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뉴시스]
2020년을 앞둔 대한민국 부동산은 지난 3년간 ‘핀셋규제’에 대한 학습 효과와 가격, 입주량, 사이클 등 전통적인 시장 추진력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다극화’될 전망이다. 동일한 행정지역이지만 아파트 연식과 규제 여부에 따라 별개의 흐름이 전개되고 서울과 수도권, 수도권과 지방, 강남과 강북 같은 ‘전통적 입지’의 위계는 무너질 것이다. 찬물과 더운물이 동시에 쏟아지고, 전문가조차 따라잡기 어려운 정책이 켜켜이 쌓여가는 혼돈의 시대일수록 진중하게 ‘시장의 궤적’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정책에 따른 시장 반응은 ‘데이터’로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의 패턴과 더불어 미래를 알려주는 ‘검증된 선행지표’를 정확히 읽는다면 규제의 홍수 속에서도 남다른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당근과 채찍’의 시사점을 빅데이터로 해독(解讀)한다면 내년 이후 대한민국 부동산의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분양가상한제(채찍)와 서울 부동산의 미래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을 살펴보면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가 대부분이다. 눈에 띄는 것은 길동, 문정동, 오금동 등 인근 핵심지역과 격차가 많이 나는 곳이라는 점이다. 강동구 길동의 경우 함께 지정된 둔촌동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문정동과 오금동, 마천동 역시 잠실동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그래프1 참조). 이미 핵심 ‘동’ 시세의 절반 수준인데 향후 개발 여부가 불투명해진다면 그 격차는 더욱 굳어질 것이다. 강남 핵심 재건축단지는 수십 년을 기다렸는데 몇 년을 더 못 버티겠느냐며 ‘매물 잠금’ 모드에 돌입해 시세 조정 가능성도 낮다. 정부는 ‘다극화’를 인정하고 단순 ‘상승폭’ 기준이 아닌 상위 10% 지역에 한해 핀셋규제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 ‘넘사벽’ 격차를 인정할 때 비로소 균형 발전의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의 정량 요건을 보면 ‘일반분양 예정 물량이 1000호 이상’ 단지로 돼 있다(표1 참조). 서울 로또청약의 근본 원인은 전체 공급량의 절반도 안 되는 ‘일반분양 물량’이다. 2017년 서울 주택보급률은 96.3%로 아직 100%를 달성하지 못했다. 서울 무주택자를 위한 가장 현실적 대안인 일반분양을 1000호 미만으로 통제함으로써 ‘공급절벽’ 우려가 더욱 공고해질 개연성이 크다. 서울 분양권은 로또 중 로또가 될 것이다.
보통 단일 단지를 개발하는 재건축과 달리 여러 ‘동’에 걸쳐 개발되는 재개발은 ‘동’별 규제로 인해 더욱 지연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재개발에 포함된 ‘동’ 가운데 한 곳이라도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되면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적용지역에 선정되지 않았더라도 핀셋규제 시스템이 작동하는 한 재개발 투자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10·1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이주와 철거 단계에 접어든 재건축단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새 아파트로의 변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따져보면 이주·철거부터 입주자 모집 승인까지 대부분 1년 이상 소요된다(표2 참조). 6개월 시간이 그리 여유롭지 않은 이유다. 해당 단지들은 6개월 안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기대’가 ‘독’이 돼 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 반대로 사업 초기 단지의 경우 ‘5년의 정책 사이클’에 기대 상대적으로 잔잔한 파고가 예상된다.
분양가상한제 기회지역
경기 과천 재개발 아파트 단지(왼쪽)와 광명시 아파트 단지. [뉴시스]
경기 과천은 강남과 유사한 가격 패턴을 보이기에 조금의 움직임이라도 포착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경기 광명은 정량 요건이 충족됐음에도 ‘고분양가 회피 의도’가 없는 지역으로 판단돼 지정에서 제외됐다. 다시 말해 광명은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모범생’ 표창을 받은 셈. 따라서 광명이 꾸준히 ‘모범생의 태도’를 보인다면 재개발과 재건축이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위한 ‘0순위 조건’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는 것이다. 결국 비투기과열지구 가운데 서울 출퇴근자가 많은 경기 성남, 안양, 의왕, 부천 재건축이 부각되면서 유동성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수도권 유동성의 파도에 미리 올라타라고 조언한다.
광역철도의 꽃은 ‘급행’노선이다. ‘광역교통 2030 보도자료’에 ‘급행’이라는 단어가 13번이나 언급됐다. 기존 노선뿐 아니라 신설 노선도 급행으로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기존 노선의 급행화의 경우 2017년 7월 ‘수도권 전철 급행화 추진방안’에서 경부선(서울~천안), 분당선(수원~왕십리), 과천선(금정~남태령) 등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다만 해당 노선 중 ‘급행’의 축복을 받을 신설 급행역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광역교통 2030(당근)과 호재 분석
그러나 어찌됐든 ‘기존 노선 급행역’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예를 들어 분당선 급행 구간은 ‘수원~죽전’에 불과하지만 왕십리까지 급행 구간이 추가된다면 기존 급행역인 망포역, 기흥역에서 죽전역이나 왕십리역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그림 참조). 신설되는 노선의 급행화로는 ‘인덕원~동탄선’ ‘수인선’ ‘월곶~판교선’이 언급됐다. 이 가운데 안양·의왕 재건축과 국내 최대 신도시인 동탄2신도시를 잇는 ‘인덕원~동탄선’은 급행화 추진 시 파급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광역교통 2030’은 뜨거운 관심 덕분에 발표 한 달 전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량이 급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예측 사례에서 보듯이, 사람의 속마음은 ‘검색량’에 드러나는 법이다. 우리나라 대표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검색량 추이를 보면 가장 많이, 그리고 급증한 지하철 노선은 ‘김포한강선’이다(그래프2 참조). 서북부 최대 신도시인 김포, 검단 신도시를 5호선으로 잇는 김포한강선이 개통된다면 ‘철도 불모지’였던 서북부 신도시의 강력한 상승 모멘텀이 될 것이다. 그 외에 ‘고양선’ ‘원종~홍대선’이 많은 검색량을 기록했는데 고양선의 경우 3기 신도시인 ‘창릉신도시’의 인기가 반영됐다. 원종~홍대선은 2·5·6·9호선을 잇는 노선으로 부천, 양천, 강서, 마포 등 4개 자치구를 통과한다. 원종~홍대선 개통 시 말 그대로 ‘광역교통’의 복지가 구현될 것이다.
지방 교통개발도 호재
수도권뿐 아니라 광역시의 광역교통 세부 계획도 발표됐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산이 많은 도시’라는 뜻에서 유래한 ‘부산(釜山)’의 도로교통 계획이다. 도로의 교통혼잡에 따른 손실가치를 추정한 것을 ‘교통혼잡비용’이라고 한다. 부산의 교통혼잡비용은 서울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며, 지방도시 중에서는 압도적이다(그래프3 참조). 도로 혼잡이 극심한 부산에서도 악명 높은 구간은 바로 ‘만덕터널’(북구~동래구)이다. ‘광역교통 2030’에 발표된 ‘덕천동~아시아드주경기장 혼잡도로 개선’(4.4km · 공사 중 · 2021년 준공 목표)과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9.6km · 설계 중 · 2024년 준공 목표)가 개통되면 도로교통에 민감한 부산의 부동산이 꿈틀거릴 것이다(지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