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미국발 금리인하, 수도권 집값 연착륙에 일조

상승 동력 부족해 금리 낮아져도 집값 급등은 없을 것

  • 하우스노미스트 johns15@hanmail.net

    입력2019-07-01 09: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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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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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1년 전만 해도 미국 기준금리가 4번이나 인상되며 국내 부동산에도 ‘금리 먹구름’이 몰려왔다. 각종 언론에서는 시중 대출금리가 5%에 육박한다며 부동산 위기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면서 ‘상향 직진’하던 금리가 몇 개월 만에 ‘인하’로 유턴하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불러온 금리인하 유턴이 금리 공포에 시달리던 부동산에 호재로 작용한다면 경제와 부동산의 ‘비동조화’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미국은 올해 진정 금리인하로 방향을 선회할까. 그렇다면 우리나라 금리와 부동산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까. 역사적 데이터와 최근 발표된 6월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결과를 통해 금리와 부동산의 미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금리에 민감한 수도권 vs 덜 민감한 지방 도시

    국토교통부(국토부) 실거래가를 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서울/경기 아파트 한 채는 평균 5억2000만 원이며 지방 아파트는 2억1000만 원으로, 수도권 아파트 1채 값으로 지방 아파트 2채를 살 수 있을 만큼 격차가 벌어졌다. 심지어 서울 아파트 한 채는 평균 8억 원으로 지방 아파트 4채를 살 수 있다. 급등한 수도권 집값은 지방에 비해 금리에 민감하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같다고 가정할 때 2억 원짜리 집과 5억 원 넘는 집을 살 때 대출액 부담은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과거 데이터를 살펴봐도 저금리 기조가 절정이던 2015~2016년, 주담대 금리가 2% 선까지 떨어졌고 수도권 집값은 전년 동기 대비 6% 상승하며 폭등하기 시작했다(그래프1 참조). 반면 지방은 저금리 기조와 상관없이 2015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지방보다 2배 이상 비싼 집값을 놓고 고민하는 수도권 거주자에게 2%대 저금리는 ‘주택 구매의 방아쇠’가 돼줬다. 그러나 ‘저금리 방아쇠’는 연간 16만 호 이상 역대급 입주가 발생한 지방에서는 당겨지지 않았다. 인구밀도가 낮고 절대적 가구 수도 적은 지방은 결국 금리보다 ‘입주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한때 저금리 기조의 절정을 달리던 주담대는 2018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하자 같은 해 5월 3.49%까지 상승했다. 이후 정부에서 대출 승인 기준을 고신용자 위주로 깐깐하게 상향했고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로 ‘총량’까지 옥죄면서 시중은행은 대출금리를 내리게 된다. 높은 예대마진으로 은행에 역대급 실적을 안겨주던 주담대 유치가 어려워지자, 귀해진 고신용자를 유치하고자 대출금리를 낮춘 것이다. 

    게다가 최근 어려워진 글로벌 경기로 저금리 기조가 고개를 들자 대출금리 하향세는 뚜렷해졌다. KB국민은행의 6월 기준 주담대 금리(고정금리 기준)는 2.48%까지 낮아진 상황이다(그래프2 참조). 그러나 과거 2015~2016년 작용하던 저금리 방아쇠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전망이다. 서울 부동산에 유입되는 ‘유동성 연료’가 이미 2016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래프3 참조).



    가계대출금리 4%면 분양시장 먹구름

    2015년 서울 집값이 6%나 오르며 대세상승 ‘신호탄’을 쏘기까지는 2014년 주담대의 역대급 증가가 큰 역할을 했다. 금융위기 이후 2014년 서울 주담대가 역대급 증가세를 기록하며 서울 부동산의 상승 연료가 됐다. 이후 서울 주담대는 2016년 11%까지 폭등하면서 ‘풍부한 연료’를 서울 부동산에 제공했다. 2018년 서울 집값의 20% 상승은 과거 4년간 줄기차게 공급되던 주담대라는 유동성 연료 덕분이다. 그러나 유동성 증가폭은 2019년 현재 3.9%까지 감소했고, 상반기 0.25% 하락한 서울 집값을 설명해주고 있다. 서울의 유동성 연료가 소진된 상황에서 ‘저금리 방아쇠’는 단지 서울 집값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도와주는 안전판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금리는 재고주택시장 외 분양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분양시장의 온도는 ‘미분양’으로 알 수 있는데, 미분양이 증가하면 분양시장이 차갑게 식어간다는 것을 의미하고, 반대로 감소하면 분양시장이 뜨거워지며 활황을 띠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과거 12년간 전국 미분양과 가계대출금리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금리가 상승할 경우 미분양이 증가한다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발견된다(그래프4 참조). ‘주택고령화’로 노후주택보다 신규주택 혹은 분양주택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지만, ‘금리인상’은 분양시장에도 심리적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보통 분양계약 2~3년 후 잔금을 치르고 ‘담보대출’을 받게 되는데, 금리가 계속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미래의 담보대출금리가 걱정돼 청약이 망설여진다. 

    그렇다면 금리가 어느 정도면 미분양이 급증해 분양시장에 위협이 될까. ‘그래프4’를 보면 가계대출금리가 4%대로 진입했을 때 전국 미분양 임계점인 6만 호를 넘어서는 패턴이 발견된다. 즉 향후 가계대출금리가 4%대로 진입할 경우 분양시장에도 먹구름이 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금리는 재고주택시장뿐 아니라 분양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러한 금리의 방향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나라 재정 전문기관인 국회예산정책처(NABO)는 미국 장기금리(10년 국채금리)가 우리나라 장기금리(10년 국채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우리나라 아파트 매매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 보고서를 내놓았다. 미국의 장기금리 움직임이 우리나라 금리와 부동산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힌트가 된다는 것이다.




    지난 4년간 미국의 장기금리 추이를 보면 2018년 말 이후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래프5 참조). 한때 3.15%까지 상승한 장기금리가 올해 6월 2.03%로 급락했는데, 이는 과거 2년 동안의 상승분을 9개월 만에 무마시킨 것이다. 따라서 국회예산정책처의 연구 결과를 적용하면 적어도 향후 2년 동안 우리나라 집값은 ‘금리’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하반기 미국 금리인하 명확, 투자는 신중하게

    서울 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서초구 일대 아파트 단지. [뉴스1]

    더 나아가 우리나라 금리와 부동산에 중요한 힌트를 주는 미국 장기금리의 향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는 미국의 장기금리 정책을 결정하는 FOMC의 회의 결과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시장 예상대로 6월 FOMC에서는 정책금리를 동결했지만 무려 8명의 위원이 올해 내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직전 회의에서 인하 의견을 내놓은 사람은 1명도 없었다. 게다가 2020년과 2021년 금리 전망치는 모두 하향됐다. 3월 회의 때와 달리 ‘금리인하’로 무게가 쏠리는 모양새다. 이런 급변한 전망치와 회의 결과는 시장에 충분한 시그널을 주고도 남는다. 결국 장기금리 역시 꾸준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다. 

    미국의 금리 동향은 우리나라 금리와 부동산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 6월 현재 금리인하, 적어도 금리동결의 시그널은 명확해졌다. 따라서 지난 4년간의 긴 상승 항해를 마치고 착륙을 준비하는 우리나라 부동산은 ‘연착륙’할 것이다. 그러나 단기간 내 다시 상승할 수 있는 연료는 소진된 상태다. 혹여 하반기 금리인하 분위기가 무르익더라도 무리한 부동산 투기는 삼가는 것이 현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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