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 시진핑 주석 방한에 “커다란 사변” 언급
중 정부 인정하지 않는 한한령(한류금지령)에 ‘해제’ 시사
싱하이밍(邢海明) 대사(56)는 지난달 27일 서울 명동 주한 중국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통해 “시 주석의 방한은 ‘커다란 사변(事變)’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싱 대사가 시 주석의 방한을 ‘커다란 사변’이라고 표현하고, 나아가 ‘폭발적으로’라는 단어를 2번이나 거듭 강조한 것은 시 주석의 방한 이후 양국 관계가 급격히 개선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말이다.
‘사변(事變)’이란 남한에서는 ‘정치, 군사상 중대한 돌발사건’이라는 부정적인 뜻으로 주로 쓰이지만 북한에서는 ‘이정표가 될만한 중대한 변화의 계기’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중국에서는 2가지 의미가 모두 있지만 주로 남한에서 사용하는 뜻으로 사용한다. 고교를 마친 뒤 곧바로 북한의 사리원농업대를 졸업한 그가 아직 북한식 어투를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중 관계의 복원 및 발전에 커다란 의욕을 보이는 싱하이밍 신임 주한 중국대사. 그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 이후 한중-중한 관계는 폭발적으로 성장,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 시 주석이 방한하면 한중(韓中)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드리워진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도 해제될까요?
“시 주석이 방한하면 이후 큰 성과가 이어질 것입니다. 저는 시 주석의 방한을 성사시키고, 나아가 (시 주석의 방문이) 큰 성과로 이어지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한한령’을 인정한 적이 없다. 방한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든, 한국 드라마가 중국 방송채널에 덜 나오든, 그것은 그 분야 종사자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사안이지 정부가 이를 유도하거나 압력을 가해 이뤄진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싱 대사의 ‘큰 성과’ 발언은 사실상 시 주석의 방한 이후엔 사드 갈등 이후 실질적으로 가해진 다방면의 한류 제한 조치가 풀릴 것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부가 직접 개입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천명해왔기 때문에 이를 직접 “해제한다, 안 한다”를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걸 시사하는 말이다.
“시 주석 방한 뒤 한한령 사실상 사라질 것”
―시 주석은 올해 방한하나요?“방문 의사는 계속 있지만 코로나 때문에 당분간 시기를 특정해 얘기하기는 조금 어려울 거 같습니다. 또 코로나 이겨내는 데 중한 양국은 코로나 방역을 대체로 잘 하지만 외국은 현재도 아주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 상황도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적당한 시기에, 서로 편할 때’ 시 주석이 오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 설령 한중 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돼도 세계의 상황을 봐야 하니까 올해를 넘길 수도 있겠네요?
“저는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 외교 용어로는 ‘적당한 시기, 서로 편할 때’로 했지만 시 주석의 방한은 올해를 넘기지는 않을 거라는 말이죠?
“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의 방한이 ‘이정표가 될만한 사변’으로 평가될만한 것이라면 기업인들도 많이 대동하고 오겠네요.
“그렇게 기대하고 현재 양국의 외교 채널을 통해 상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중 사이엔 5월부터 기업인들에 한해 신속 입국제도 소위 ‘패스트 트랙’ 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양국의 코로나 상황이 좀 더 진정되면 이를 학자, 유학생 등 점차 넓혀갈 수도 있나요?
“한중 양국은 코로나 방역사업을 잘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는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코로나입니다. 현재 이를 막기 위해 양국 정부 모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본국의 재발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을 수 있습니다. 최근 이태원 (감염) 사태를 보면 하루에 40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당분간은 방역을 아주 엄격히 해서 내부의 재발 방지와 외부의 유입 금지 등 두 바퀴가 같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만 잡히면 나중엔 모든 것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싱하이밍 대사는 사드 갈등 이후 시작된 중국의 한한령도 올해 안으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수교 이후 28년간 양국의 발전 추세는 아주 좋습니다. 돌이켜보면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 양국 관계의 발전 추세는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인 신뢰(信賴), 경제적인 융합(融合), 인문적인 상통(相通), 과학기술 및 안보분야의 교류, 나아가 한반도 문제 및 국제사회 분야의 협력까지 양국은 전방위적으로 협력해왔습니다. 그 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느낀 것은 서로의 중대한 이익, 핵심적인 이익 준수하면서 서로 지지해줬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사드 문제도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극복해서 서로 이익을 존중하면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추세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잠시 주춤했고,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코로나 이후엔 우리는 그것을 감안해서 여러 가지 대응책, 서로의 협력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만 진정되면 양국 관계가 폭발적으로, 폭발적으로 성장, 발전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대사로서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양국의 협력이 현재 다방면에서 잘 되고 있다고 하셨는데, 양국의 군사 핫라인이 실제로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보도도 나옵니다.
