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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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사람도 떠나는 홍콩 엑소더스 개봉박두?!

중국의 홍콩 죽이기와 미국 등 서방 자본 대탈출 움직임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0-06-04 09: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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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의 단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China Daily]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의 단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China Daily]

    웨강아오(粤港澳·광둥성+홍콩+마카오) 다완취(大灣區·the greater bay area) 프로젝트. 웨강아오의 ‘웨’는 광둥성, ‘강’은 홍콩, ‘아오’는 마카오를 뜻한다. 다완취는 커다란 만(灣)이 있는 지역이라는 의미다. 이 계획은 중국 정부가 2035년까지 선전(深圳)과 광저우(廣州) 등 광둥성 9개 도시와 마카오, 홍콩을 합친 총 11개 지역을 하나로 묶어 뉴욕만, 샌프란시스코만, 도쿄만을 뛰어넘는 단일 경제권을 만들겠다는 원대한 청사진이다.

    웨강아오 다완취 프로젝트

    홍콩 시민들이 한 쇼핑몰에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CNA]

    홍콩 시민들이 한 쇼핑몰에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CNA]

    중국 정부가 2018년 10월 홍콩~마카오~광둥성 주하이를 연결하는 총길이 55km의 세계 최장 해상대교 강주아오(港珠澳)대교를 건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홍콩이다. 아시아 금융허브이자 자유무역항인 홍콩은 웨강아오 다완취 프로젝트에 필요한 모든 인적·물적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당초 계획과 달리 홍콩을 소외시키는 대신, 선전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와 공산당 정치국은 지난해 8월 18일 공동명의로 선전을 ‘중국 특색 사회주의 선행 시범지구’로 건설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발표 내용은 중국 공산당 전·현직 지도부가 여름철 휴가 때 모이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결정된 것이었다.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공산당 전·현직 지도부가 지난해 6월 9일부터 시작된 ‘범죄인 인도 법안’(이른바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표출된 홍콩 시민의 뿌리 깊은 반중 정서를 볼 때 ‘홍콩의 중국화’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5월 28일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된 것은 공산당의 이런 방침을 따른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그동안 국제금융·무역 중심지라는 홍콩의 위상을 약화시켜 중국의 일개 도시 가운데 하나로 만들려는 전략을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시 주석이 지난해 10월 말 제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홍콩과 마카오 특별행정구의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법률 제도를 완비하겠다”고 밝힌 것도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었다.

    이에 따라 중국 공산당은 미국 정부의 보복 조치가 우려됨에도 홍콩에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보장한다는 약속까지 파기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 입장에선 홍콩이 아직까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이지만 일당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려면 거위의 배를 가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중국 공산당은 홍콩의 민주화 시위와 반중세력의 득세를 묵과할 경우 자칫하면 홍콩의 분리·독립 요구가 분출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만과의 통일이 어려워지고, 독립을 꿈꾸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와 티베트자치구 등에도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물론 미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제정된 홍콩 인권법에 따라 홍콩의 특별 지위를 박탈한다면 홍콩과 중국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29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은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홍콩이 더는 미국이 제공한 특별 지위를 보장할 정도로 충분히 자치적이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이미 약속한 일국양제 원칙을 일국일제로 대체했다”면서 “나는 홍콩의 특별 지위를 보장하는 정책적 면제를 제거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처럼 1992년 제정된 홍콩 정책법에 따라 관세,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중국과 달리 홍콩에 특별 지위를 부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 지위 박탈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할 경우 홍콩은 무엇보다 아시아 금융허브라는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


    세계 4대 자본시장

    홍콩의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과 빅토리아항. [위키피디아]

    홍콩의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과 빅토리아항. [위키피디아]

