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카폴리, 또봇, 헬로 카봇, 터닝메카드…. 남자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장난감 계보다. TV 애니메이션 인기와 함께 로봇 캐릭터 장난감 또한 아이들 사이에서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단연 터닝메카드. 2015년 2월부터 지상파와 어린이채널 등에서 방영되고 있는 동명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미니카 이름이다. 장난감 터닝메카드는 다른 변신 로봇 완구들과 달리 자석을 이용한 ‘팝업’(튀어나옴) 방식으로 만들어져, 동봉된 카드를 던지거나 카드 위로 자동차를 굴리면 순식간에 차가 로봇으로 바뀌어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제조업체는 앞서 ‘헬로 카봇’으로 히트를 친 ‘손오공’으로, 미니카 터닝메카드를 독점 생산하고 있다. 손오공은 스테디셀러인 헬로 카봇과 베스트셀러인 터닝메카드의 조합으로 2015년 3분기 기준 776억 원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도 67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90% 신장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터닝메카드가 ‘등골브레이커’(부모의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상품)가 됐다는 점이다. 처음 한두 개는 재미로 사주던 부모가 끊임없이 출시되는 미니카에 경제적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것. 현재까지 출시된 제품은 모두 70여 개로 최종 90개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대형 할인마트에서 판매가는 1만6000원 정도이나 ‘오픈프라이스’ 정책에 따라 판매자가 가격을 자의적으로 정해 팔 수 있어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는 보통 2배 이상 가격으로 팔린다. 터닝메카드의 주인공 격인 ‘에반’은 한때 500% 가까이 인상된 8만 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아들 등쌀에 못 이겨 이미 터닝메카드를 7개 구매했다는 주부 이모 씨는 “지금까지 들어간 돈도 만만치 않지만, 앞으로 아이가 끊임없이 사달라고 조를 걸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소비를 부추기는 애니메이션도, 장난감 제조사도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터닝메카드 구매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지자 일각에서는 제조사가 일부러 물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과자 ‘허니버터칩’ 파동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제조사 손오공 측은 오로지 자사 제품의 ‘인기’로 그 원인을 돌린다. 손오공 홍보 담당자는 “2015년 초까지는 주문을 받으면 물량을 공급하는 방식이었지만 어린이날 즈음해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매주 정기적으로 마트에 공급하고 있다. 어린이날에 대비해 제품 종류는 2배 정도 늘었고, 총생산량은 4배까지 늘었다. 일반적으로 변신 로봇은 남자아이들이 주로 찾는 데 비해 터닝메카드는 유아뿐 아니라 초교생 이상 남학생, 여학생, 심지어 성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어 물량이 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급량이 부족하자 터닝메카드 판매와 관련한 사기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충북 청주청원경찰서는 10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중고 물품거래 사이트에 터닝메카드를 판다고 글을 올린 뒤 돈만 가로챈 이모 씨를 상습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씨는 가짜 운송장을 피해자들에게 보내며 안심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터닝메카드 붐을 포함해 몇 년 새 우리나라 완구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로보카폴리 제조사 ‘아카데미과학’은 해마다 1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고, 2015년 4월 홍콩 사모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에 인수된 ‘영실업’은 또봇의 인기에 힘입어 2015년 매출 1100억 원 이상을 달성했다. 정부는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에 2019년까지 총 38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이로 인해 완구산업 성장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기 장난감을 둘러싼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언제 소비자에게 외면받을지 모를 일이다. 판매 실적만 올리려는 얕은 상술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악마의 마케팅’은 근절돼야 한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기업은 원가 등을 포함해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할 의무가 있다. 정부 또한 소비자가 가격 거품으로 피해를 받지 않도록 유통 단계에서 마진율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부모의 무조건적인 ‘자식 사랑’에도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 아이가 갖고 싶어 하는 것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사주려는 부모가 있다. 하지만 이는 자녀교육에도 좋지 않다. 아이와 약속한 것만 사주고, 그 이상을 원하더라도 아이 스스로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끔 부모가 가르쳐야 한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시기일수록 부모가 현명하게 소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터닝메카드가 ‘등골브레이커’(부모의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상품)가 됐다는 점이다. 처음 한두 개는 재미로 사주던 부모가 끊임없이 출시되는 미니카에 경제적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 것. 현재까지 출시된 제품은 모두 70여 개로 최종 90개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대형 할인마트에서 판매가는 1만6000원 정도이나 ‘오픈프라이스’ 정책에 따라 판매자가 가격을 자의적으로 정해 팔 수 있어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는 보통 2배 이상 가격으로 팔린다. 터닝메카드의 주인공 격인 ‘에반’은 한때 500% 가까이 인상된 8만 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아들 등쌀에 못 이겨 이미 터닝메카드를 7개 구매했다는 주부 이모 씨는 “지금까지 들어간 돈도 만만치 않지만, 앞으로 아이가 끊임없이 사달라고 조를 걸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소비를 부추기는 애니메이션도, 장난감 제조사도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짝퉁에 판매 사기에, 두 번 분노하는 부모들
