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의 단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China Daily]
웨강아오 다완취 프로젝트
홍콩 시민들이 한 쇼핑몰에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CNA]
그런데 중국 정부는 당초 계획과 달리 홍콩을 소외시키는 대신, 선전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와 공산당 정치국은 지난해 8월 18일 공동명의로 선전을 ‘중국 특색 사회주의 선행 시범지구’로 건설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발표 내용은 중국 공산당 전·현직 지도부가 여름철 휴가 때 모이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결정된 것이었다.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공산당 전·현직 지도부가 지난해 6월 9일부터 시작된 ‘범죄인 인도 법안’(이른바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표출된 홍콩 시민의 뿌리 깊은 반중 정서를 볼 때 ‘홍콩의 중국화’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5월 28일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된 것은 공산당의 이런 방침을 따른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그동안 국제금융·무역 중심지라는 홍콩의 위상을 약화시켜 중국의 일개 도시 가운데 하나로 만들려는 전략을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시 주석이 지난해 10월 말 제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홍콩과 마카오 특별행정구의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법률 제도를 완비하겠다”고 밝힌 것도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었다.
이에 따라 중국 공산당은 미국 정부의 보복 조치가 우려됨에도 홍콩에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보장한다는 약속까지 파기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 입장에선 홍콩이 아직까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이지만 일당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려면 거위의 배를 가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중국 공산당은 홍콩의 민주화 시위와 반중세력의 득세를 묵과할 경우 자칫하면 홍콩의 분리·독립 요구가 분출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만과의 통일이 어려워지고, 독립을 꿈꾸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와 티베트자치구 등에도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물론 미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제정된 홍콩 인권법에 따라 홍콩의 특별 지위를 박탈한다면 홍콩과 중국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29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은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홍콩이 더는 미국이 제공한 특별 지위를 보장할 정도로 충분히 자치적이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이미 약속한 일국양제 원칙을 일국일제로 대체했다”면서 “나는 홍콩의 특별 지위를 보장하는 정책적 면제를 제거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처럼 1992년 제정된 홍콩 정책법에 따라 관세,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중국과 달리 홍콩에 특별 지위를 부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 지위 박탈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이를 실행할 경우 홍콩은 무엇보다 아시아 금융허브라는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
세계 4대 자본시장
홍콩의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과 빅토리아항. [위키피디아]
중국 입장에서는 홍콩을 통해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왔지만 이런 통로가 없어질 수도 있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65%가 홍콩을 경유해 이뤄졌다. 게다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 기업들의 해외 기업공개(IPO) 가운데 73%는 홍콩에서 진행됐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홍콩을 미국, 유럽 각국의 중국 기업에 대한 감독·통제를 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왔지만 앞으로는 불가능하다. 중국 공산당 간부와 재벌 역시 홍콩을 통한 돈 세탁과 비밀자금 보관 등을 할 수 없다.
세계 7대 무역항인 홍콩은 그동안 중국 본토와는 다른 낮은 관세를 무기로 중국의 수출입 관문 역할을 해왔으나 앞으로 이런 기능이 없어질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최대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홍콩은 특별 지위에 따라 예외로 해왔다. 미국과 홍콩의 교역규모는 연간 670억 달러(약 82조 원)에 달하지만 앞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다국적기업들은 홍콩에 대한 관세 세제 혜택이 사라질 경우 굳이 홍콩에 법인을 만들어 미국 등에 중계무역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였던 에스와르 프라사드저 미국 코넬대 무역학 교수는 “중국에게 홍콩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만큼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중국이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추다성 대만 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홍콩이 특별 지위를 잃는다면 홍콩 수출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비즈니스 활동은 제한될 것”이라면서 “외국 자본이 이탈하고 홍콩의 금융허브 지위도 타격을 받게 된다”고 내다봤다.
선전, 홍콩 대체할 도시로 육성
중국 정부가 홍콩 대체지로 키우고 있는 광둥성 선전의 모습. [위키피디아]
홍콩과 접경한 가난한 어촌이던 선전은 2018년 GDP가 2조4222억 위안(약 416조 원)을 기록하면서 홍콩(2조4001억 위안)을 처음으로 앞지르는 등 경제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선전은 중국사회과학원 재경전략연구원이 중국 본토뿐 아니라 홍콩, 마카오, 대만을 포함한 293개 도시를 대상으로 평가한 도시종합 경제경쟁력 순위에서 2014년 이후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홍콩 길거리에 붙어 있는 대만 이민 설명회 포스터. [서우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