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0대 국민 대상 주간동아×오픈서베이 긴급재난지원금 모바일 설문
응답자 20%가 “5월 말까지 1차 재난지원금 다 썼다”
“평소보다 씀씀이 커졌다” 응답이 “아껴 쓴다”보다 4배 많아
5월 20일 서울 성동구 마장축산물시장에서 성동구청 직원이 정부긴급재난지원금으로 한우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 제공·성동구]
“지난 주말에 모처럼 아이들과 패밀리레스토랑에 가서 처음으로 가장 비싼 메뉴를 주문해봤어요. 동네에서 장 몇 번 보고, 주말에 외식 두어 번 하니 긴급재난지원금이 금세 사라지더라고요.”(서울 강동구 가정주부 김모(40) 씨)
우리 동네에서 식료품 산다
긴급재난지원금 소진 실태는 어떨까. 5월 28일 주간동아가 모바일 설문조사 전문기업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원금은 빠른 속도로 소진되는 중이다.
전국 30~50대 응답자 500명 중 272명(54%)이 “절반 이상을 썼다”고 응답했다. “이미 다 썼다”는 응답도 10.2%(51명). 나흘 남은 5월 내 다 소진할 것 같다는 응답자(40명)를 합하면, 국민 5명 중 1명은 지원금 지급 첫 달인 5월에 지원금을 모두 쓰게 되는 셈이다. 70%의 국민이 신용·체크카드로 지원금을 수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신용·체크카드는 5월11일부터 신청 및 지급 개시), 3주 내 ‘탕진’하는 국민이 적잖은 셈이다. 3인 가구의 가장인 세종시 공무원 A씨는 “지난 주 90만 원짜리 새 에어컨을 장만하면서 80만 원의 지원금을 한 번에 다 써버렸다”고 했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의 사용기한은 8월 31일까지. 이날까지 사용하지 못한 지원금은 소멸된다. 하지만 ‘못 써서 사라질까’ 걱정하는 국민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2주 내, 한 달 내 다 쓸 것 같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15.6%, 37.9%. 8월 31일까지 꾸준하게 사용할 것 같다는 응답은 16.7%에 그쳤다.
대다수 국민 역시 지원금을 집 근처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용 지역을 묻는 질문에 우리 동네(93.9%), 전통시장(23.0%), 직장 근처(12.9%) 순으로 답했다(복수응답). ‘사람 많은 곳’ 기피 현상은 뚜렷했다. 쇼핑몰 등 대형 상권이라는 응답은 8.5%에 그쳤다.
주요 사용 항목은 식료품(80.5%), 생활용품(63.5%), 외식(52.3%), 병원비(44.2%) 순(복수응답). 하지만 연령별로 다소 차이가 났다. 30대는 외식, 40대는 교육, 50대는 생활용품 구입에 지원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소비했다.
“아무래도 공돈 생긴 것 같아서…”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로 국민이 지갑을 더 쉽게 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금 씀씀이 경향에 대해 묻는 질문에 “평소보다 씀씀이가 커졌다”(36.6%)는 응답이 “평소보다 아껴 쓴다”(8.3%)는 응답보다 4배 많았다. 4인 가구로 100만 원을 수령한 직장인 윤모(38) 씨는 “아무래도 공돈을 얻은 것 같아 평소 비싸서 망설였던 것을 별 고민 없이 사게 되더라. 주변에는 이번 기회에 식기세척기나 의류건조기, 로봇청소기 같은 전자제품을 새로 마련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에 소요된 정부 예산은 14조2448억 원.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9조7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했고, 3조6000억 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했다. 지방자치단체에도 1조 원을 부담하게 했다.
이렇게 국고(國庫) 문을 여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 여론이 더 높다. 지원금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한 것에 대해 응답자의 67.8%가 ‘잘 한 결정’이라고 봤다. ‘소득 하위 70%로 제한했어야 한다’(13.4%), ‘소득 하위 70%보다 더 적은 대상에게 지급했어야 한다’(7.4%), ‘아예 지급하지 말았어야 했다’(5.0%)는 응답은 소수에 그쳤다. 가구원 수에 따라 4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차등 지급한 금액에 대해서는 ‘적정하다’(59.8%)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다소 적다’(16.8%)는 의견이 그 뒤를 따랐다.
74%가 ‘2차 지원금’에 찬성
국민은 추가 지급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 74%의 국민이 2차 지원금 지급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다만 29.4%는 ‘찬성하지만 지급 대상을 제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불안한 상황에서 정부가 제공한 사회안전망을 경험해본 국민은 그에 대해 높은 지지를 보낼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재정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진 국민에게 더 주는 쪽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참여율은 매우 저조했다. 응답자 500명 중 기부에 참여했다고 밝힌 사람은 21명(4.2%)에 그쳤다. 이 중 전액 기부자는 2명, 절반 이상 기부자는 5명이다. 4인 가구 가장으로 50만 원을 기부한 직장인 유모(43) 씨는 “기부금이 고용보험기금으로 환입돼 실직 등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쓰인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기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