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BCG-CME 롱안 1 태양광발전소는 50ha의 불모지에 4200만 달러를 투자해 1년여 만에 건설됐다. [사진 제공 · BCG]
베트남 남부의 롱안성은 연평균 기온 섭씨 27도, 연평균 일사량은 2500시간에서 3000시간에 달해 태양광발전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격 가동에 들어간 롱안 1 태양광발전소에서는 연간 6000만kWh의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투자사 BCG는 롱안 1 태양광발전소 외에도 100MW 용량의 프로젝트와 50MW 규모의 해바라기 프로젝트 등 두 가지 태양광발전소 건립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BCG의 태양광발전 프로젝트에는 한국 그린에그인베스트먼트(그린에그)가 함께하고 있다. 정인섭 그린에그 대표는 “최근 6~7%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베트남은 전력소비량 또한 해마다 10~11%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베트남의 경제성장에 따른 전력 사용량 증가는 한국 기업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에너지안보 확보 방안
어느 국가든 경제성장 과정에 필연적으로 인프라 증가가 동반되기 마련인데, 우리의 경제성장 경험이 베트남 투자에 많은 참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 대표는 “특히 전력은 베트남의 가장 중요한 관심 분야고 베트남은 LNG(액화천연가스)와 태양광, 풍력, 소수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생산 포트폴리오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린에그는 롱안성 태양광발전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 신재생에너지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사업을 전개해가려 한다”고 말했다.그린에그와 BCG가 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베트남의 국가 에너지안보 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5월 28일 베트남 남부 대도시 호찌민에서는 베트남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그룹 전략개발부 등 주요 중앙부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에너지안보 확보 방안’을 주제로 워크숍이 개최됐다. 안보전략적 관점에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어떤 발전원을 개발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2015년 이후 올해까지 베트남 전력예비율이 20~3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2021~2025년에는 전력 공급 부족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베트남 전력의 상당 부분은 수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 그리고 LNG 등 가스화력발전으로 충당돼왔다. 그런데 최근 가스 매장량이 감소하기 시작했고 환경오염 문제 등이 대두되자 석탄화력발전소 투자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래서 머지않은 장래에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워크숍에 참석한 베트남 산업통상자원부 르반 룩 부국장은 “석탄화력은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량의 53.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러 이유로 석탄화력발전에 더는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47%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대체 에너지원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전력그룹 전략개발부 응웬 쿠옥 민 부국장도 “현 전력 공급망으로는 2021년 이후 전력 공급 부족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화력발전 등을 통한 전력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체 에너지원 개발이 시급하다는 게 이날 워크숍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베트남 정부는 가스와 석탄화력발전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를 방문한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관세 면제 등 다양한 지원책 시행
쯔엉호아빈 베트남 수석부총리(왼쪽)가 BCG-CME 롱안 1 태양광발전소를 방문해 응웬 호 남 BCG 회장 등 발전소 건설에 관여한 인사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제공 · BCG]
베트남 정부는 2015년 580억kWh였던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2020년 1010억kWh로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것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BCG의 롱안 1 태양광발전소 완공식에 수석부총리, 전 국가주석 등 베트남 주요 정부 인사가 대거 참석한 것은 국가 에너지 수급을 안보전략적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생산 능력을 크게 확충함으로써 에너지안보를 튼튼히 하려는 베트남 정부는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일부 수입품의 관세를 면제하고, 토지 이용료와 토지 임대료, 물 표면 임대료를 면제 또는 낮춰줄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적 지원 덕에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구축에 들어가는 투자비용이 크게 절감돼 더 많은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집중 투자로 경제활성화와 튼튼한 안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베트남 정부의 노력이 앞으로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