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효과 시험하는 팬데믹 공포

  • 입력2020-02-20 13: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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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rona virus. [Scientific Animations 제공]

    corona virus. [Scientific Animations 제공]

    코로나19의 팬데믹(대유행) 공포가 지구촌을 뒤덮고 있다. 최초로 코로나19가 발생한 중국 우한에서는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고, 우리나라도 서울과 경기, 대구, 경북 등에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록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지구촌을 엄습하고 있지만, 우리는 몇 년 전에도 신종플루 등 전에 없던 바이러스의 유행을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이 있다. 새로운 바이러스 유행 때 ‘주간동아’가 보도했던 과거 기사는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코로나19의 확산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몰고 올 지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지표 구실을 할 것이다. <편집자 주>

    은밀하고 치명적인 ‘팬데믹 공포’
    주간동아 2013.03.11 878호

    [주간동아 홈페이지 캡쳐]

    [주간동아 홈페이지 캡쳐]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 많은 사람이 조류독감(AI)이 대유행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선 AI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캄보디아는 사정이 달랐다. 2월 13일 AI 원인 바이러스 H5N1에 감염된 3세 여야가 숨지면서 캄보디아에서 올 들어 6명이 희생됐다.

    겨울에 조류독감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올봄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조류독감 경보가 내려졌다.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생한 동남아 등에서 야생 철새가 3, 4월 우리나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조류독감 발생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습격에 왜 인류는 번번이 당할까. 어떻게 하면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까. 바이러스 전문가인 이 책 저자는 전염병 조기 발견과 억제를 막는 ‘글로벌 바이러스 예보’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이기도 하다. 또한 ‘바이러스 사냥꾼’으로 중앙아프리카 열대우림과 사냥터, 동남아시아 야생동물 시장 등으로 바이러스를 찾아 나선다. 잠재적 파괴력을 지닌 바이러스의 기원과 전염 요인을 분석하려는 취지에서다.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생물 중에서 돌연변이율이 가장 높다. 다수의 돌연변이가 새로운 바이러스를 폐사시키지만, 바이러스들이 생성해낸 후손의 숫자가 많으면 일부 돌연변이체는 살아남아 부모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지닐 개연성도 높아진다. 이 돌연변이체는 신약에도 너끈하게 견뎌내거나 완전히 다른 종으로 숙주를 옮길 개연성도 높다.”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이상 바이러스 안전지대는 없다. 특히 환경이 좋지 않은 곳에 거주하는, 야생 동식물과 접촉이 많은 사람은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가축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인간에게 꾸준히 새로운 병원균을 유입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병원균은 가축이 접촉하는 야생동물에서 비롯된 것이다. 야생동물의 새로운 병원균은 가축을 매개로 인간 몸으로 빠르고 쉽게 전이된다. 지상에 사는 5000종 이상의 포유동물이 인류를 감염시킬 수 있는 병원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우리를 감염시킨 병원균보다 그 수가 훨씬 더 많다. 

    일부 바이러스는 몇몇 사람과 특정 지역에서 나타났다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사라지기도 한다. 문제는 ‘판데믹’이다. 모든 대륙 사람에게 새로운 병원균이 확산되는 판데믹이 위력을 떨치는 이유는 교통혁명 때문이다. 전 세계인을 하나로 묶어놓은 교통혁명은 적은 개체군 내에서 생존조차 힘들던 병원균까지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과학기술 발전이 인류를 판데믹 시대로 몰아가는 것이다.

    바이러스 습격에 맞서고 판데믹을 예측하는 것도 역시 과학기술이다. 인류가 정보통신으로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집단 발병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조건도 갖췄다. 여기에 유행병을 야기하는 작은 생명체의 다양성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한 연구결과가 더해지면서 판데믹 예측과 예방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거기에 저자처럼 바이러스를 찾아내고 질병 확산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는 바이러스 사냥꾼의 노력도 한몫한다.

    1960년대 과학자는 순진하게도 ‘가까운 시일 안에 전염병을 박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전염병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으며, 이름도 없는 어떤 바이러스에 한 사람이 감염돼 수억 명이 공포에 떨고 수많은 사람이 죽음을 맞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는 바이러스가 공기와 물을 타고 인류 생존을 끊임없이 위협한다. 일상에서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손을 자주, 깨끗이 씻는 것이다.


