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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서울 집값 역시 올해 1분기 66개월 만에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올해 초 경제와 부동산의 흐름은 너무나 닮아 보인다. 2019년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부동산은 같은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단지 1분기 상황이 ‘예외적’인 것일까.
답은 지난 수십 년간 역사적 데이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성장률, 실업률, 경기 선행지수 등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는 무척이나 많다. 수많은 경제지표 가운데 대한민국 부동산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데이터를 골라 ‘경제 나침반’이 가리키는 부동산 미래를 추적해보자.
경제성장률 6.5%에도 주택가격변동률은 -0.7%
오히려 경제성장과 부동산이 ‘정반대’ 흐름을 보인 기간도 적잖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비교적 빠르게 회복되며 2010년 6.5%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으나, 주택 가격은 수도권이 회복에 실패하면서 -0.7% 역성장을 기록했다. 또한 최근 3년간 경제성장률은 ‘뉴노멀’ 국면에 접어들며 2%대 후반~3%의 평탄한 흐름을 보인 데 반해, 주택 가격은 연 6% 이상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며 상반된 모습을 나타냈다.
따라서 경제성장률 데이터로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향방을 가늠하는 것은 무리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아무래도 수출, 즉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반면, 주택시장은 지역별 수급건과 교통개발 등 ‘개별여건(local condition)’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지난 4년간 서울 집값 폭등으로 포착된 ‘양극화’ 트렌드는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도시에서도 ‘쏠림현상’이 강화되며 전국구로 확산하고 있다. 양극화가 심화하는 대한민국 부동산에서 지역 개별여건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이며, 거시경기(경제성장률)의 영향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20~29세 취업자 수 늘면 집값도 올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이훈구 동아일보 기자]
이에 반해 청년취업자 수는 갈수록 힘들어지는 ‘청년취업’ 여건 속에서 적나라하게 ‘기업 재무상황’의 민낯을 드러내는 지표로, ‘기업경기 호조(=청년취업 증가) → 근로소득 증가 → 주택 구매력 상승(=주택 경기 상승)’의 인과관계를 가장 잘 설명해준다.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도 ‘일자리 증가’가 ‘기업이익’을 가장 잘 대변하며 이는 결국 ‘개인 구매력 향상’으로 귀결됨을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인 조지프 엘리스가 데이터로 증명하기도 했다.
청년취업자 수는 ‘미래 주택시장’의 향방을 알려주는 선행지표로도 의미 있다. 결혼, 출산, 그리고 주택 취득의 생애 경로에서 가장 선행돼야 하는 것이 바로 ‘취업’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6년 내놓은 보고서 ‘취업이 결혼에 미치는 영향과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시사점’을 보면 취업한 청년이 결혼할 확률은 미취업청년보다 3.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취업은 가구 수 증가에 기여하는 결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바로 이 ‘신생 가구’는 미래 주택시장의 핵심 수요가 된다.
전국적으로 도시개발이 한창이던 2000년부터 금융위기 전까지 코스피와 강남 집값은 동반성장했으며, 금융위기 이후에는 동반하락했다. 강남 3구 평균 집값이 아직 3.3㎡당 3000만 원을 넘지 못하던 2012~2015년 코스피 역시 2000선을 겨우 턱걸이하면서 ‘박스피’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2016년부터 급등한 강남 집값은 현재 3.3㎡당 4000만 원을 유지하는 반면, 코스피는 한때 2400까지 올랐던 상승분을 1년 만에 반납하며 박스피 수준으로 돌아왔다.
코스피 약세에도 여전한 강남 부동산의 인기는 결국 공급 여건에서 찾을 수 있다. 강남 아파트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부터 3년간 ‘공급 공백’과 최근 재건축 규제 강화로 ‘미래 공급줄’이 막힌 상황이다. 귀하신 몸이 된 강남 새 아파트는 3.3㎡당 5000만 원을 호가하며 강남의 역대급 평균 시세를 유지시키고 있다.
갈수록 경기에 둔감한 ‘강남 3구’ vs 민감한 ‘지방도시’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사진 제공 · 현대중공업]
광주 남구 봉선동의 한 아파트. [박영철 동아일보 기자]
반면 제조업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지방도시는 최근 경제성장률에 먹구름이 끼면서 회복이 더욱 미뤄질 상황에 처했다. 16년 만에 마이너스 경제성적표를 받은 지금, 수도권 3기 신도시보다 ‘지방 부동산 살리기’에 더 큰 정책적 배려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