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 쿠팡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논란을 빚은 쿠팡.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택배상자로 전파될 확률은 낮기 때문이다.
택배가 더 위험해진 것은 아니다
경기 안양시의 직장인 김모(42) 씨는 당분간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집 안에 침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김씨는 “어린아이는 물론, 부모도 함께 사는 집인 만큼 신경 써야 한다. 당분간 직접 장을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새벽배송 서비스를 애용해온 1인 가구도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은평구의 정모(28) 씨는 라면을 대량으로 주문했다. 얼마간 신선식품 대신 라면으로 연명할 계획이다. 정씨는 “신선식품이 라면보다 몸에는 좋겠지만, 코로나19가 무서워 배달해 먹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걱정이 커진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프린스턴대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골판지에서 24시간,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에서 2~3일, 구리 표면에서 4시간쯤 생존한다. 골판지로 만든 택배상자에서는 하루 종일 살아남을 가능성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포장/배송 과정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택배상자에 묻을 수 있고, 그로 인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될 확률이 없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택배상자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될 확률은 낮다고 봤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조정관은 “택배를 통한 감염 확산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전 세계적으로도 택배로 인한 바이러스 전파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CDC와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택배상자를 통한 전파 가능성에 대해 “어떤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불안하다면 집 밖에서 택배상자 개봉
서울 인근의 한 택배 터미널의 상하차 작업하는 모습. [동아DB]
코로나19에 감염된 택배기사에 의해 감염될 확률도 낮다. 택배기사와 고객이 만날 가능성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물류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초창기인 2월부터 비대면 배송을 시작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에만 비대면 배송을 했지만, 지금은 비대면 배송이 원칙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전염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안심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엄중식 교수는 “100% 옮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택배상자가 아니더라도 외부에서 짐을 들여오면 손을 깨끗이 씻는 등 생활 속 방역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갑 교수도 “집 밖에서 택배상자를 뜯은 뒤 안으로 들여오는 방법도 괜찮다. 택배상자보다 많은 사람이 만지는 엘리베이터 버튼 등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장갑과 마스크 착용, 손 자주 씻기 등 지금까지 지켜온 방역수칙만 잘 유지한다면 택배상자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