    팬데믹 인플루엔자 지구촌 덮칠까
    주간동아 2005.04.19 481호

    [주간동아 홈페이지 캡쳐]

    [주간동아 홈페이지 캡쳐]

    ”팬데믹 인플루엔자는 시한폭탄처럼 째깍째깍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섬뜩하기까지 한 이 경고는, 최근 대한감염학회가 주최한 ‘인플루엔자의 현황과 대책’ 심포지엄에서 고려대 의대 김우주 교수가 언급한 내용이다. 비록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조류독감 등 변형 인플루엔자가 주변 국가들로 퍼져가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돌아볼 수밖에 없는 말이다.

    ‘팬데믹(pandemic·범유행, 세계적 규모의 유행병) 인플루엔자’란 글자 그대로 전 세계에 독감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올 수 있는 ‘전 세계적 전염성 독감’을 의미한다. 해마다 발생하는 일반적인 유행성 독감에 전 인구의 10% 정도가 감염되는 것이 보통이라면, 팬데믹이 올 경우 30~50%, 즉 두세 명 중 한 명은 감염으로 사망하거나 병원 신세를 져 그야말로 환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이 초래된다.

    김 교수는 20세기의 팬데믹 사례인 ‘스페인 독감’(1918년), ‘아시아 독감’(57년), ‘홍콩 독감’(68년)을 상기시킨다. 그는 “과거 사례를 비추어볼 때 11년 내지 39년마다 전염성 독감이 발생했고, 평균으로 계산하면 27년이다”라며 “68년 이후 37년이 지났고, 최대치인 39년으로 계산해보면 (팬데믹의 도래가) 2년 남짓 남은 상황”이라며 경고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조류독감 감염 땐 1억명 사망할 수도

    현재 가장 유력한 팬데믹 바이러스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H5N1 바이러스. 조류독감을 일으키는 고병원성 바이러스 중 하나로, 사람에게 전이되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33명, 태국 12명, 캄보디아 1명 등 모두 46명의 사망자를 내기도 했다. 급속한 변이 속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H5N1 바이러스가 만약 사람 사이에서 유행하게 된다면, 최악의 상황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강도 높은 경고도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WHO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보건장관회의에서 독감 확산에 따른 재앙 발생을 공식 경고했고, 올 1월 말에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감염될 경우 5000만~1억명까지도 사망할 수 있다는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얼마 전 동남아시아 전역을 강타해 전 세계에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던 ‘지진해일’로 15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망자 수를 단순 비교하더라도 그 위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어떻게든 대재앙을 막아보려는 세계 각국의 노력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초 WHO가 유럽의 56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독감 발생시의 국가적 대책을 마련한 나라는 50여개국으로 나타났다. 유럽 국가의 89%가 대비책을 마련했다면 언뜻 높은 수치다 싶기도 한데, 이번 결과에 대한 WHO 관계자의 ‘단지 50여개 나라에 불과’하다는 평가는, 국가적 대책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의 고리를 만드는 데 충분하다.

    대재앙 예방 차원에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이 바로 ‘백신’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본격적인 예방백신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우리나라의 준비 상황은 어떠한가? 국내의 경우 2003년 12월 충북 음성군 삼성면에 있는 닭 사육 농장에서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 처음 발견되면서 파장이 컸으나, 그 후 우리 의식 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람들의 인식도 인식이지만, 우리나라는 기본적인 독감백신조차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쓰이고 있는 독감백신은 100% 수입품. 비록 잠깐이지만 우리나라도 녹십자사가 94년에서 97년까지 4년 동안 독감백신을 자체 개발, 공급한 적이 있으나 높은 투자비용과 당시 연이어 백신 부작용 사고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98년 끝내 생산을 중단했다.

    반면 일본은 모든 백신을 100% 자급하고 있다. 단 하나의 백신도 수입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문제제기를 할 정도. 독감백신을 모두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로선 부러울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1년에 1700만 도스의 예방접종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외국의 주요 백신 제조사들이 미국이나 유럽에 있기 때문에 팬데믹이 오면 자국 우선 접종을 위해 수출을 막을 수도 있다”며 “자체적으로 백신 생산시설을 갖추든지, 다른 나라와 공동 개발해서 유사시에 일부 백신을 보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이제는 독감백신의 국내 생산을 생존 문제와 결부시켜 고려해야 할 시기가 됐다.

