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16

..

트렌드

밀레니얼의 ‘시(時)테크’ 성향에 ‘편리미엄’ 시장 확 달아오른다

“시간 아끼는 편의성 상품에는 많은 돈도 쓴다”…가사 탈출, 초간편 가전과 즉석식품까지

  • reporterImage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19-11-30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GettyImages]

    [GettyImages]

    # 워킹맘은 늘 시간이 없다. 회사 일에 아이 돌보기, 집안일까지 하다 보면 하루 24시간이 정말 모자란다. 조금이나마 시간이 절약되고 생활이 편리해진다면 돈이 들더라도 망설이지 않는 편이다. 신혼 초에는 생수를 사다 먹지만 구입부터 물통 재활용 처리까지 번거로워 정수기를 렌털로 들여놓는다. 화장품은 가격이 비싸도 올인원으로 쓸 수 있는 고기능성 에센스를 즐겨 찾는다. ‘육아는 장비빨’이라는 말처럼 신박한 육아템을 구입한다. ‘아이용 샴푸의자’ 같은 제품은 레이더에 금세 잡힌다. 미용실 의자처럼 생겨 아이를 눕힌 채 편하고 빠르게 머리를 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서비스인 ‘사이렌오더’도 시간을 절약해주는 일등 공신이다. 휴대전화로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메뉴를 미리 주문하면 줄을 서거나 카운터에 줄 설 필요 없이 바로 음료를 가져갈 수 있다.

    지금은 편리미엄이 대세

    이제 ‘편리미엄’ 시대에 들어섰다. 편리미엄이란 편리함과 프리미엄의 합성어로, 편리함이 프리미엄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간과 노력을 줄여준다면 대가를 더 지불하더라도 편리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편리미엄을 내년도 트렌드의 하나로 꼽았다. 

    편리미엄이 등장한 데는 밀레니얼 세대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편리미엄 서비스와 제품의 주요 소비자는 밀레니얼 세대로, 1인 가구와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다. 이들은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가용 가능한 시간이 거의 없다고 느끼는 ‘시간 빈곤’에 시달리고 있어 부족한 시간을 효율성으로 대체하려는 욕구가 크다”고 설명했다. 가사일로 대표되는 귀찮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거리는 돈을 지불해서라도 편하게 처리하고, 그 시간에 자기 계발을 하거나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강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한때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람들의 전유물이던 ‘가사서비스’가 요즘은 대중화된 추세다. 현대카드 결제 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이른바 가사서비스(육아, 청소, 요리, 세탁 부문)를 제공하는 모바일(웹 혹은 앱) 가맹점 20곳의 경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비스 이용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10월 5만6690건이던 결제 건수가 올해 같은 기간 19만42건으로 3.4배 가까이 증가했다. 결제 금액 역시 3배 이상 늘었다. 돈을 지불하고 외부업체의 가사서비스를 구매해 집안일을 아웃소싱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가사일 탈출! ‘삼신가전’이 편리미엄의 대표 상품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사진 제공 · LG전자]

    [사진 제공 · 삼성전자, 사진 제공 · LG전자]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가족 구성원의 행복 추구를 핵심 가치로 두고, 최소한의 노동력으로 최대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이로 인해 적은 노동력으로 가사 부담을 덜어주는 의류건조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가 ‘삼신가전’(새롭게 등장한 필수 가전 혹은 집안일을 줄여주는 신의 물건이라는 뜻)으로 불리며 필수 살림살이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30대 워킹맘 김모 씨는 의류건조기 예찬론자다. 그는 “의류건조기에 빨래를 넣으면 1~2시간 안에 보송보송하게 말라 정말 편하다. 특히 ‘먼지털이 기능’을 활용하면 침구나 옷의 먼지를 제거할 수 있어 잘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워킹맘 양모 씨는 일주일에 2~3번 로봇청소기를 작동시키고 출근한다. 그는 “알아서 청소해주는 것은 물론, 청소를 마친 뒤 셀프로 충전도 하는 기특한 살림 도우미”라고 말했다. 



    가전업계는 이렇듯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인 가전제품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물론, 가정에서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바람이 불면서 소비자의 시간 활용을 극대화해주는 삼신가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 40대 맞벌이 부부가 주 고객층이지만 의류건조기는 세대와 상관없이 인기”라고 전했다. 대표 제품은 2중 안심필터가 장착된 ‘LG 올뉴 트롬 건조기’와 유해살균 제거 효과가 있는 ‘LG디오스 식기세척기’, 청소 시간이 최대 90분에 달하는 로봇청소기 ‘LG 코드제로 R9 씽큐’가 있다. 

    삼성전자가 4월 출시한 로봇청소기 ‘파워봇’은 한국형 주거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천장을 향해 있는 카메라로 집 안 구조를 파악했던 기존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바닥을 인식하는 센서까지 채용해 청소할 공간의 구조를 좀 더 정확하게 매핑(mapping)하는 게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5월에는 4인 이하 소형가구에 최적화된 용량과 슬림한 디자인의 식기세척기 신제품을 출시했다. 좁은 공간에도 설치하기 쉽도록 기존 제품 대비 폭을 150mm가량 줄인 것이 특징이다. 의류건조기 ‘그랑데’는 14kg과 16kg 대용량 제품으로 출시돼 덩치가 큰 이불 건조도 용이하다. 

    가사일을 도움 받을 수 있는 앱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가사도우미 관련 앱으로는 ‘홈마스터’ ‘청소연구소’ ‘대리주부’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대리주부’는 2018년 기준 누적 앱 다운로드 수가 125만 회에 달한다. ‘맘시터’와 ‘자란다’처럼 아이돌보미를 전문적으로 대행해주는 서비스업체도 인기다.

