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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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돕는 슬리포노믹스, 3조 원대 시장으로 급팽창

수면 치료법과 검사까지 국민건강보험으로 환자 54만 명 끌어모아 기능성 베개부터 첨단기술 결합한 슬립테크 상품까지 다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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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숙 기자

    life77@donga.com

    입력2019-10-13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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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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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리나라 수면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수면 산업은 ‘꿀잠’을 돕는 침구와 침대에서부터 의료기기, 의료 서비스,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면 산업 규모는 2012년 5000억 원에서 최근 2조 원을 넘어섰고, 3조 원을 바라보고 있다.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sleep+economics)와 슬립테크(sleep tech·sleep+technology)라는 신조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시장이 커졌다. 장준기 한국수면산업협회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잠의 질과 잠 관련 질환을 분석하는 수면다원검사가 국민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됐다”며 “이는 수면 산업이 한층 더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가량 하던 검사비가 10만 원대로 떨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병원을 방문하게 됐고, 검사를 실시하는 병원도 늘어났다. 또한 수면무호흡증의 대표적 치료법 중 하나인 ‘양압기’에도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돼 렌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대표적인 수면 부족 국가로 꼽힌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1분이다.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으로, 평균인 8시간 22분보다 41분 부족하다. 또한 수면 질환 환자 수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경기도 수면 산업 육성을 위한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에 의하면 수면 질환 유병자 수가 2016년 기준 88만3000명에 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분석한 결과 불면증 때문에 진료를 받은 환자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2012년 40만3417명에서 2016년 54만1958명으로 34.3% 증가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수면 산업이 거대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산업 규모는 미국 45조 원, 중국 38조 원, 일본 9조 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는 평이다. 이은환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경제적 수준이 올라가면서 삶의 질, 특히 양질의 수면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수면 관련 질환도 많아지고 있어 앞으로 수면 산업이 더욱 발전하고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능성 갖춘 꿀잠템

    일룸의 ‘아르지안’ 모션 베드, 숙면을 돕는 ‘가누다 베개’, CGV에서 운영 중인 ‘시에스타’ 프로그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 제공 · 일룸, 사진 제공 ·가누다베개, 사진 제공 · CGV]

    일룸의 ‘아르지안’ 모션 베드, 숙면을 돕는 ‘가누다 베개’, CGV에서 운영 중인 ‘시에스타’ 프로그램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사진 제공 · 일룸, 사진 제공 ·가누다베개, 사진 제공 · CGV]

    #1 워킹맘 김모(42) 씨는 매일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다 보니 평소 불편하던 허리가 더욱 안 좋아졌다. 특히 밤에 침대에 누우면 허리 통증이 심해져 불면의 밤을 보내기 일쑤였다. 어떻게 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스프링이 어느 정도 단단하고 허리를 감싸주는 듯한 느낌을 주는 침대 매트리스를 구입했다. 이후 100만 원 넘는 거금이 아깝지 않을 만큼 허리 통증이 줄고 잠자리도 한결 편해졌다. 

    #2 임신 8개월 차에 들어선 전모(34) 씨는 전동침대인 ‘일룸 모션 베드’ 덕분에 배가 불러와도 불편함 없이 잠을 잘 잔다. 침대 등판을 살짝 올리고 다리 하부판을 심장보다 높게 올리면 몸에 부담이 덜하고 하루의 피로도 싹 풀린다.

    숙면을 취하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 아이템은 침대와 베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침대시장 규모는 1조2000억 원, 침구시장은 1조5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매출은 에이스침대가 2258억 원, 시몬스가 1972억 원, 매트리스 렌털 서비스로 인기인 코웨이가 1829억 원을 기록했다. 



    침대시장에서 최근 뜨거운 제품은 ‘모션 베드(전동침대)’로, 리모컨과 전기모터 등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변형할 수 있는 ‘스마트 침대’다. 가구업체들은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제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일룸의 모션 베드를 들 수 있다. 이 제품은 등판을 살짝 올리고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는 ‘무중력 자세’를 취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편안한 숙면을 돕는 원리다. 또한 하체는 그대로 두고 상체만 약간 올린 ‘상체 올림 자세’는 코골이나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일룸 관계자는 “침대에서 수면은 물론, 편안한 자세로 TV 시청이나 독서 등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똑똑한 기능이 인기를 모으면서 지난해 기준 매출 150억 원을 올렸다. 

    회사원 윤모(44) 씨는 주변에서 ‘베개 유목민’으로 통한다. 뭉친 어깨 탓에 쉽게 잠들지 못해 괜찮다는 베개가 있으면 구입을 망설이지 않는다. 얼마 전에도 30만 원을 들여 입소문난 베개를 샀다. 윤씨의 사례처럼 요즘 베개는 소비자에게 숙면을 위한 필수품으로 인식되며 기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물리치료사가 개발하고 물리치료 기법을 적용한 제품까지 나왔다. 누적 판매 150만 개를 기록한 ‘가누다 베개’는 똑바로 누웠을 때 목이 꺾이지 않고 건강한 C자 형태의 커브를 이루도록 돕는다. 옆으로 누웠을 때도 바른 수면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 ‘숙면 베개’로 알려져 있다. 


