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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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의 새싹을 본다

온라인게임만큼 재밌고 간편한 동네 축구 앱, 전국으로 보급한다

생활체육시설 예약 서비스 앱 필드쉐어의 김희준 대표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9-08-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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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공 하나만 던져줘도 하루 종일 뛰어놀던 사람들이 사회인이 되고 나면 급격히 공과 멀어진다. 예전 같지 않은 체력과 생업에 종사하느라 불어버린 몸무게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공과 놀 공간이 없다. 학창 시절에는 학교 운동장을 쓰면 되지만, 사회인이 된 후에는 운동장을 빌리는 일부터가 난관이다. 일단 각각 다른 체육시설의 관리 주체를 확인해 예약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지만 온라인이 아닌, 전화로만 예약받는 곳도 있다.

    ‘필드쉐어’는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등장한 서비스다. 2월 사업을 시작한 신생 스타트업이지만, 창업 4개월 만에 신용보증기금이 주최하는 스타트업 네스트(Start-Up NEST) 기업에 선정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창업하고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양대 마켓(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기준 동종업계 평점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서비스 핵심은 스마트폰 앱을 통한 서울, 경기지역의 체육시설을 검색하거나 예약하는 것이다. 하지만 필드쉐어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최종 목표는 ‘생활체육 플랫폼’. 취미로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망라한 업체가 되는 것이다. 김희준 필드쉐어 대표를 8월 1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필드쉐어 사무실에서 만났다.

    축구 구단 대신 서비스 사업 만들어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필드쉐어 사무실에 들어서니 각종 스포츠 용품이 보였다. 사무실 한켠 인조잔디 위에는 축구공과 농구공이 놓여 있었다. 회의실 테이블에는 미식축구 헬멧이 있었다. 누가 봐도 스포츠업계 스타트업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김 대표의 이력도 스포츠 일변도다. 미국 일리노이대와 서울대에서 스포츠 경영학을 전공했다. 필드쉐어는 김 대표가 처음으로 창업한 회사다. 일반적으로 비슷한 전공자들은 프로 스포츠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생활체육, 그것도 스타트업으로 체육계에 뛰어들었다.



    스포츠 경영학이면 프로 스포츠 관련 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알고 있다. 원래 장래 희망이 창업이었나.

    “원래 꿈은 구단주였다. 축구 구단을 운영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싶었다. 전공으로 스포츠 경영학을 선택할 때만 해도 노력으로 이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선수 출신이 아닌 사람이 스포츠계에 들어가 일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결과적으로는 창업이라는 방법으로 팀을 꾸린 셈이다.”

    생활체육산업, 그것도 시설 예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내가 불편한 부분을 직접 해결하고자 창업했다. 2010년 무렵부터 유학생 출신이 모인 축구동호회에서 활동했다. 매년 8월 유학생 동호회가 모여 실력을 겨루는 축구대회가 있었는데, 이 대회 연습용 (축구)경기장을 잡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 경기장을 잡으려고 연락해야 하는 곳도 제각각이었고 예약 방식, 결제 수단도 전부 달랐다. 매년 불편을 겪으며 왜 통합 예약·결제 서비스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축구, 농구, 야구 등 구기 종목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항상 부딪히는 문제로 알고 있다.

    “(나도) 수요가 있으니 곧 관련 서비스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만족스러운 앱이 나오지 않았다. 일례로 서울시가 관리하는 시설은 ‘서울특별시공공서비스예약’을 통해 검색이나 예약할 수 있지만, 웹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 게다가 속속들이 생기는 사설 풋살(5 대 5 또는 3 대 3으로 하는 간이 축구) 경기장 등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말 관련 서비스를 직접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일단 해보자는 구상으로 시장조사를 시작했다. 두 달간 분석한 결과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는 생각에 창업 팀을 꾸렸다.”

    창업한 지 1년도 안 됐지만 동종업계 평점 1위 앱이 됐다. 비결이 있다면.

    “필드쉐어가 보유한 국내 스포츠 시설 데이터베이스 양이 국내 최대 수준이다. 이용자 의견을 적극 반영한 앱 구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생활체육 동호회, 관련 업체, 시설 관리자 등 다양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미비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지금 축구, 야구, 농구 경기장은 앱에서 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용료를 내는 일은 예약 후 따로 연락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 언제쯤 한번에 예약과 결제를 할 수 있을까.

    “해당 기능을 위해 현재 협약하고 있다. 올해 말쯤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왜 처음부터 결제 기능을 넣지 못했나.

    “야구장과 축구장, 농구를 할 수 있는 체육관 등은 대부분 공공기관이다. 이들은 운영 주체가 다 제각각이고, 통합관리를 하는 곳이 없다. 신용카드는 안 받고 무통장 입금만 받는 곳도 있고, 사용할 때마다 서약서가 필요한 곳도 있다. 심한 데는 아직도 손으로 장부를 작성해 예약을 받는다. 결국 직접 일일이 찾아가는 방식으로 설득하고 있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다. 지방자치단체 운영 내규 문제를 거론하며 ‘지금도 전혀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는데 굳이 왜 필드쉐어에 정보를 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아예 만나주지 않는 곳도 많다.”

