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가수모습. [SK텔레콤 제공]
요즘 엔터테인먼트업계 상황이 그렇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옥석이 가려지고 있다. 어떤 회사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든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데 반해, 또 어떤 회사는 속수무책인 상태다. 특히 주먹구구식으로 방만하게 운영돼온 회사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그 전말이 밝혀지고 있기도 하다.
최근 소속사 대표 고소로 불거진 가수 박기영의 사건이 대표적이다. 박기영은 8월 12일 경기 일산 동부경찰서에 전 소속사 문라이트퍼플플레이의 이모 대표를 횡령, 사기,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박기영과 이씨는 2017년 3월부터 함께했다. 이씨가 박기영에게 음반 제작 투자 의사를 밝히면서 이씨 회사와 박기영이 전속계약을 맺은 것. 이씨는 박기영을 매니지먼트하기 전까지 엔터테인먼트 경력이 거의 없었다. 박기영 측은 “이씨가 수익이 발생하면 일단 자신이 먼저 쓰고 나중에 들어오는 수익금으로 정산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돌려막기를 해왔던 것 같다”며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스케줄이 꾸준히 있었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시간을 끄는 게 가능했던 것 같은데, 올해 2월부터는 스케줄이 거의 없어 그런 방식으로 돌려막는 것이 불가능해져 결국 잠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규모 회사에 소속된 연예인 A씨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그간 함께해온 매니저들과 결별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스케줄이 대부분 사라졌다고 하지만 어떤 매니저들은 꾸준히 스케줄을 만들어오는데, 나와 함께하는 매니저들은 그렇지 못했다”며 “회사 매니저들이 그간 일을 만들어온 게 아니라 들어오는 일만 전달한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속앓이를 하고 있는 연예인은 적잖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작품을 하나도 결정하지 못한 한 중견 배우는 “코로나19 사태로 드라마와 영화 제작이 많이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되는 작품들이 분명히 있는데, 내 작품은 하나도 결정되지 않고 있다”며 “회사와 매니저들의 업무 방식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엔터테인먼트 회사나 매니저라고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매니저는 “일부 잘나가는 연예인과 비교하면 어떤 연예인이든 스케줄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대폭 축소된 엔터테인먼트시장에서 연예인들이 본인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고 매니저나 회사의 역량만 탓하는 것은 매우 섭섭한 일”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매니저들에게 태도를 바꿔 다른 방식으로 일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연예인과 소속사 간 불편한 관계가 정리되면서 누가 진짜 도움이 되는지 ‘상호 옥석 가리기’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는 “연예인들이 잘 되면 자기 덕이라 하고, 안 되면 회사 탓을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지금 이 시기에는 모든 회사가 어렵다. 그 점을 이해하고 서로 한발씩 양보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