    수면카페‘미스터힐링’. [사진 제공 · 미스터힐링]

    수면카페‘미스터힐링’. [사진 제공 · 미스터힐링]

    만성 피로에 시달리며 잠이 부족한 사람을 위한 숙면 공간도 인기 상승세다. CGV여의도 프리미엄관 7관에서는 ‘시에스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영화관의 리클라이너 좌석에서 낮잠을 자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전 11시 30분~오후 1시에 운영되며, 가격은 1만 원이다. 몇 년 전부터 생겨난 ‘수면카페’도 이용객이 늘고 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수면카페 이용 건수는 2017년 3만6000건에서 지난해 4만8000건으로 늘었다. 2015년 문을 연 수면카페 ‘미스터힐링’은 매장 수가 점차 늘고 있으며, 현재 전국적으로 104개 매장이 있다. 미스터힐링 관계자는 “월평균 매출은 8억 원대로 20, 30대가 주로 찾는다”고 전했다. 


    꿀잠을 돕는 제품과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있다. 피부에 숙면 효과를 주는 닥터자르트의 ‘시카페어 슬리페어 앰플 인 마스크’, 숙면 음료 ‘슬로우카우’, 다채로운 숙면 관련 앱, 슬립테크를 기반으로 한 LG유플러스의 ‘IoT숙면알리미’와 ‘IoT숙면등’(왼쪽부터). [사진 제공 · 닥터자르트, ⒸSlow Cow Drink, 강현숙 기자,  사진 제공 · LG유플러스]

    꿀잠을 돕는 제품과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있다. 피부에 숙면 효과를 주는 닥터자르트의 ‘시카페어 슬리페어 앰플 인 마스크’, 숙면 음료 ‘슬로우카우’, 다채로운 숙면 관련 앱, 슬립테크를 기반으로 한 LG유플러스의 ‘IoT숙면알리미’와 ‘IoT숙면등’(왼쪽부터). [사진 제공 · 닥터자르트, ⒸSlow Cow Drink, 강현숙 기자, 사진 제공 · LG유플러스]

    식음료업계도 ‘수면제 음료수’로 불리는 숙면 음료를 선보였으며 ‘슬로우카우’가 유명하다. 숙면에 도움을 주는 발레리안 뿌리 추출물과 L-테아닌 성분이 들어 있어 심신 안정에 다소 유용하다고 한다. 

    뷰티업계는 이전부터 ‘수면팩’을 중심으로 피부에 숙면 효과를 주는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닥터자르트의 ‘시카페어 슬리페어 앰플 인 마스크’는 글로벌의학연구센터의 수면 박탈 임상시험을 끝냈다. 보습, 탄력, 윤기, 피부톤, 피부결, 리프팅 개선 효과를 인정받았다. 

    스마트폰을 통해 수면 패턴을 분석하거나, 수면을 유도하는 소리를 제공하는 숙면 관련 애플리케이션(앱)도 다양해졌다. 온열 안대와 아로마오일처럼 소소한 숙면 아이템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차세대 수면 산업을 이끄는 슬립테크

    [GettyImages]

    [GettyImages]

    매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지난해부터 슬립테크관이 생기면서 ‘슬립테크’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슬립테크는 수면의 질을 높이는 기술을 의미한다. 최첨단기술을 융합해 개개인의 수면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상의 수면 환경을 제공하는 데 주력한다. 장준기 부회장은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매트리스나 전동침대, 토퍼 등에 센서를 장착해 수면 상태를 분석하는 수면센서시장이 특히 발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슬립테크 기반 상품인 ‘IoT숙면알리미’와 ‘IoT숙면등’을 출시했다. IoT숙면알리미는 침대 매트리스와 시트 사이에 깔아 고정시키는 형태다. 이용자의 호흡과 맥박, 뒤척임 수 등을 측정하고 분석한 뒤 종합적인 수면 상태를 점수로 환산해 스마트폰 앱에서 보여준다. 수면 정보뿐 아니라 알맞은 수면 가이드도 제공한다. LG유플러스 홈 IoT 플랫폼인 ‘IoT@home’ 앱에서 다른 IoT 기기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IoT숙면알리미가 잠이 드는 시점을 감지하면 수면에 방해되는 조명이나 TV를 자동으로 꺼주는 방식이다. IoT숙면등은 조명에 스피커 기능이 결합됐다. 일출·일몰과 유사한 조명 효과와 심신 안정을 유도하는 음원을 제공해 숙면을 돕는다. AI(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음성명령을 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수면 제품 안전성에 대한 검증 필요해

    지난해 ‘라돈침대’ 파문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다. 매트리스와 베개 등 대다수 수면 관련 제품은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은환 연구위원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수면 제품은 허가 기준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품 개발과 더불어 제대로 된 수면교육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에서는 잠 잘 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컨설팅하는 수면환경관리사를 흔히 만날 수 있다. 수면 개선과 관련된 교육 역시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수면산업협회나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수면교육을 실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침대나 베개의 경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도한 홍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용 후기를 통한 홍보보다 제품 기능에 대한 신뢰도를 따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베개 유목민이던 윤모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인기인 베개를 2개 세트로 6만 원대에 구입했다. 그는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베개에서 사각사각 소리가 나 오히려 수면에 방해가 됐고, 블랙 커버에서 물이 빠져 매트리스까지 오염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요즘에는 제품 구입 전 사용 후기를 보는 대신 제품 설명이나 인증과 관련된 내용을 꼼꼼히 살핀다”고 덧붙였다.



    강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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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강현숙 기자입니다. 재계, 산업, 생활경제, 부동산, 생활문화 트렌드를 두루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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