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동아일보 자료사진]
진 전 교수는 6월3일 ‘주간동아’ 기고에서 “‘전쟁’ 멘탈리티에 사로잡힌 눈에는 주위 사람이 온통 잠재적 ‘간첩’으로 보이기 마련”이라며 “보수 진영은 이 공포 마케팅을 이용해 손쉽게 통치해왔다”고 풀이했다. 그는 “‘반공’의 칼도 어느새 날이 다 빠져 그 무섭던 ‘빨갱이’ 소리도 이제는 그저 우습게 들릴 뿐”이라며 “그동안 보수가 이견을 공포로 억눌러온 탓에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반복되는 공포 마케팅은 장기적으로 보수층의 지적 수준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한국의 보수가 시위 때마다 성조기를 흔들며 성조기라는 상징에 목을 매는 것은 그 의식이 여전히 미군의 화력에 생존을 의존해야 했던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지금 김정은은 미국과 핵무기와 체제보장을 바꾸려고 협상을 하고 있다”며 “그들이 미사일을 계속 쏘는 것은 미국을 향해 관심 좀 가져 달라는 처절한 몸부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즉, 북한에 대한 적대적 태도와 전쟁에 대한 공포만으로 우리 국민을 설득할 수 없을 만큼 (한반도)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보수 진영이 자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7·4공동성명을 이끈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었고, 냉전체제를 깨고 소련과 국교를 맺은 것은 노태우 대통령이었으며 김일성의 죽음으로 무산됐을 뿐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을 계획한 것은 김영삼 대통령이었다”며 “한국 보수가 (남북문제에) 유연함을 발휘한 바탕에는 체제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남북문제에 관한 보수의 비전이 사라졌다”며 “이제라도 보수가 자신감과 유연함을 가지고 다시 남북문제를 푸는 보수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공포와 습관의 통치를 받아온 지지층도 생각이 돌처럼 굳어져 지도층이 변하려 해도 그 변화를 순순히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그들을 설득하려는 지난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