    주거환경 맞춤형 제품, 속속 등장

    [사진 제공 · CJ제일제당, 사진 제공 · 동원F&B, 사진 제공 · 폰타나]

    [사진 제공 · CJ제일제당, 사진 제공 · 동원F&B, 사진 제공 · 폰타나]

    [사진 제공 · CJ제일제당]

    [사진 제공 · CJ제일제당]

    식품업계는 편리성에 주목한 제품들을 속속 선보여 매출까지 증가하고 있다. 데우면 바로 한 끼 식사가 되는 파우치죽과 즉석밥, 손질된 식재료로 구성돼 조리만 하면 되는 요리 키트, 소스류가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의 밀키트 ‘쿡킷’은 매일 2000건씩 주문이 들어오고 품절되는 메뉴도 있을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 쿵팟퐁커리, 감바스 알 아히요, 밀푀유나베가 특히 인기다. 7월에는 자체 플랫폼으로 ‘쿡킷’ 앱을 선보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레시피 카드는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동영상 형태로 제공되며 지정일 배송, 신 메뉴 알림 등 차별화된 서비스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30대 회사원 이모 씨는 ‘쿡킷’ 마니아로 통한다. 그는 “외식 메뉴로나 먹던 음식을 간편하게 주문 배송해 집에서 쉽고 빠르게 요리할 수 있다. 재료를 손질하거나 칼을 쓰는 번거로움도 없어 간편함 그 자체”라고 사용 후기를 전했다. 

    출시 1년을 맞은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죽’은 10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 2000만 개, 누적 매출 500억 원을 돌파했다. 동원F&B도 ‘저으며 가열하는 공법’으로 만든 ‘양반 파우치죽’을 선보이면서 기존 용기 죽인 ‘양반죽’과 함께 성장 중이다. ‘양반죽’은 최근 3년간 연평균 30%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파우치죽까지 더해져 판매량이 6000만 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초스피드로 파스타를 완성할 수 있는 파스타소스도 편리미엄을 추구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애정 식품으로 꼽힌다. 파스타소스의 대표 격인 폰타나의 매출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8배 이상 성장했을 정도다. 샘표식품 관계자는 “최근 동남아 음식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해 정통 아시안 소스 브랜드인 ‘티아시아키친’을 내놓았다. 하노이 쌀국수, 발리 나시고렝 등을 요리 초보도 금방 완성할 수 있다”고 전했다. 


    [GettyImages]

    [GettyImages]

    읽는 것보다 듣는 것이 편한 법. ‘귀로 듣는 책’인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오디오 콘텐츠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멀티태스킹’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걷거나 운전을 하면서, 집안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2017년 1월 ‘오디오클립’, 2018년 7월에는 오디오북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30권으로 시작된 유무료 오디오북이 현재는 총 1만여 권으로 늘었으며, 유료 도입 후 올해 9월까지 15만 명이 28만 권의 오디오북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이 판매된 오디오북은 배우 한지민이 낭독한 ‘법륜 스님의 행복’으로, 약 2만 권이 유료 서비스로 판매됐다. 다만 출판업계에서는 국내 오디오북시장이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교보문고 콘텐츠사업단 eBOOK 사업팀의 지영균 차장에 따르면 “오디오북 관련 이슈가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고 소비자 트렌드 전망도 기대치가 높다. 하지만 아직은 10년 전 전자책 초기 시장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교보문고는 인공지능(AI) 음성인식 기반 사업자들과 제휴를 통해 좀 더 구매력을 갖춘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진 제공 · 아베다, 사진 제공 · 세포라]

    [사진 제공 · 아베다, 사진 제공 · 세포라]

    뷰티업계에서는 스킵케어(피부에 필요한 최소한의 화장품 가짓수로 스킨케어를 하는 것) 제품으로 대표되는 올인원 에센스와 드라이샴푸, 드라이 시간을 줄여주는 스프레이인 ‘퀵 드라이 부스터’의 등장이 눈에 띈다. 드라이샴푸는 파우더 미스트를 뿌린 뒤 헹굴 필요 없이 샴푸 효과를 주는 제품으로, ‘아베다 샴푸어 드라이 샴푸’와 뷰티 편집숍 세포라에서 판매하는 ‘크리스틴 에스 스타일 리바이빙 드라이 샴푸’가 유명하다. 20대 회사원 고모 씨는 “1분 1초가 촉박한 아침 출근시간에 아베다의 퀵 드라이 부스터를 사용하면 드라이 시간이 반으로 준다”고 말했다.

    편리미엄 전문 플랫폼 전망 밝아

    [GettyImages]

    [GettyImages]

    ‘트렌드 코리아 2020’은 ‘이제 프리미엄의 기준은 하고 싶은 일은 많고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편리미엄시장에서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질 분야는 가사일과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지혜 연구위원도 “특히 가사일을 청소와 세탁 등으로 세분화, 전문화한 플랫폼 서비스가 다수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편리미엄의 주 소비층인 밀레니얼 세대는 물론 그 뒤를 잇는 Z세대까지 이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불특정 다수를 연결하는 편리미엄 플랫폼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름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고, 강력 범죄에 악용될 공산도 크기 때문이다. 최 연구위원은 “편리미엄 서비스의 이용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어 신뢰를 쌓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용자들의 평가 시스템과 근로자들의 스크리닝을 강화해 보안에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현숙 기자

    강현숙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교회, 수원서 헌당식 “이웃과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 전할 것”

    내년 핵심 소비 트렌드는 ‘옴니보어’… 고정관념 깨고 자신만의 스타일 추구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