    국제사회는 미국 정부가 홍콩의 특별 지위를 박탈할 경우 외국 자본의 ‘홍콩 대탈출’(exodus)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홍콩은 뉴욕, 도쿄, 런던에 이어 세계 4대 자본시장이다. 홍콩 증시에는 2018년 기준으로 2315개 기업이 상장됐다. 이들의 시가총액이 3조9000억 달러(약 4771조6500억 원)에 달한다. 홍콩에는 현재 9000여 개 외국 기업이 진출해 있고, 이 중 1300여 개가 미국 기업이다. 다국적기업들은 홍콩에서 자유롭게 자본을 이동하지 못할 경우 투자를 중단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 기업들도 직원의 홍콩 무비자 입국이나 투자가 제한된다면 홍콩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홍콩 직접투자 금액은 825억 달러(약 101조 원)나 된다. 특히 홍콩은 달러당 7.75~7.85홍콩달러로 환율을 고정하는 페그(peg)제를 채택하고 있다. 홍콩은 페그제를 통한 환율 안정으로 금융 중심지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페그제 유지를 위해선 풍부한 달러 유동성이 필수적이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마켓워치’는 “만일 미국이 홍콩의 달러화 거래를 어렵게 할 경우 홍콩 은행들은 초토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홍콩을 통해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왔지만 이런 통로가 없어질 수도 있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65%가 홍콩을 경유해 이뤄졌다. 게다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기업들의 해외 기업공개(IPO) 가운데 73%는 홍콩에서 진행됐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홍콩을 미국, 유럽 각국의 중국 기업에 대한 감독·통제를 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왔지만 앞으로는 불가능하다. 중국 공산당 간부와 재벌 역시 홍콩을 통한 돈 세탁과 비밀자금 보관 등을 할 수 없다. 

    세계 7대 무역항인 홍콩은 그동안 중국 본토와는 다른 낮은 관세를 무기로 중국의 수출입 관문 역할을 해왔으나 앞으로 이런 기능이 없어질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홍콩은 특별 지위에 따라 예외로 해왔다. 미국과 홍콩의 교역규모는 연간 670억 달러(약 82조 원)에 달하지만 앞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다국적기업들은 홍콩에 대한 관세 세제 혜택이 사라질 경우 굳이 홍콩에 법인을 만들어 미국 등에 중계무역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였던 에스와르 프라사드저 미국 코넬대 무역학 교수는 “중국에게 홍콩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만큼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중국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추다성 대만 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홍콩이 특별 지위를 잃는다면 홍콩 수출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비즈니스 활동은 제한될 것”이라면서 “외국 자본이 이탈하고 홍콩의 금융허브 지위도 타격을 받게 된다”고 내다봤다.

    선전, 홍콩 대체할 도시로 육성

    중국 정부가 홍콩 대체지로 키우고 있는 광둥성 선전의 모습. [위키피디아]

    중국 정부가 홍콩 대체지로 키우고 있는 광둥성 선전의 모습. [위키피디아]

    이런 부정적인 전망을 중국은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당시 홍콩 국내총생산(GDP)은 중국 전체 GDP의 18%를 차지했으나, 이제는 3.7%로 떨어졌을 정도로 경제적 비중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은 홍콩 대체지로 선전을 세계 일류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를 위해 금융, 정보기술(IT), 교육, 의료, 과학기술, 문화, 공공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선전을 2025년까지 선진국 도시들과 경쟁하는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하고, 2035년에는 세계를 선도하는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홍콩과 접경한 가난한 어촌이던 선전은 2018년 GDP가 2조4222억 위안(약 416조 원)을 기록하면서 홍콩(2조4001억 위안)을 처음으로 앞지르는 등 경제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선전은 중국사회과학원 재경전략연구원이 중국 본토뿐 아니라 홍콩, 마카오, 대만을 포함한 293개 도시를 대상으로 평가한 도시종합 경제경쟁력 순위에서 2014년 이후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홍콩 길거리에 붙어 있는 대만 이민 설명회 포스터. [서우후]

    홍콩 길거리에 붙어 있는 대만 이민 설명회 포스터. [서우후]

    홍콩 시민들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에 따라 또다시 대탈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사태 때부터 시작된 홍콩 시민의 대탈출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홍콩의 이민 전문업체들에는 최근 들어 대만, 싱가포르, 호주, 캐나다, 영국 등 해외 이민 문의가 20배나 늘었다. 영국 정부는 홍콩 시민 750만 명 가운데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가진 30여만 명에 대해 영국 시민권을 획득할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 중국 정부의 홍콩 압박이 더욱 강화되면 홍콩 시민의 상당수가 고향을 떠날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되면 ‘동양의 진주’라는 얘기를 들어온 홍콩이 말 그대로 별 볼 일 없는 도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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