    “가장 이상적인 대안은 장기적으로, 국내자본으로 자체 연구·생산 시설을 확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당장 어렵다면 글로벌 시대에 맞게 기술도입, 외자유치를 적극 고려해 국내 독감백신 생산시설을 하루빨리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국내 감염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시기가 왔다.


    제약·온라인교육 웃고 여행업 울고
    주간동아 2009.11.17 711호

    [주간동아 홈페이지 캡쳐]

    [주간동아 홈페이지 캡쳐]

    신종플루가 온 나라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으면서 경제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신종플루의 확산이 향후 2분기 이상 지속되면 우리나라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5.6%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세계적 유행병인 신종플루로 매출 면에서 득을 본 곳도 적지 않다. 신종플루로 우는 곳, 그리고 조용히 웃는 곳은 어디일까. 신종플루 확산은 국민을 병원과 약국으로 인도했다.

    일부 제약회사엔 대박을 안겼다. 올 3분기 보건업 전체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3%라는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 병원은 13.1%, 의원은 6%, 의약품 및 의료용품 소매업은 4.3% 상승했다. 특히 내과·소아과·이비인후과 등은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하려는 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으며, 백신을 개발한 녹십자 등 제약회사들의 매출도 급등했다. 지난해 업계 5위였던 녹십자는 올 3분기 매출에서 한미약품, 유한양행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경기도 안양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신애리 씨는 “신종플루가 대거 확산된 올 가을부터 환자가 30% 넘게 늘었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건강을 챙기는 게 시급해지자 보양식품도 예년보다 많이 팔리고, 감기 예방을 위해 일찌감치 내복을 찾는 수요가 생겨나면서 지난해보다 보름 정도 앞당겨 내복 판매가 개시됐으며 매출도 적지 않게 늘었다.

    올해 출시된 내복은 면역력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 마스크, 손 세정제 등 위생용품 매출이 2배 넘게 늘었다. 추석 이전에는 물량이 부족해 수요를 맞추지 못할 정도였다”고 했다.

    산업별 희비는 주가에도 영향

    홈 액티비티 관련 산업도 신종플루 확산의 수혜자. 집이나 회사에서 간편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TV홈쇼핑이나 온라인쇼핑의 매출이 늘었고, 많은 학생과 접촉해야 하는 학원에 가기를 꺼리면서 온라인교육의 매출도 꿈틀거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여행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의 올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9%나 감소했다. 하나투어 등 일부 여행사는 10월부터 근무체제를 주 5일에서 주 4일로 바꿨으며, 감원에 들어간 소형 여행사도 속출하고 있다. 한창 단풍철인 요즘 설악산 입장객이 평소보다 절반이나 줄었고, 감염을 우려해 자가용 이용이 늘어난 탓에 택시업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9.6% 줄었다.

    유흥업소의 단체 예약손님도 급감했는데, 이는 3분기 주점업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급감한 데서 증명된다. 부모들이 자녀들의 학원 수강을 기피하면서 교육업계 매출도 감소했다. 산업별 희비는 주가로도 이어졌다. 의약주와 온라인교육주는 연일 강세다. 녹십자는 지난 7월 중순부터 주가가 꿈틀대더니 8월 말 한때 고가 대비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방역 마스크로 대히트를 친 웰크론의 현재 주가는 지난해 11월 대비 10배 이상 폭등했다. 이 밖에 파루, 중앙백신, 보령메디앙스 등의 의약주들도 최근 3개월 사이 급등한 종목. 디지털대성, 비상교육, 에듀박스 등 온라인교육 주가도 정부가 각급 학교 휴교령을 검토하기 시작한 10월 말 이후 급등세다. 반면 청담러닝 등 영어학원 업체들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나마 여행업의 매출 급락이 개별 회사들의 주가 폭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여행업계 대장주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모두 최근 한 달 사이 비교적 견고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데, 이는 그동안 낙폭이 워낙 컸다는 인식에 따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데다 환율 하락의 덕도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학생들에 대한 신종플루 백신접종이 11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만큼, 항체 형성이 이뤄지는 12월 중순 이후 신종플루의 진정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에 신종플루 테마의 지속 여부는 그 후에나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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