의 경우 의식이 흐려지기도 한다. 간경변증이 심하게 진행된 경우 황달, 복수, 간성뇌증, 정맥류 출혈 같은 합병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간경변증은 그 자체로 사망의 원인이 되거나 간암으로 악화될 수 있어 굉장히 위험한 질환이다.
손바닥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는 수장홍반증(왼쪽 사진)이나 피부에 거미 다리 모양으로 붉게 보이는 거미혈관종(오른쪽 사진)은 간경변증 시그널이다.
증상 없는 간경변증, 평소 관리가 중요
간경변증은 말랑말랑한 간이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변해 제 기능을 못 하는 질병이다. 바이러스나 음주, 약물 등에 의해 간에 만성 염증이 생기면서 조직이 손상돼 ‘섬유화’가 이뤄진다. 이렇게 간세포의 섬유화가 진행되면 정상적인 세포 구조가 비정상적인 작은 덩어리로 만들어져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변하는 것이다.‘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간은 간경변증이 시작돼도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혈액검사에서도 이상소견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번 망가진 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평소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고, 음주와 흡연을 삼가며,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노인계 KMI광화문센터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간 기능을 알아보는 기본 검사는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라며 “복부 초음파는 복부 장기를 검사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지만, 횡격막 아래쪽은 초음파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만약 복부 초음파에서 이상이 발견됐다면 복부 CT를 통해 초음파로 확인하지 못한 부분까지 자세히 검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작지원 KMI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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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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