터닝메카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이유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기 때문이다. 품귀 현상이 이어지자 대형마트들은 인당 한두 개만 살 수 있도록 제한했고, 심지어 일반 장난감 코너가 아닌 고객만족센터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제조사가 마트에 제품을 공급하는 날을 미리 파악했다 한꺼번에 싹쓸이해가는 사재기꾼들 때문이다. 2015년 5월 어린이날 즈음해 물량 부족으로 한바탕 소동을 치른 데 이어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터닝메카드를 손에 넣지 못해 애를 태운 부모가 많았다. 일곱 살, 네 살 아들을 둔 직장인 김모 씨는 “소문으로 들었지만 실제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장난감을 구하지 못해 무능한 부모가 된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터닝메카드 구매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지자 일각에서는 제조사가 일부러 물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과자 ‘허니버터칩’ 파동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제조사 손오공 측은 오로지 자사 제품의 ‘인기’로 그 원인을 돌린다. 손오공 홍보 담당자는 “2015년 초까지는 주문을 받으면 물량을 공급하는 방식이었지만 어린이날 즈음해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매주 정기적으로 마트에 공급하고 있다. 어린이날에 대비해 제품 종류는 2배 정도 늘었고, 총생산량은 4배까지 늘었다. 일반적으로 변신 로봇은 남자아이들이 주로 찾는 데 비해 터닝메카드는 유아뿐 아니라 초교생 이상 남학생, 여학생, 심지어 성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어 물량이 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급량이 부족하자 터닝메카드 판매와 관련한 사기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충북 청주청원경찰서는 10월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중고 물품거래 사이트에 터닝메카드를 판다고 글을 올린 뒤 돈만 가로챈 이모 씨를 상습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씨는 가짜 운송장을 피해자들에게 보내며 안심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식 사랑에도 브레이크 필요
여기에 ‘짝퉁’까지 합세해 소비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산 짝퉁 터닝메카드가 학교 앞 작은 문방구, 지하철 지하상가, 관광지 기념품 상점 등에 파고들고 있는 것. 다섯 살배기 아들을 둔 주부 최씨는 “얼마 전 제주에 놀러갔는데 그곳에까지 터닝메카드 짝퉁이 있더라. 호기심에 2개를 샀는데 역시나 패키지부터 조악하고 자동차 크기도 진짜보다 훨씬 커 헛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품질에 대한 의구심은 진품 터닝메카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견고하게 만들었다 해도 재질 자체가 내구성이 약한 플라스틱인 데다 아이들이 던지면서 놀기 때문에 쉽게 깨지고 고장이 잦을 수밖에 없다. 에프터서비스(AS)를 받으려면 경기 부천시에 있는 본사를 직접 방문해야 하며, 택배를 이용할 경우 왕복 택배비 5000원에 새 제품 교환비 7000원을 포함하면 사실 새로 사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터닝메카드 붐을 포함해 몇 년 새 우리나라 완구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로보카폴리 제조사 ‘아카데미과학’은 해마다 1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고, 2015년 4월 홍콩 사모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에 인수된 ‘영실업’은 또봇의 인기에 힘입어 2015년 매출 1100억 원 이상을 달성했다. 정부는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에 2019년까지 총 38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혔고 이로 인해 완구산업 성장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기 장난감을 둘러싼 문제점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언제 소비자에게 외면받을지 모를 일이다. 판매 실적만 올리려는 얕은 상술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악마의 마케팅’은 근절돼야 한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기업은 원가 등을 포함해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할 의무가 있다. 정부 또한 소비자가 가격 거품으로 피해를 받지 않도록 유통 단계에서 마진율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부모의 무조건적인 ‘자식 사랑’에도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 아이가 갖고 싶어 하는 것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사주려는 부모가 있다. 하지만 이는 자녀교육에도 좋지 않다. 아이와 약속한 것만 사주고, 그 이상을 원하더라도 아이 스스로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끔 부모가 가르쳐야 한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시기일수록 부모가 현명하게 소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