    민간시설 대여 업체를 설득하는 데는 애로사항이 없나.

    “민간업체는 흔히 ‘노쇼’로 불리는 예약 부도에 대한 공포가 크다. 예약을 받아 당장 준비해놓았는데 막상 손님이 오지 않으면 손해가 크다. 또 아직 필드쉐어가 널리 알려지지 않다 보니 문전박대를 당하는 일도 잦다.”

    전국 서비스도 시간문제

    어떤 식으로 설득하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시설은 최대한 현재 운영 시스템에 맞춰 예약 시스템을 짜고 있다. 관리자들의 일을 늘리지 않는 선에서 사용자를 늘릴 방침을 만들어 설득하고 있다. 민간업체를 상대로 설득에 나설 때는 편의성과 데이터 분석이 무기다. 필드쉐어를 사용하면 좀 더 편하게 매출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당구장을 예로 들면, 일반적으로는 음식점처럼 테이블 단위로 요금을 매긴다. 시간제 서비스에 품목 서비스 과금 방식을 사용하니 시간 계산을 잘못하는 등 간혹 실수가 생긴다. 하지만 필드쉐어의 관리자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종목별 과금이 가능해 이 같은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이외에도 방문자 데이터를 추출해 매출 증대를 위한 방안을 짤 수도 있다. 가능한 한 빨리 결제 시스템을 만들어 영화 예매를 하듯 체육시설도 예약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현재는 서울, 경기지역의 체육시설만 정리돼 있다. 지방 체육시설을 추가할 계획은 없나.

    “이미 지방 체육시설에 대한 데이터는 모아놓았다. 제주는 서울, 경기지역처럼 필드쉐어를 사용할 수 있다. 아직 다른 지방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서울, 경기부터 확실히 기능을 갖춰나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서울, 경기권 인구가 가장 많으니, 이곳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낸 뒤 지방 데이터를 추가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인력 문제 때문이다. 앱에 시설 정보를 올리기 전 직접 방문해 사용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다. 실제로 전화로 확인하고 다음 날 찾아갔는데 없어진 체육시설도 종종 있었다. 정확한 데이터를 구현하려면 서울, 경기 외 지역도 직접 방문해야 하는데 아직은 역부족이다. 다른 지방은 시설 및 관리 업체의 정보라도 올려놓으며 차츰 범위를 넓혀나갈 생각이다.”

    모르는 사람끼리 팀 꾸려 경기하는 앱

    필드쉐어의 다양한 기능을 설명하는 홍보물. [필드쉐어 홈페이지]

    필드쉐어의 다양한 기능을 설명하는 홍보물. [필드쉐어 홈페이지]

    그렇다면 먼 미래 이야기를 해보자. 필드쉐어로 이루고 싶은 궁극적 목표가 있다면.

    “생활스포츠 통합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다. 예약, 결제 기능 다음의 목표는 매칭 서비스다.”

    매칭 서비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예를 들어 축구경기라면, 경기장을 잡는 일도 어렵지만 연습경기 상대 팀을 찾는 일 역시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고자 아마추어 팀 간 경기 매칭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팀 매칭은 했는데 사람이 안 모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잠깐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다른 선수를 찾는 기능도 넣을 생각이다.”

    굳이 사람을 모으지 않더라도 원할 때 구기 종목을 즐길 수 있을까.

    “그렇다. 추후에는 매칭 시스템을 발달시켜 생활체육을 온라인게임처럼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구기 종목 특성상 같이 팀을 꾸리고 상대 팀도 있어야 한다. 지금은 동호회에 가입하거나 지인을 모으는 것 외에는 구기 종목을 직접 즐길 방법이 없다. 이를 매칭 시스템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

    언제든 원할 때 매칭 신청을 하면 경기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인가.

    “리그 오브 레전드(LOL), 오버워치 등 인기 온라인게임의 자동 매칭 시스템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비슷한 시간에 운동하기를 원하는 근처 사람들로 경기를 꾸리는 방식이다. 앱을 사용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자신이 운동하기를 원하는 지역과 시간을 입력하면 조건에 맞는 사람들을 자동 매칭해 경기장 예약까지 한번에 할 수 있다. 여기에 함께 운동한 사람들이 서로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하면 온라인게임 랭킹 시스템처럼 발전할 수 있으리라 본다.”

    매칭 다음으로 추가할 기능이 있나.

    “스포츠 전문 튜터링과 용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서비스도 추가해 생활체육 관련 산업 전반을 앱에 망라할 계획이다. 여기저기 흩어진 작은 생활체육 용품, 서비스 관련 업체들이 필드쉐어 서비스를 통해 생활체육 생태계에서 공존했으면 좋겠다. 이름 그대로 생활체육이라는 필드를 쉐어(셰어·공유) 할 수 있는 장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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