“양국 간의 교류는 모든 분야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군사 분야를 포함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한중 사이엔 정상적으로 대화하고 연락하고 이를 통해 의사소통이 잘 되고 있습니다.”
―혹시 북한의 코로나 상황은 알고 계십니까?
“저는 잘 모르는데 보도에 의하면 아직 없다고 들었습니다.”
―어느 나라 보도를 말하는 겁니까?
“조선(북한)의 보도를 통해서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남북한 양쪽에서 모두 근무했는데 두 지역 사람 사이에 좀 차이가 있습니까?
“민족이 같은 관계로 여러 가지 습관이 비슷합니다. 차이점은 오랫동안 분단돼 있어서 말투가 많이 다르고 나아가 똑같은 단어인 데 뜻이 다른 것도 있습니다. 억양도 틀립니다. 그래서 한국 분들과 그리고 조선 분들과 대화할 때는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단 때문에 말만 좀 다른 것이라 (남북이) 화해하고 교류를 증진하면 이런 것은 쉽게 극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남한과 북한에서 외교관으로서 번갈아 근무한 싱 대사로서는 남한 말과 북한 말을 구분해 사용하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싱 대사의 이 말은 남쪽 사람과 얘기할 때 북한 말투가 튀어나올까, 또는 북쪽 사람과 얘기할 때 혹시 남한 말투가 튀어나올까 걱정돼 평소에도 조심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미국의 EPN 반대”
―미국이 주창한 경제번영네트워크 즉 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이 한국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우리는 세계의 글로벌화를 지지합니다. 모든 나라가 정상적인 경제의 융합, 상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중미 간의 무역 그대로 이뤄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겁니다. 한국이 미국과 여러 가지 교류나 경제협력하고 있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중한 간에도 여러 면에서 교류협력하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배타적으로 뭘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 정부에 사드 추가 배치를 안 하고 미국 MD(미사일 방어)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화를 하지 않겠다는 소위 ‘3불 약속’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사실인가요?
“사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아주 명확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다시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중한 간에 대화를 통해서 서로 이해 증진은 이미 됐습니다. 우리는 이것은 아주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면서 처리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양국 간의 관계도 정상적으로 발전하고 양국의 국민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그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배치 반대’다. 이를 다시 언급하고 싶지 않은 듯 싱 대사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배치 반대라는 중국의 입장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文 정부 3불 약속 했느냐?’ 질문엔 “….”
―대사님, 그래서 한국 정부가 3불 약속을 했어요?“제가 이미 답을 했습니다.”
싱 대사가 이미 답을 한 것은 아니다. 아마 답변을 피하고 싶어서 이리 했을 것이다. 눈치 있는 독자라면 행간 속에서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부인은 같이 한국에 오셨나요?
“네. 지금 저와 같이 있습니다.”
―자녀는요?
“1993년생인 딸은 몇 년 전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베이징(北京)에서 취직해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 인터뷰는 전직 베이징 특파원들의 계간지인 '한중저널' 콘텐츠로 진행했습니다.'
싱하이밍(邢海明) 대사는 누구?
1964년 11월 톈진(天津)에서 태어난 싱 대사는 10살 때 부모를 따라 베이징(北京)으로 이사해 고교를 졸업한 뒤 1981년 북한으로 유학을 가서 사리원농업대를 졸업했다. 제8대 주한 중국대사인 싱 대사는 1992년 8월 한중 수교 당시 초대 장팅옌(張庭延) 대사의 통역으로 참여하기 시작해 이번이 4번째 한국 근무로 ‘한중 교류의 산 증인’이다. 34년의 외교관 근무 중 4년 4개월의 몽골 대사를 제외하고는 남한에서 9년 4개월, 북한에서 5년, 외교부 15년 등 30년 가까이 한반도 업무를 담당했다. 초대 장팅옌, 3대 리빈(李濱), 4대 닝푸쿠이(寧賦魁) 대사 등 한국어가 유창한 대사 중 한 명이다. 싱 씨는 한국에서는 거의 없지만 중국에서는 약 300만 명가량으로 전체 2만3813개 성씨 중 131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